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오종현2008.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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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11일 씨티극장 1관 21:30 R열 27번

 

<경기 승패를 모르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 사람에겐 스포일러>

 

핸드볼은 징글징글한 스포츠다 (여기서의 징글징글함은 징글벨의 새콤달달한 어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농구와 마찬가지로 경기 시간 내내 쉬지않고 달리고 부딫히고 슛을 쏘며, 구석에 짱박혀 박차오르는 숨을 고르는 시간 따위는 조금도 없다. 그만큼 핸드볼은 힘든 스포츠이다. 고등학교때 학생 주임이었던 체육 선생이 중간 고사 범위에 이 핸드볼을 끼워넣었었기에 핸드볼이 얼마나 숨을 헐떡거리게 만드는 스포츠인가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핸드볼은 그래서, 징글징글하다.

 

임순례 감독이 차기작으로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이하 우생순)' 을 맡았다는 소식은 참으로 의외였다. 임순례 감독이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라,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해가 가는 것이다. 소재가 그냥 스포츠가 아닌 여자 핸드볼팀의 역경을 다룬 것이 아닌가. 그제서야 충분히 공감이 갔고, 영화가 대충 어떤 식으로 짜여질지 어느 정도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앞서 말한 핸드볼에 대한 징글징글한 이미지, 약간은 과장섞인 말일 수도 있는데 극중 미숙(문소리), 혜경(김정은), 정란(김지영) 이 아줌마 3인방에게 있어서 핸드볼은 진정 징글징글한 존재이다. 좀 쉬고 싶어도 쉬지않고 자신에게 달리고 부딫히기를 강요하는 핸드볼이라는 운동 종목처럼 그녀들은 인생에서 의도하지 않게 달리고 부딫히고 깨져야 함을 강요받는다.

 

영화 속에서 그녀들은 핸드볼을 선택하는 것이 아닌, 핸드볼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상황에 직면하는데. 그녀들이 가지고 있던 애환, 그것이 얼마나 비참했던 것인가하는 픽션 섞인 논픽션. 임순례 감독은 그것을 옹호하고 호소하고 싶었던 것이다.

 

실로 영화의 대부분을 아테네로 향하기 직전까지의 삶의 드라마에 할애한다. 이 점은 오히려 의외였는데 드라마가 꽤나 길어져 사실 기대했고 예고편 대부분을 차지했던 2004 아테네 올림픽 결승전 장면은 점프컷으로 상당수 축약되는 것이 사실이다. 임순례 감독이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 아테네 올림픽에서의 감동이 아닌 그 결과까지 깨지고 부딫히며 견뎌갔던 여자 핸드볼 대표팀의 애환이었던 것은 잘 알겠지만 그래도 쉽게 나오지 않는 스포츠 영화, 결승전 장면에서만큼은 조금 더 기교를 구사했으면 하는 바램. 남자이기에 당연한 거라고 본다.

 

아무쪼록 깊이있는 연출에 깊이있는 연기력들이 더해져 핸드볼이라는 비인기 종목을 다룬 스포츠 영화(스포츠는 정말 일부의 소재일 뿐이지만)를 만들어줬다는 사실만으로도 '다행으로' 생각하는 처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