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향] 중앙일보 week&맛 <전주 교동 한옥마을 茶 ...입 안에 봄이 피었습니다.>

전주전통문화센터2008.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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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향] 중앙일보 week&맛 <전주 교동 한옥마을 茶 ...입 안에 봄이 피었습니다.>

[사진] 전주 한옥마을에서 마시는 차는 온기가 유별나다, 작은 찻잔이지만 옛 정취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다향'의 다실.

옛 정취가 가득한 전주 교동의 한옥마을. 새롭게 단장한 한옥들의 모습이 기품 있다. 옛집은 불편하다는 선입견은 동네에 들어서는 순간 없어진다. 현대가 과거에 숨을 불어넣었다. 현대는 과거를 만나 향기를 얻었다. 골목 안은 봄꽃 내음과 차 향기가 가득하다. 전통차를 내놓는 찻집이 많이 생겼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차로 두세 시간이면 닿는 곳이 전주입니다. 기차를 타도 마찬가지고요. 친구 몇 명이 짝을 지어 가볍게 차를 마시고 돌아가도 괜찮지요.” 혼기를 살짝 넘긴 전주 아가씨 오선진씨의 설명이다. 그의 말대로 중간에 휴게소를 들르지 않았는데도 크게 피곤한 줄 모르겠다. 약간 침침하던 눈은 따뜻한 오미자차 한 모금에 맑아지고, 돌아오는 길엔 앞서 마신 쌍화탕 덕에 서울까지 논스톱이 가능했다.

“한옥에서 마시는 차는 날이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운치가 있어요. 열린 창호문 사이로 쏟아져 들어오는 봄볕은 보석 같고, 툇마루 앞마당에 추적추적 내리는 봄비는 생명수 같지요.” 오씨의 자랑이 이어진다. 번잡한 일상사에서 벗어나 분위기에 취하며 잠시 여유를 갖고 싶을 때 갈 만한 전주의 전통찻집들을 오씨에게 소개받았다.

글·사진=유지상 기자

차마당

 

전화부터 걸어 보고 움직여야 한다. 마당발에 오지랖 넓은 주인장 아저씨가 집을 비워 허탕을 칠 수 있기 때문. “좋은 차를 마셔야 제대로 맛을 알 수 있다”는 주인의 말을 따라 따로 주문하지 않는다. 그냥 주는 대로 마시는 게 이곳 방식이다. 그래도 입에 거슬리지 않는다. 전주 사람들은 찻집이라기보다 ‘전주 기인들의 사랑방’이라고 말한다. 차 마시다 말고 옆자리 손님과 의기투합해 곡차 잔치로 발전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언제나 열려 있는 대문 한쪽에 하늘을 향해 뻗어 있는 솟대가 정겹다. 눈에 보이는 동·서양화와 설치 작품들은 작가들이 찻값 대신 내놓은 것이란다. 손님 마음대로 돈을 내라고 하지만 한 잔에 5000원을 내면 될 듯. 063-283-6891.


교동다원

 

교동 한옥마을의 맏형 격인 전통찻집. 입소문이 전국 각지로 퍼져 물어 물어 찾아오는 외지손님이 많다. 서울에서 살던 부부가 무연고인 전주에 와 한옥을 개조해 가게를 냈다. 삐걱거리는 대문을 열면 그리 넓지 않은 마당 한쪽에 곧게 뻗은 대나무 숲이 있다. 서양식 벽난로와 한식 아궁이의 장점을 결합한 형태의 ‘통방 아궁이’, 대나무 파이프와 옛 가방을 활용해 만든 화장실의 ‘물탱크’는 신기한 볼거리다. 맑은 날 우물마루에 앉아 잘 다듬어진 후원을 바라보는 멋이 그만이다. 비 오는 날 대청마루에 앉아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차 마시는 재미도 있다. 부드러운 말차(5000원)에 우리 밀 과자를 서비스로 낸다. 063-282-7133.

다향(茶香)

 

전주전통문화센터가 직영하는 전통찻집. 입구에서 고개를 살짝 들이밀어 분위기를 파악하다가 코끝을 건드리는 대추차 향을 따라 문턱을 넘었다. 차향도 향이지만 2층에 있는 만큼 눈이 행복한 곳이다. 통유리 창 밖의 풍경이 그윽하다. 요즘은 매화향 고운차(5000원)가 좋다. 올해 갓 따서 말린 매화꽃을 차로 되살려 냈다. 향과 맛도 일품이지만 눈앞에서 피어오르는 매화꽃이 장관이다. 붉은 홍매화는 꽃술까지 고스란히 살아난다. 채취한 양이 적어 4월이 지나면 맛보기 어렵단다. 매주 월요일은 휴무. 063-280-7088.

 

 

 

지난해 12월 교동 한옥마을에 다크호스로 등장했다. 상호는 사계절의 봄이 아니라 ‘바라봄’의 봄이란다. 서로 마주하고 나누며 살 길 바라는 주인의 바람이 담겼다. 입구 양 옆엔 노란 왕수선이 봄바람에 살랑거리며 손님을 맞이한다. 본채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차분한 꽃 장식들이 반긴다. 창호 문 대신 유리문으로 개방감을 높였다. 전통차뿐 아니라 커피도 있고, 와인도 있다. 통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봄 햇살이 차 맛을 더한다. 오미자로 직접 만들었다는 오미자차(6000원)에서 전해 오는 온기가 맛과 분위기를 한층 돋운다. 목요일 오후 8시30분엔 음악공연도 열린다. 063-284-3737.

오목대 가는 길

 

찻상만 달랑 두 개뿐인 미니 찻집. 들어서자마자 무척 좁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아늑한 느낌으로 바뀐다. 귀에 거슬리던 옆 손님의 목소리도 정겹다. 은은하게 풍기는 쌍화탕이 마술을 부리는 모양이다. 손님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차가 바로 쌍화탕(6000원). 뜨겁게 데운 곱돌 찻잔에 담겨 나온다. 덥석 쥐었다간 큰일 난다. 뚜껑을 열고 밤·은행·대추·잣부터 떠먹고, 적당히 식으면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 들고 마신다. 다 마시고 나면 달곰하고 진했던 쌍화탕 맛을 깔끔하게 정리하라고 연잎차 등을 덤으로 내주니 빠뜨리지 말 것. 063-231-0212.

설예원

 

단순히 돈을 내고 차를 마시는 찻집은 아니다. 다도 예절을 정확히 익히면서 차 마시기를 체험하는 공간이다(사진). 현대인에게 점점 잊혀 가고 있는 전통 가정예절을 지키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차를 앞세웠다고 한다. 숙박을 할 경우엔 하루 종일 양껏 차를 마실 수 있고, 운이 좋으면 손수 다식을 만들어 볼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예약이 우선이나 그냥 방문해도 소규모 다례 체험은 가능하다. 어른 한 명에 1만원. 가족은 인원 수에 상관없이 2만원을 받는다. 13일엔 한·일 문화교류 차원에서 일본 다인들과 ‘차와 함께 즐기는 전주 화전(花煎)놀이’를 연다. 063-288-4566.

 

중앙일보 유지상 기자 [yjs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