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은 참 기억력이 나쁩니다. 지금까지 수도없이 얘기했고 그때마다 꼬박꼬박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또 처음 듣는 것처럼 말하더군요. 어쩌다가 가족 얘기가 나와서 동생에 관한 얘기를 했더니 동생이 있었냐고 그러는거에요. 형제는 없다고 그러지 않았었냐고. 그 사람이 그럴때마다, 처음엔 단순히 기억력이 별로 좋지 않아서 그러는 거라고생각했습니다. 제 이름도 가끔 헷갈려 하는 사람이니까 그런것도 워낙 다른 사람 일에 관심 없어 하는 그 사람의 성격일 뿐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그게 아니였던 것 같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세심하고 꼼꼼하게 기억하는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인데, 제가 그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사람은 비오는 날이면 찾아가는 인사동의 허름한 찻집에서 첫사랑과 듣던 노래를 늘 기억해냈고, 우울한 일이 있을 때마다 먹고 싶어하는 삼청동 국숫집에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그 사람은 기억력이 나쁜게 아니라, 저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제목없음
그 사람은 참 기억력이 나쁩니다.
지금까지 수도없이 얘기했고
그때마다 꼬박꼬박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또 처음 듣는 것처럼 말하더군요.
어쩌다가 가족 얘기가 나와서 동생에 관한 얘기를 했더니
동생이 있었냐고 그러는거에요. 형제는 없다고 그러지 않았었냐고.
그 사람이 그럴때마다, 처음엔 단순히 기억력이 별로 좋지 않아서
그러는 거라고생각했습니다.
제 이름도 가끔 헷갈려 하는 사람이니까
그런것도 워낙 다른 사람 일에 관심 없어 하는 그 사람의
성격일 뿐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그게 아니였던 것 같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세심하고
꼼꼼하게 기억하는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인데,
제가 그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사람은 비오는 날이면 찾아가는 인사동의 허름한 찻집에서
첫사랑과 듣던 노래를 늘 기억해냈고,
우울한 일이 있을 때마다 먹고
싶어하는 삼청동 국숫집에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그 사람은 기억력이 나쁜게 아니라,
저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