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하이난(海南)도 보아오(博鰲)에서 13일 끝난 '보아오 포럼(Boao forum for Asia)'은 수퍼 파워로의 부상(浮上)을 노리는 중국의 위세(威勢)를 한껏 과시하는 무대였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은 12일 개막대회 연설을 통해, "세계의 다극화(多極化)는 돌이킬 수 없는 추세(不可逆轉)"이며 "중국의 미래는 세계의 운명과 연결돼 있고, 세계의 번영은 중국의 발전과 뗄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 스스로 자신들이 미국에 이은 또 하나의 '세계의 중심'임을 선언했다.
룽융투(龍永圖) 포럼 사무총장은 6월 영국에서 포럼의 금융 콘퍼런스를 개최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다보스(Davos) 포럼도 아시아에서 하계 대회를 개최하는데, 보아오 포럼이 유럽에 가지 말라는 법이 있느냐"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워싱턴 컨센서스 vs. 베이징 컨센서스=포럼에 참석한 중국측 인사들은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채권) 부실에 따른 '미국 발(發) 금융위기'는 미국이 경제 자유화와 탈규제화로 대표되는, 이른바 '워싱턴 컨센서스(consensus)'에 따른 신(新)자유주의적 경제질서를 지나치게 강조했기 때문이라고 공격했다.
류밍캉(劉明康) 중국 은행감독위원회 주석은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사태는 (미국 주도의) 자유화에 대한 경고로, 감독기구가 항상 시장 옆에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며 '금융 감독기능 강화'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또 "패스트 푸드는 먹기 편리하지만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요리한 음식이 더 맛있다"고 해, 미국의 빠른 금융개방 요구에 반대했다. 장젠칭(姜建淸) 중국공상은행장도 "세계 투자자들이 미국 채권(債券)을 과다 보유하기보다는 아시아 신흥시장에 투자를 다원화해야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들은 '정치적 민주화 없는 정부 주도의 시장경제발전'이라는 베이징 컨센서스에 따른 '중국식 발전모델'을 확산시키려는 중국의 의도가 깔린 것이다. 중국 정부가 올해로 30주년을 맞는 '개혁개방'의 성과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아시아와 아프리카 개발도상국가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티베트는 인권문제 아니다"=후진타오 주석은 직접 티베트 사태를 '내부 문제'라고 일축하면서, 시위 강경진압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에 맞대응했다. 그는 12일 호주의 케빈 러드(Rudd) 총리와 만나 "티베트 문제는 민족문제도, 종교문제도, 인권문제도 아니다" "오직 중국의 국가적 통일을 유지하기 위한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러드 총리 등 각국 정상 9명은 보아오 포럼 개막식 연설에서 '티베트 문제'는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오히려 '경쟁적으로' 서툰 중국어로 인사말을 하면서, 중국의 '환심'을 사려 애쓰는 듯했다. 이 탓에, 이번 포럼이 글로벌 이슈를 다루는 국제적 포럼이 아니라, 중국의 각본에 따른 '중국을 위한 포럼'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명진 특파원
‘중국 보아오 포럼’ 많이 컸다
올 참가자 53%늘어 출범 5년 새 급성장
中 지도부 적극지원 다보스 포럼 맹추격
중국 남부 하이난성(海南省)의 관광도시 보아오(博鰲)에서 매년 봄 열리는 ‘보아오 포럼(Boao Forum for Asia·약칭 BFA)’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넘어 글로벌 포럼으로 도약하고 있다.
1998년 당시 봅 호크(Hawke) 호주 총리와 호소카와(細川護熙) 일본 총리, 피델 라모스(Ramos) 필리핀 대통령 등의 공동 발의로 논의가 시작돼 2002년 4월 창립 총회를 가진 BFA의 참가 규모와 대상이 계속 확대되고 있는 게 첫 번째 요인이다.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3일 동안 열린 제6차 연례 총회의 경우, 중국 권력 서열 2위인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 글로리아 아로요(Arroyo) 필리핀 대통령, 샤우카트 아지즈(Aziz) 파키스탄 총리 등 세계 각국 정·관계 및 재계 지도자 1300여 명이 참석했다.
장관급 40명을 포함해 각국 정부 지도자만 200여 명. 여기에다 빌 게이츠(Gates)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과 로버트 바스틴 미국 서비스업연맹 총재,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경제계 거물급 인사만 600여 명에 달했다. 올해 참가자 수는 지난해 850여 명에 비해 53%나 늘었다.
