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경험담]희~~미한~~~ 가로 등 불빛~~~ 아래~~~~

심현수2008.04.03
조회37

 몇 해 전 저녁이었습니다. 급하게 후배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내용인즉 구두를 팔러 나왔는데 매출이 안 뜬다고 와서 도와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찾아갔더니 암사역 대로변 지하철 역 입구에 좌판을 펴 놓았더군요. 전문적으로 좌판을 하는 후배들이 아니었고 아는 사람한테 돈을 빌려주었는데 채무자의 가계가 망해서 돈 대신 구두라도 일부 받아 왔다고 하더군요. 젊은 친구들이 팔아서 크리스마스라도 보낸다고 하는 취지였는데 날이 추운데 둘이서 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더군요.



 좌판이라고 하는 게 하얀 종이 몇 장에 길거리에 바로 펴놓고 그 위에 구두를 펼쳐놓았는데 먼지가 많아 입질이 가지 않게 진열해 놓았더군요.  그것도 희미한 가로등 불빛아~~~~~아래~!!


 


 그래서 일단은 구두약을 사오라고 시켰습니다. 그런데 구두약 사러갔던 친구가 돌아오더니 코너 돌아가니 똑같은 브랜드의 구두를 판다고하더군요. 그래서 찾아 갔더니 불과 한 2-30미터 골목 돌아가니 시장입구에 좌판을 펼쳐놓았는데 그분들은 부부지간에 하시는 분들이었는데 잉글랜드 구두뿐만이 아니고 운동화, 샌달등 온갖 신발구색을 갖춰놓고 조명등까지 갖춰놓고 장사를 하더군요. 잉글랜드 구두한켤레 가격이 7천원..... 우린 만원에 팔려고 하였는데 가격차이가 나더군요;...



 돌아와서 깨끗이 광을 내고 구두 칼을 들고 단가치기에 들어갔습니다. 약170여 켤레정도 되었는데 정말 막연한 좌판이었습니다. 길거리 땅바닥에 종이 깔고 얼마되지 않는 구두를 대로변에 펼쳐놓으니 그 좌판 풍경을 직접상상해 보십시요. 



 시간은 저녁 7시정도였습니다.


역세권이라고 해도 암사역은 사람들이 그리 몰려다니는 곳이 아니거든요. 일단은 옆에 서있던 후배들을 바람잡이 시키고 비닐 봉지에 만원짜리 지폐를 얼마간 넣어놓고 사람들이 잘 보이는 곳에 놓고 단가를 치기 시작하였습니다. 후배들에겐 손님이 오면 절대 아는 체 말라고 해놓고 ....



단가치기를 몇 분 정도 하니 손님들이 한 두 분 몰려들기 시작하였습니다.


 


 “잉글랜드 유명브랜드(유명 브랜드인지는 몰라도 그렇게 했습니다.)천호 대리점에서 부도가 나 신발 원단 값이나 건지려고 가져나왔습니다. 정말 피눈물납니다. 발에만 맞으면 그냥 들고 가십시요.”


 


 그냥 들고가는 사람 없습니다 -_-a


이런 단가들을 즉흥적으로 만들어나가길 몇 분 후 손님들이 발치수를 말하며 골라달라고 하였습니다. 물론 안 골라 줍니다. "무조건 골라 발에 맞으면 가져가세요. 피눈물이 나서 신발 고를 수가 없습니다.


 그리곤 내 할말만 하는겁니다.


 


 "잉글랜드 유명브랜드........."


 


 이러다가 발에 맞는 신발을 골라 담아달라고 하면 비닐봉지를 가리키며


 


 “봉지는 저쪽에 있으니 담아가세요. 피눈물납니다. 지금 제가 담아드릴 수가 없습니다 찢어집니다. 가시는 걸음걸음에 살포시 한 장만 던지고 가세요. 잉글랜드 유명브랜드 천호 대리점에서 부도가 났습니다. 쫄딱 망했습니다 피눈물 납니다.가슴이 찟어집니다. 긴 얘기는 하지마시고 발에만 맞으면 들고가세요....................“



여기서 한 두 명 모도시를 잘 엮어야 됩니다. 사람들이 모여있을 때 초장에 지폐를 던지는 사람이 빨리 나올수록 승부는 결정나는 겁니다. 눈치를 보고 손님들 중에 거의 확정이 됐다싶은 사람이 포착이 되면 유도를 잘해야 됩니다.


 


 “오늘 1500켤레 가지고 나온 것 이제 100 여 켤레 남았습니다.


통밥 굴리다가 뒤차타고 후회하셔 봤자 버스 떠난 신작로에 먼지 밖에 안 남습니다. 자~~~~잉글랜드 유명브랜드.............몇 켤레 안 남았습니다. 퍼뜩 처분하고 고향내리 갈랍니다..........“



 담아달라는 둥 찾아 달라는 둥 전혀 개의치 마시고 내 갈 길만 가는 겁니다. 소비자의 심리 파악을 잘 해야 합니다.


이러기를 십여분 우리 좌판 앞에는 장사진을 이루면서 어느 나이 드신 중년부인이 아드님한테 전화하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야~~야 지금 몇 켤레 안남았단다. 퍼뜩 나온나 지금 안나오면 못산다. 빨리 나온나......(아주머니 목소리가 내 목소리 보다 더 큰거같았는데.)”



 역에 근무하는 역무원들도 다 쫓아 나오시더군요. 잠시 순간에 좌판 앞에는 서로 한 켤레 씩 들고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물론 시작한지 삼십분이 못 지나 정확히 32켤레가 남더군요. 못 파는 것이었습니다. 남자구두가 250정도의 치수라 안 되더군요.통한의 32켤레(제 허리 사이즈입니다. 안 잊어먹습니다.)


 



 노바이의 특징입니다. 한번 불이 붙고 난 뒤에 다시 붙이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정확이 30여분 만에 나머지 신발 거두고 미처 아쉬움을 달래는 상품이 없어 구매 못 한 손님들을 달래가며 우리들은 근처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돌담길 돌아서 올 때 구색 잘 갖춰진 그 부부 신발장사하시든 분들 잘 정리된 보기 좋은 그 때 그 모습 그대로이더군요. 구색 좋고 가격 싸고 품질 좋다고 다 팔리는 것 아닙니다. 장사는 오로지 상술입니다.상황에 맞는 설정을 하고 그 설정에 맞춰 펼치는 겁니다

 

 

 

필자의 칼럼은

 

http://club.cyworld.com/supersa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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