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千と千尋の神隱し, 2001)

류영주2008.04.12
조회193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千と千尋の神隱し, 2001)

 

  일본 / 애니메이션 / 124분 /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

 

  2002년 제52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금곰상

  2002년 제67회 뉴욕 비평가 협회상 장편 애니메이션상

  2002년 제28회 LA 비평가 협회상 애니메이션상

  2002년 제 3회 전주국제영화제 JIFF 최고인기상

  2003년 제75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애니메이션상

 

  소문대로 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종합판이다. 조금씩 변형되어 있기는 하지만 과거 하야오의 캐릭터들이 총출동하여 총력전을 펼친다. 성장 동화 형식을 취하거나 환경 메시지를 포함하는 등 곳곳에서 하야오의 체취와 스타일이 짙게 묻어난다. 그렇다고 잠깐 허기를 채우려고 온갖 재료를 쏟아 버무린 비빔밥이라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평범한 현실을 사는 '치히로' 가족은 신령들의 세계에 발을 디디면서 위기에 빠진다. 문을 통과하면 펼쳐지는 이곳은 전형적인 판타지의 공간이다. 등 '하야오'의 주된 작품은 판타지 자체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의 판타지는 액자 형식 속에 놓여 있다. 달라진 패턴이다. 전작들 중에서 는 현실 속에 판타지의 세계가 개입하는 작품인데, 그렇다고 액자 형식으로 현실과 판타지를 구별하지 않았다. 작품 내용의 비율로 따져도 토토로가 등장하는 판타지는 일부분이고, 메이 자매의 현실 생활이 주종을 이루고 있으며 판타지는 현실과 공존하거나 자연스럽게 스민다.
  그런데 의 판타지는 신령들이 운신하는 곳과 인간의 세계를 구별한다. 그곳에 들어온 인간들은 돼지가 되거나 죽음을 당한다. 조금만 귀를 기울이면 토토로가 이웃에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을 주던 과거의 작품들과 달리 '온천장'은 인간들의 출입이 엄금된 정령들의 세계이다. 이러한 모습은 자연과 인간의 투쟁을 다룬 최근작 의 구별짓기와 비슷하다. 인간들은 숲을 파괴해 철을 만들어내고, 자연의 정령들은 죽음의 신으로 변해 인간들에게 천형을 내린다. '하야오'의 작품은 점점 더 자연과 인간을 가까워질 수 없는 것으로 묘사한다.
  '치히로'가 낯설게 느끼는 온천장은 어른들의 세계를 비유하기도 한다. 여관인 이곳에서 신령들은 돈을 내고 서비스를 받는다. '치히로'는 말단의 직원이다. 또한 마녀 '유바바'를 비롯해 종업원들은 아무리 흉포한 괴물이라도 황금을 내놓으면 고개를 숙인다. 온천장은 대대로 일본 성인들의 휴식처였다. 아이인 '치히로'는 당연히 낯설고 두려울 수밖에 없다.
  물의 이미지가 등장하는 것도 독특하다. 등에서 하야오가 담은 자연은 숲과 나무와 산이다. 그런데 에서는 물과 강이 흐른다. 신령들을 정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물을 데우는 온천장, 현실과 신령들의 세계를 가르는 바다, 오물의 신령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강의 신령이었다는 설정, 용으로 변하는 '하쿠' 등 물의 계보들이 늘어선다.
  처음에는 오물의 신으로 오해 받았던 강의 신 옆구리에는 인간들이 만들어낸 공업 폐기물들이 가시처럼 박혀 있었다. '치히로'는 이를 뽑아내고 강의 신으로부터 귀중한 환약을 선물 받는다. '치히로'의 행동은 실천의 은유이다. 사람들은 치히로처럼 변화가 두렵고 매사가 귀찮다. 돼지가 된 인간들처럼 문명의 안락함 속에 안주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자연을 향해 애정을 갖고 실천하지 않으면 파멸로부터 회복될 수가 없다. 하야오는 이것을 자연을 향한 예의라고 부른다. "인간은 문명을 버리고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숙명적으로 자연을 이용해야만 하고 자연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니 자연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자연을 중시하는 태도뿐만 아니라 '하야오'는 성숙의 의미를 중시한다. 에서 키키는 낯선 도시에서 1년을 보내야만 마녀로 인정받는다. '토토로'와 우정을 나누는 '메이' 자매는 아픈 엄마를 기다리며 전원 속에서 자연을 배우고 자라난다. 평범한 소녀 치히로는 신령들의 세계에서 자신감을 찾는다. 관객들은 애니메이션이라는 환상의 세계에서 주인공들과 더불어 한 뼘쯤 자랐다는 느낌을 받는다. 변치 않을 '하야오'의 세계이다.
  그가 빼먹지 않고 보여주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인간의 꿈을 담은 비상의 이미지이다. 그의 작품에서 나는 일은 범상하다. 의 비행기가 만든 구름길, 의 떠있는 나무(우주목) 등, 떠오른 자들은 자유인 동시에 희망으로 묘사되어 왔다. 이번에도 소녀 '치히로'는 용이 된 '하쿠'의 등을 타고 하늘을 오른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과거에는 하늘과 땅(지하)를 이었지만, 이번에는 하늘과 물 속을 잇는다. 한마디로, 용이 비상하는 이미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