주목할 점은 BFA가 텃밭 아·태 지역 외에 중동과 서아시아까지 세력 확장을 추진한다는 점. BFA는 이를 위해 19일 이사회를 열어 몇 달 안에 중동이나 서아시아 출신 이사 2명을 추가 선임, 이사회 멤버를 13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올해 포럼에는 또 중동을 대표해 사우디아라비아가 처음 참석했다. 이사 11명 가운데 카자흐스탄, 스웨덴 인사도 포함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라면 BFA가 조만간 스위스 ‘다보스 포럼’을 위협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보아오 포럼의 급성장 뒤엔 ‘세계의 공장’인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버티고 있다. 2001년 창립식 때 장쩌민(江澤民) 당시 국가주석이 참석한 것을 시작으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주룽지(朱鎔基)·원자바오(溫家寶) 전·현직 총리 등 최고 지도부가 BFA 연례총회에 나와 강력한 육성 의지를 과시하고 있다. 송의달 특파원
양안(兩岸) '화해 길' 이제는 뚫리나 후진타오 中주석·샤오완창 대만 부총통 회담
9년만에 관계개선 합의
중국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의 정부 최고위층이 1949년 이래 처음으로 공식 접촉했다.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표방한 마잉주(馬英九)가 대만 총통으로 당선된 지 20여일 만이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샤오완창(蕭萬長) 대만 부총통 당선자는 12일 중국 하이난(海南)도 보아오(博鰲)에서 회담을 갖고,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 집권 이래 약 9년간 대립관계였던 양안 관계를 개선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회담은 샤오완창이 '대만 양안공동시장 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보아오 포럼'에 참여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사실상 양안의 정부 최고위층 간 접촉이다. 대만과 홍콩언론들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최고위급 양안의 접촉"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 12일 약 60년 만에 중국?대만 간 최 고위층 회담을 가진 샤오완창 대만 부총통 당선자(왼쪽)와 후진타오 중 국 국가주석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AP 뉴시스
후 주석은 이날 "세계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양안 인민들이 협력을 강화하고 도전에 맞서 공동 번영 시나리오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샤오 당선자는 양안 간 ▲직항로(直航路)의 조속한 개통 ▲중국 관광객의 대만 관광 개방 ▲협상 기구 복원 ▲경제무역 정상화 등 4개항을 제안하는 등 20여분간의 회담은 시종 화기애애한 가운데 진행됐다.
중국은 특히 12일 저녁 후 주석이 주재한 '보아오 포럼 참석자 만찬'에서 샤오 당선자 부부를 후 주석과 같은 헤드 테이블에 앉도록 했다. 또 후 주석을 경호하는 중앙경위국 요원들에게 샤오 당선자의 경호를 맡겨, 외국 정상들에 준하는 '의전'을 했다.
대만 연합보는 샤오완창의 이번 중국 방문을 "얼음을 녹이는 여행(融氷之旅)"이라고 보도했다. 마잉주 총통의 중국 방문 또는 양안 간 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마잉주는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참석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고 대만 자유시보가 12일 전했다. 하지만 장링천 대만대 교수는 "당장 가시적인 결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진 특파원
보아오 포럼
'동양의 하와이'라 불리는 중국 남쪽 하이난섬 보아오(博鰲)는 매년 4월이면 아시아 각지에서 달려오는 정치·경제 지도자와 학자들로 넘쳐난다. 이 아시아 리더들은 남중국해 바닷가 동유섬에 있는 국제회의장에 모여 아시아의 현안과 미래를 놓고 머리를 맞댄다.
2001년 '아시아판 다보스 포럼'을 내세우며 출범한 '보아오 포럼'(Boao Forum for Asia·BFA)은 이제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1998년 라모스 전 필리핀 대통령, 호크 전 호주 총리, 호소카와 전일본 총리가 '아시아가 당면한 도전을 함께 대화하고 협력하는 다자(多者) 포럼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듬해 후진타오 당시 중국 국가부주석은 베이징으로 날아온 라모스와 호크를 만나 "중국 정부가 포럼을 전적으로 후원하겠다"고 밝혔다. 2001년 2월 아시아 26개국 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보아오에서 출범식이 열렸고 이듬해 4월 1차 총회가 개최됐다.
