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말하다]어쩌면 다신 김밥 따윈 안먹을거야

전정희2008.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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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하다]어쩌면 다신 김밥 따윈 안먹을거야

오늘도, 혼자 저녁을 먹어야 한다

익숙해지기 힘들다

그녀와 그는 지방에서 올라온 자취생이었기 때문에

매일 저녁 밥을 같이 먹었었다.

주로 학생 식당에서

가끔 학교 앞에 있는 식당을 갈 때면

두 사람은 '외식하러 가자'고 말했었다

그는 지금 혼자 외식하고 있다

오늘도 김밥 집이다

작은 키에 배레모를 쓴 아저씨가

푸른 형광등 밑에서 김밥을 말고 있다

빈 테이블이 다섯,

손님이 앉아 있는 테이블이 그의 몫까지 합해서 두개다

 


그녀는 가끔 김밥 도시락을 싸와서 그에게 내밀곤 했다

" 우리 이모가 남자 만나면 도시락은 싸주지 말라고 했는데

그럼 남자가 이 여자는 확실히 내꺼구나 하고 안심한데

그럼 도망간데 진짜 남자들은 다 그러니? "

 

그는 김밥을 좋아했기 때문에

입안에 가득 든 김밥을 우물거리다가

물과 함께 간신히 넘기고서야 대답했다

" 아니야, 우리 엄마는 김밥 잘 마는 여자를 만나라고 했어

내가 어릴 때부터 하도 김밥을 좋아하니까

넌, 김밥 싸 줄 때가 제일 좋아 "

 

 

그녀는 그를 만난 후 부터 김밥을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밥 두 줄을 다 먹고 나니

꼬투리에서 빠져 나온 노란 단무지가 하나 남았다

그는 단무지를 젓가락으로 굴리면서 생각했다

'그녀는 결국 이모 말이 맞았다고 생각하겠지

김밥 도시락 때문이었다고

어쩌면 다신 김밥 따윈 안먹을거야'

 

 

그 때 가게 문이 끼익하고 열리더니 그녀가 들어왔다

그를 발견하자 눈빛이 잠깐 흔들렸다

그녀는 서둘러 다시 나가려 했다

훤칠한 남자가 그녀의 손을 잡은채 말했다

"왜 그래, 아까부터 김밥 먹고 싶다더니"

 

 

 

사랑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