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열-익숙한 그 집앞 中

박승현2008.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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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열-익숙한 그 집앞 中

-굳히기-

 

135번 버스는 우리 집 앞에 선다.

그리고 그녀의 집이 있는 성산동이 종점이다.

어느 날 압구정동에서 거나하게 술을 먹고 길을 가는데

영양센터 통닭이 눈에 밟혔다.

집에 혼자 있을 형에게 사다 줘야지.

집에 가려고 서둘러 버스를 탔다.

그런데 깨어나 보니 내가 탔던 135번 버스는 한 바퀴를 돌아

성산동 종점에 서 있었다. 시간이 늦어 차도 끊겼고

통닭을 사 버린 탓에 차비도 없었다. 할 수 없이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나 희열인데, 차비 좀 줘."

거리 쪽으로 창이 나 있는 2층 방이 그녀의 방이었다.

작은 돌멩이를 던지자 그녀의 창은 톡톡 소리를 냈고,

잠시 후 드르륵 와일드하게 창문이 열렸다.

그런 모습의 그녀는 처음이었다.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에

굵은 테 안경을 끼고 머리는 뒤로 훌떡 깐 모습, 너무 예뻤다.

그녀가 나에게 무언가를 던졌다. 받아 보니 키세스 초콜릿 봉지였다. 초콜릿은 사랑의 표시라던데......

벌렁거리는 심장을 자제시키며, 초콜릿 봉지를 열어 보니

그 안에는 1만원짜리 지폐가 한 장 들어 있었다.

나도 뭔가 주어야만 할 것 같아서 담을 딛고 올라섰다.

가까스로 창문으로 손을 뻗어 통닭을 전하며,

로미오와 줄리엣도 이렇게 했겠구나 생각했다.

 

뒷이야기.

나중에 들었는데 그때 그녀는 다이어트 중이었다고 한다.

통닭을 방에 두고 소 닭 보듯이 바라보다가

무 를 한 조각 먹었다. 그러자 갑자기 입맛이 돌면서

닭다리를 물어 뜯게 되었다.

그때 처음으로 '희열이는 참 좋은 아이구나' 생각했다고 한다. 나는 당시 밴드를 하느라 긴 머리에 가죽잠바를 입고 다녔는

데, 그 날은 우연히 머리를 단정하게 자르고 무테 안경을 쓴

얌전한 학생 스타일이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그녀는 '희열이도 사람이구나' 했다고

한다.

 

더 뒷이야기.

그녀와 사귀기 전 나는 성산동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도 못했다. 지나가면서 보았다면 '변두리구나' 할만한 성산동의 풍경들. 작은 구멍가게, 허술한 호프집, 게다가 서울에 웬 기찻길......

그런 풍경들이 그녀를 사귄 후부터 모두 낭만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사실을 말하자면 성산동만 좋은게 아니라 버스로

두 정거장 떨어진 모래내까지 좋아졌다.

성산동의 옆에 옆에 옆에 동네에만 가도 그녀 생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