보아오 포럼은 연차 총회 외에도 수시로 다양한 회의를 갖고 있다. 2006년 한 해 동안 '실크로드 투자 포럼'(중국 시안·6월), '아시아 교육 포럼'(중국 베이징·10월), '아시아 문화 포럼'(일본 교토·11월), '지속가능 발전 포럼'(11월·중국 선전)을 열었다. 참가자도 아시아에 관심 있는 외부 인사들로 확대되고 있다. 이사 중에 스웨덴 사람이 있고, 2007년 총회에는 빌 게이츠가 참석했다.
2008년 보아오 포럼이 11~13일 39개국에서 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포럼 탄생의 막후 주역인 후진타오 주석이 4년 만에 나온 것을 비롯해 러드 호주 총리,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 라인펠트 스웨덴 총리 등 11개국 정상급 인사들이 왔다. 올해 주제는 '녹색 아시아'. 지구적 관심사인 기후 변화와 미국발 금융위기 대책을 집중 논의했다.
보아오 포럼은 '아시아의 공영(Win-Win)'을 내걸지만 중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회의 장소가 보아오로 고정됐고 사무국은 베이징에 있다. 모든 회의에서 중국어는 영어와 함께 공용어다. 6월 런던에서 갖는 '국제 자본 콘퍼런스'는 중국 자본의 세계 진출을 돕는 자리다. 중국은 지난해 시작된 '하계 다보스 포럼'도 내리 3년을 유치했다. 무섭게 커 가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아시아·태평양, 나아가 세계 의제를 주도하려는 중국의 야심이 겁난다.
이선민 논설위원
국제 컨벤션도시로 다시 태어난 보아오
궁벽한 작은 어촌이었던 보아오(博鰲)가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인 보아오포럼으로 국제적인 컨벤션 도시로 다시 태어났다.
중국의 남단 하이난(海南)성 충하이(瓊海)시에 속한 보아오진(鎭)은 86㎢ 면적에 인구 2만7천명의 작은 읍이지만 매년 4월이면 전 세계 정·관·재계 지도자들이 몰려들면서 국제적 이목이 집중되는 곳으로 탈바꿈했다.
보아오진의 발전은 물론 보아오포럼의 성장과 함께 하고 있다.
보아오포럼 7회째를 맞은 보아오진 읍내는 여전히 한적한 휴양지의 모습이지만 깔끔하게 정리된 시내 도심은 남국 특유의 야자수가 넘실대며 주민들 얼굴에도 여유로움이 넘쳐났다.
보아오진의 상점 주인 머우(莫)씨는 "1990년대만 해도 보아오에는 아무 것도 없다시피 했다"며 "보아오포럼이 열리고서부터 관광객이 크게 늘어나면서도 일자리도 많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11일 전 세계 11개국 정상을 비롯해 2천여명의 정·관·재계 지도자들이 대거 모여든 보아오는 다보스포럼이 열리는 스위스 휴양도시 다보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제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보아오에선 지난 2000년 이래 모두 600여차례의 국제회의가 열린 것으로 추산된다. 왕후이야(王暉雅) 전 보아오진 서기는 "예전엔 우리가 이 마을에서 최고 높은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전세계의 국가원수와 정부수뇌들이 항상 찾는 곳이 됐다"고 말했다.
보아오포럼이 유명해지면서 관광객과 골프 휴양객도 크게 늘었다.
2000년대 들어 보아오에 30여개 호텔, 리조트, 여관들이 잇따라 문을 열면서 하루에 보아오를 찾는 관광객만 평균 5천명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보아오진측은 밝혔다.
과거 농사와 어업에만 종사하던 주민들도 호텔과 골프장, 관광업소 등 서비스직 종사자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보아오진의 경제규모는 2000년 1억1천400만위안(약 160억원)에서 2005년 3억6천만위안(500억원)으로 5년만에 3배 이상 늘었고 주민의 소득도 2천140위안에서 3천389위안으로 증가했다.
급속한 보아오진의 발전을 빗대 '보아오 속도', '보아오 효과'라는 말까지 나온다.
