우리는 서두르지 않았지요, 나는 조심스럽게 당신의 옷을 벗겼습니다. 그러자 현실과 상상이 기적처럼 맞아 떨어져, 난 살아 있는 밀로의 비너스 상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당신 가슴의 진줏빛 광체가 당신의 얼굴을 환히 비추었습니다. 나는 오래오래 아무 말 없이, 부드러움과 힘을 지닌 기적 같은 당신 몸을 응시했습니다. 쾌락이라는건 상대에게서 가져오거나 상대에게 건네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당신 덕에 알았습니다. 쾌락은 자신을 내어주면서 또 상대가 자신을 내어주게 만드는 것이더군요. 우리는 서로에게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었습니다.
나는 결혼을 부르주아 계급의 제도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랑에서 연유하는 것이 만큼 가장 비사회적인 부분들을 통해 두 사람이 연결되는 것인데도, 그 관계를 사회화하고 법적으로 문서화하는 것이 결혼이라 생각했던 거지요, 법적인 관계란 두 사람의 체험이나 감정과는 하등 상관 없이 자율화하게 마련이고, 또 그런 자율화는 그런 관계가 지닌 소명이기도 합니다. 난 또 이렇게 말하곤 했지요. "우리의 종신계약이 십 년이나 이십 년이 지난 다음에도 우리가 원하는 계약이 될지 그걸 누가 증명할 수 있겠소?"
당신의 대답은 도망칠 여지를 주지 않았습니다.
"만약 당신이 누군가와 평생토록 맺어진다면, 그건 둘의 일생을 함께 거는 것이며, 그 결합을 갈라놓거나 훼방하는 일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는 거예요, 부부가 된다는 건 공동의 기획인 만큼, 두 사람은 그 기획을 끝없이 확인하고 적용하고, 또 변하는 상황에 맞추어 방향을 재조정해야 할 거예요. 우리가 함께할 것들이 우리를 만들어갈 거라고요"
그때 나는 알았습니다. 더 생각해볼 말미 따윈 전혀 필요 없다는 것을, 이대로 당신을 떠나보내면 영원히 후회할 것임을. 당신은 내가 몸과 마음 모두를 사랑할 수 있고 함께 있으면 깊은 공명을 느끼는 최초의 여자였습니다. 한마디로 당신은 나의 진정한 첫사랑이었던 것입니다. 만약 내가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없다면, 나는 결코 세상 어느 누구도 사랑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예전에는 입밖에 낼 줄 몰랐던 말들을 나는 찾아냈습니다. 우리가 영원히 함께했으면 한다는 마음을 당신에게 전할 수 있는 말들을.
그러다 나는 잠에서 깨어납니다. 당신의 숨소리를 살피고, 손으로 당신을 쓰다듬어봅니다. 우리는 둘 다. 한 사람이 죽고 나서 혼자 남아 살아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런 말을 했지요, 혹시라도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도 둘이 함께하자고
D에게 보낸 편지
"와이 낫"
우리는 서두르지 않았지요, 나는 조심스럽게 당신의 옷을 벗겼습니다. 그러자 현실과 상상이 기적처럼 맞아 떨어져, 난 살아 있는 밀로의 비너스 상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당신 가슴의 진줏빛 광체가 당신의 얼굴을 환히 비추었습니다. 나는 오래오래 아무 말 없이, 부드러움과 힘을 지닌 기적 같은 당신 몸을 응시했습니다. 쾌락이라는건 상대에게서 가져오거나 상대에게 건네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당신 덕에 알았습니다. 쾌락은 자신을 내어주면서 또 상대가 자신을 내어주게 만드는 것이더군요. 우리는 서로에게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었습니다.
나는 결혼을 부르주아 계급의 제도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랑에서 연유하는 것이 만큼 가장 비사회적인 부분들을 통해 두 사람이 연결되는 것인데도, 그 관계를 사회화하고 법적으로 문서화하는 것이 결혼이라 생각했던 거지요, 법적인 관계란 두 사람의 체험이나 감정과는 하등 상관 없이 자율화하게 마련이고, 또 그런 자율화는 그런 관계가 지닌 소명이기도 합니다. 난 또 이렇게 말하곤 했지요. "우리의 종신계약이 십 년이나 이십 년이 지난 다음에도 우리가 원하는 계약이 될지 그걸 누가 증명할 수 있겠소?"
당신의 대답은 도망칠 여지를 주지 않았습니다.
"만약 당신이 누군가와 평생토록 맺어진다면, 그건 둘의 일생을 함께 거는 것이며, 그 결합을 갈라놓거나 훼방하는 일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는 거예요, 부부가 된다는 건 공동의 기획인 만큼, 두 사람은 그 기획을 끝없이 확인하고 적용하고, 또 변하는 상황에 맞추어 방향을 재조정해야 할 거예요. 우리가 함께할 것들이 우리를 만들어갈 거라고요"
그때 나는 알았습니다. 더 생각해볼 말미 따윈 전혀 필요 없다는 것을, 이대로 당신을 떠나보내면 영원히 후회할 것임을. 당신은 내가 몸과 마음 모두를 사랑할 수 있고 함께 있으면 깊은 공명을 느끼는 최초의 여자였습니다. 한마디로 당신은 나의 진정한 첫사랑이었던 것입니다. 만약 내가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없다면, 나는 결코 세상 어느 누구도 사랑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예전에는 입밖에 낼 줄 몰랐던 말들을 나는 찾아냈습니다. 우리가 영원히 함께했으면 한다는 마음을 당신에게 전할 수 있는 말들을.
그러다 나는 잠에서 깨어납니다. 당신의 숨소리를 살피고, 손으로 당신을 쓰다듬어봅니다. 우리는 둘 다. 한 사람이 죽고 나서 혼자 남아 살아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런 말을 했지요, 혹시라도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도 둘이 함께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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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납게 울고 매정하게 내리쳐 선명하게 칼자욱이 남아도
보듬어 감싸 안으면 부드러운 기운 온몸 휘감아...
다만 그것으로 충분, 쉼 없이 쉼 없이 귀히 여기라.
영원을 사는 이들과의 포옹, 가슴에 지문처럼 박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