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국현, "고지식"의 승리…춘추전국 시대에선?

이재선2008.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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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20080409205516

 

 

  이재오 의원의 텃밭인 은평을에서 당선을 확정지은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양복차림으로 지역구를 누볐다. 저녁 유세 무렵 바람막이를 걸치더라도 양복 재킷 위에 잠바를 덧입는 식이었다.
  
  시장과 상가를 누비며 하루에 1000 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만나는 강행군에 참모진들이 편한 옷을 권하면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니 갖춰 입어야 한다"는 고지식한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문 후보가 지역구를 정할 때에도 참모진들은 종로를 권했다. 질 경우를 감안해도 '정치 1번지'란 상징성이 남는다는 계산에서였다. 출신교인 중동고인 만큼 종로에 걸칠 연고도 있었다.
  
  그때도 문 후보는 고지식하게 버텼다. 정치적 상징성보다 한반도 대운하를 막아야할 과제가 더 시급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3월 초 문 후보가 "대운하 재앙을 막겠다"며 은평을 출마를 선언했지만, 초기에는 지지자들마저 "연고도 없으면서 지역구 관리에 정평이 난 이 의원을 무슨 수로 이기냐"며 반신반의했었다.
  
  참모진들은 문 후보의 '고집을 꺾지 못한 죄'로 "문국현을 사지로 몰았다"는 애꿎은 비판에까지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가끔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의 그 고지식함이 이번 선거에선 빛을 발했다. 정권 실세에 맞선 군소야당 대표에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고, '운하 반대'의 최선봉은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아닌 문 후보 자리였다.
  
  지난 3개월 간 이명박 정권의 행태에 실망을 느껴온 젊은 유권자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불거진 한나라당 내 '형님 공천' 논란이 상대인 이재오 의원의 결정적 악재가 됐다. 이 의원은 권력을 잡자마자 파워게임에 몰두하는 '정치꾼'으로 전락했고, 그 틈새를 다선 의원 지역구에선 여지없이 감지되는 '변화의 욕구'가 파고들었다. 아침마다 조기축구회, 약수터, 목욕탕 등을 누비며 쌓아온 '지역구의 전설'은 그렇게 허물어졌다.
  
  승리가 확정되자 문 후보 측 관계자는 "하늘이 원칙을 도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그 의미는 민주당의 참패와 맞물려 더욱 더 도드라져 보인다.
  
  당선이 끝은 아니다. 바야흐로 춘추전국의 시대에 유의미한 정치 세력으로 살아남는 것은 어쩌면 '이재오를 꺾은 문국현'에 주어진 실질적인 과제다. 문 후보의 당선에도 "90억(대선자금)을 들여 배지 하나 달았냐"는 비아냥이 상존하는 것도 현실이다.
  
  문 후보는 선거운동에 돌입하기 전 기자간담회에서 정계개편과 관련해 "총선 전후로 정계개편이 있지 않겠느냐"며 "양심적인 미래 세력들이 창조한국당 중심으로 모이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대선 때부터 지켜온 '문국현 중심 정계개편'에 대한 고집을 버리지 않겠다는 얘기다. 세력의 지평을 넓히는 일에서도 그의 '고지식함'이 유효할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일이다.

윤태곤,이지윤/기자 (peyo@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