보아오포럼 이사장인 피델 라모스 전 필리핀 대통령은 "과거 보아오가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돌아보게 된다"며 "당시엔 아무 것도 없었던 작은 어촌에 불과했는데 이곳에서 전 세계 지도자들이 모여 아시아의 미래를 토론하면서 보아오에도 거대한 변화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보아오 포럼'' 중(中) 독무대
'보아오 포럼' 중(中) 독무대… "다극화 돌이킬 수 없어"
수퍼파워 과시… 후진타오 '또하나의 중심' 선언
중국 하이난(海南)도 보아오(博鰲)에서 13일 끝난 '보아오 포럼(Boao forum for Asia)'은 수퍼 파워로의 부상(浮上)을 노리는 중국의 위세(威勢)를 한껏 과시하는 무대였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은 12일 개막대회 연설을 통해, "세계의 다극화(多極化)는 돌이킬 수 없는 추세(不可逆轉)"이며 "중국의 미래는 세계의 운명과 연결돼 있고, 세계의 번영은 중국의 발전과 뗄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 스스로 자신들이 미국에 이은 또 하나의 '세계의 중심'임을 선언했다.
룽융투(龍永圖) 포럼 사무총장은 6월 영국에서 포럼의 금융 콘퍼런스를 개최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다보스(Davos) 포럼도 아시아에서 하계 대회를 개최하는데, 보아오 포럼이 유럽에 가지 말라는 법이 있느냐"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워싱턴 컨센서스 vs. 베이징 컨센서스=포럼에 참석한 중국측 인사들은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채권) 부실에 따른 '미국 발(發) 금융위기'는 미국이 경제 자유화와 탈규제화로 대표되는, 이른바 '워싱턴 컨센서스(consensus)'에 따른 신(新)자유주의적 경제질서를 지나치게 강조했기 때문이라고 공격했다.
류밍캉(劉明康) 중국 은행감독위원회 주석은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사태는 (미국 주도의) 자유화에 대한 경고로, 감독기구가 항상 시장 옆에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며 '금융 감독기능 강화'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또 "패스트 푸드는 먹기 편리하지만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요리한 음식이 더 맛있다"고 해, 미국의 빠른 금융개방 요구에 반대했다. 장젠칭(姜建淸) 중국공상은행장도 "세계 투자자들이 미국 채권(債券)을 과다 보유하기보다는 아시아 신흥시장에 투자를 다원화해야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들은 '정치적 민주화 없는 정부 주도의 시장경제발전'이라는 베이징 컨센서스에 따른 '중국식 발전모델'을 확산시키려는 중국의 의도가 깔린 것이다. 중국 정부가 올해로 30주년을 맞는 '개혁개방'의 성과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아시아와 아프리카 개발도상국가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티베트는 인권문제 아니다"=후진타오 주석은 직접 티베트 사태를 '내부 문제'라고 일축하면서, 시위 강경진압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에 맞대응했다. 그는 12일 호주의 케빈 러드(Rudd) 총리와 만나 "티베트 문제는 민족문제도, 종교문제도, 인권문제도 아니다" "오직 중국의 국가적 통일을 유지하기 위한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러드 총리 등 각국 정상 9명은 보아오 포럼 개막식 연설에서 '티베트 문제'는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오히려 '경쟁적으로' 서툰 중국어로 인사말을 하면서, 중국의 '환심'을 사려 애쓰는 듯했다. 이 탓에, 이번 포럼이 글로벌 이슈를 다루는 국제적 포럼이 아니라, 중국의 각본에 따른 '중국을 위한 포럼'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명진 특파원
‘중국 보아오 포럼’ 많이 컸다
올 참가자 53%늘어 출범 5년 새 급성장
中 지도부 적극지원 다보스 포럼 맹추격
중국 남부 하이난성(海南省)의 관광도시 보아오(博鰲)에서 매년 봄 열리는 ‘보아오 포럼(Boao Forum for Asia·약칭 BFA)’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넘어 글로벌 포럼으로 도약하고 있다.
1998년 당시 봅 호크(Hawke) 호주 총리와 호소카와(細川護熙) 일본 총리, 피델 라모스(Ramos) 필리핀 대통령 등의 공동 발의로 논의가 시작돼 2002년 4월 창립 총회를 가진 BFA의 참가 규모와 대상이 계속 확대되고 있는 게 첫 번째 요인이다.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3일 동안 열린 제6차 연례 총회의 경우, 중국 권력 서열 2위인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 글로리아 아로요(Arroyo) 필리핀 대통령, 샤우카트 아지즈(Aziz) 파키스탄 총리 등 세계 각국 정·관계 및 재계 지도자 1300여 명이 참석했다.
장관급 40명을 포함해 각국 정부 지도자만 200여 명. 여기에다 빌 게이츠(Gates)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과 로버트 바스틴 미국 서비스업연맹 총재,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경제계 거물급 인사만 600여 명에 달했다. 올해 참가자 수는 지난해 850여 명에 비해 53%나 늘었다.
주목할 점은 BFA가 텃밭 아·태 지역 외에 중동과 서아시아까지 세력 확장을 추진한다는 점. BFA는 이를 위해 19일 이사회를 열어 몇 달 안에 중동이나 서아시아 출신 이사 2명을 추가 선임, 이사회 멤버를 13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올해 포럼에는 또 중동을 대표해 사우디아라비아가 처음 참석했다. 이사 11명 가운데 카자흐스탄, 스웨덴 인사도 포함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라면 BFA가 조만간 스위스 ‘다보스 포럼’을 위협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보아오 포럼의 급성장 뒤엔 ‘세계의 공장’인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버티고 있다. 2001년 창립식 때 장쩌민(江澤民) 당시 국가주석이 참석한 것을 시작으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주룽지(朱鎔基)·원자바오(溫家寶) 전·현직 총리 등 최고 지도부가 BFA 연례총회에 나와 강력한 육성 의지를 과시하고 있다.
송의달 특파원
양안(兩岸) '화해 길' 이제는 뚫리나
후진타오 中주석·샤오완창 대만 부총통 회담
9년만에 관계개선 합의
중국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의 정부 최고위층이 1949년 이래 처음으로 공식 접촉했다.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표방한 마잉주(馬英九)가 대만 총통으로 당선된 지 20여일 만이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샤오완창(蕭萬長) 대만 부총통 당선자는 12일 중국 하이난(海南)도 보아오(博鰲)에서 회담을 갖고,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 집권 이래 약 9년간 대립관계였던 양안 관계를 개선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회담은 샤오완창이 '대만 양안공동시장 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보아오 포럼'에 참여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사실상 양안의 정부 최고위층 간 접촉이다. 대만과 홍콩언론들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최고위급 양안의 접촉"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 12일 약 60년 만에 중국?대만 간 최 고위층 회담을 가진 샤오완창 대만 부총통 당선자(왼쪽)와 후진타오 중 국 국가주석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AP 뉴시스
후 주석은 이날 "세계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양안 인민들이 협력을 강화하고 도전에 맞서 공동 번영 시나리오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샤오 당선자는 양안 간 ▲직항로(直航路)의 조속한 개통 ▲중국 관광객의 대만 관광 개방 ▲협상 기구 복원 ▲경제무역 정상화 등 4개항을 제안하는 등 20여분간의 회담은 시종 화기애애한 가운데 진행됐다.
중국은 특히 12일 저녁 후 주석이 주재한 '보아오 포럼 참석자 만찬'에서 샤오 당선자 부부를 후 주석과 같은 헤드 테이블에 앉도록 했다. 또 후 주석을 경호하는 중앙경위국 요원들에게 샤오 당선자의 경호를 맡겨, 외국 정상들에 준하는 '의전'을 했다.
대만 연합보는 샤오완창의 이번 중국 방문을 "얼음을 녹이는 여행(融氷之旅)"이라고 보도했다. 마잉주 총통의 중국 방문 또는 양안 간 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마잉주는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참석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고 대만 자유시보가 12일 전했다. 하지만 장링천 대만대 교수는 "당장 가시적인 결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진 특파원
보아오 포럼
'동양의 하와이'라 불리는 중국 남쪽 하이난섬 보아오(博鰲)는 매년 4월이면 아시아 각지에서 달려오는 정치·경제 지도자와 학자들로 넘쳐난다. 이 아시아 리더들은 남중국해 바닷가 동유섬에 있는 국제회의장에 모여 아시아의 현안과 미래를 놓고 머리를 맞댄다.
2001년 '아시아판 다보스 포럼'을 내세우며 출범한 '보아오 포럼'(Boao Forum for Asia·BFA)은 이제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1998년 라모스 전 필리핀 대통령, 호크 전 호주 총리, 호소카와 전일본 총리가 '아시아가 당면한 도전을 함께 대화하고 협력하는 다자(多者) 포럼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듬해 후진타오 당시 중국 국가부주석은 베이징으로 날아온 라모스와 호크를 만나 "중국 정부가 포럼을 전적으로 후원하겠다"고 밝혔다. 2001년 2월 아시아 26개국 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보아오에서 출범식이 열렸고 이듬해 4월 1차 총회가 개최됐다.
보아오 포럼은 연차 총회 외에도 수시로 다양한 회의를 갖고 있다.
2006년 한 해 동안 '실크로드 투자 포럼'(중국 시안·6월), '아시아 교육 포럼'(중국 베이징·10월), '아시아 문화 포럼'(일본 교토·11월), '지속가능 발전 포럼'(11월·중국 선전)을 열었다. 참가자도 아시아에 관심 있는 외부 인사들로 확대되고 있다. 이사 중에 스웨덴 사람이 있고, 2007년 총회에는 빌 게이츠가 참석했다.
2008년 보아오 포럼이 11~13일 39개국에서 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포럼 탄생의 막후 주역인 후진타오 주석이 4년 만에 나온 것을 비롯해 러드 호주 총리,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 라인펠트 스웨덴 총리 등 11개국 정상급 인사들이 왔다. 올해 주제는 '녹색 아시아'. 지구적 관심사인 기후 변화와 미국발 금융위기 대책을 집중 논의했다.
보아오 포럼은 '아시아의 공영(Win-Win)'을 내걸지만 중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회의 장소가 보아오로 고정됐고 사무국은 베이징에 있다. 모든 회의에서 중국어는 영어와 함께 공용어다. 6월 런던에서 갖는 '국제 자본 콘퍼런스'는 중국 자본의 세계 진출을 돕는 자리다. 중국은 지난해 시작된 '하계 다보스 포럼'도 내리 3년을 유치했다. 무섭게 커 가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아시아·태평양, 나아가 세계 의제를 주도하려는 중국의 야심이 겁난다.
이선민 논설위원
국제 컨벤션도시로 다시 태어난 보아오
궁벽한 작은 어촌이었던 보아오(博鰲)가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인 보아오포럼으로 국제적인 컨벤션 도시로 다시 태어났다.
중국의 남단 하이난(海南)성 충하이(瓊海)시에 속한 보아오진(鎭)은 86㎢ 면적에 인구 2만7천명의 작은 읍이지만 매년 4월이면 전 세계 정·관·재계 지도자들이 몰려들면서 국제적 이목이 집중되는 곳으로 탈바꿈했다.
보아오진의 발전은 물론 보아오포럼의 성장과 함께 하고 있다.
보아오포럼 7회째를 맞은 보아오진 읍내는 여전히 한적한 휴양지의 모습이지만 깔끔하게 정리된 시내 도심은 남국 특유의 야자수가 넘실대며 주민들 얼굴에도 여유로움이 넘쳐났다.
보아오진의 상점 주인 머우(莫)씨는 "1990년대만 해도 보아오에는 아무 것도 없다시피 했다"며 "보아오포럼이 열리고서부터 관광객이 크게 늘어나면서도 일자리도 많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11일 전 세계 11개국 정상을 비롯해 2천여명의 정·관·재계 지도자들이 대거 모여든 보아오는 다보스포럼이 열리는 스위스 휴양도시 다보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제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보아오에선 지난 2000년 이래 모두 600여차례의 국제회의가 열린 것으로 추산된다. 왕후이야(王暉雅) 전 보아오진 서기는 "예전엔 우리가 이 마을에서 최고 높은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전세계의 국가원수와 정부수뇌들이 항상 찾는 곳이 됐다"고 말했다.
보아오포럼이 유명해지면서 관광객과 골프 휴양객도 크게 늘었다.
2000년대 들어 보아오에 30여개 호텔, 리조트, 여관들이 잇따라 문을 열면서 하루에 보아오를 찾는 관광객만 평균 5천명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보아오진측은 밝혔다.
과거 농사와 어업에만 종사하던 주민들도 호텔과 골프장, 관광업소 등 서비스직 종사자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보아오진의 경제규모는 2000년 1억1천400만위안(약 160억원)에서 2005년 3억6천만위안(500억원)으로 5년만에 3배 이상 늘었고 주민의 소득도 2천140위안에서 3천389위안으로 증가했다.
급속한 보아오진의 발전을 빗대 '보아오 속도', '보아오 효과'라는 말까지 나온다.
보아오포럼 이사장인 피델 라모스 전 필리핀 대통령은 "과거 보아오가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돌아보게 된다"며 "당시엔 아무 것도 없었던 작은 어촌에 불과했는데 이곳에서 전 세계 지도자들이 모여 아시아의 미래를 토론하면서 보아오에도 거대한 변화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보아오<중국>=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