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두리번거리게 돼요. 혹시 그가 하얀 미소를 보이며 차에서 내리진 않을까, "많이 피곤하지?" 하며 내 빨강 캐리어 가방을 들어 트렁크에 실어주진 않을까, 이제 그의 마중 같은 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고개를 들어 그를 찾게 됩니다. 녀석, 끝까지 날 감동시키고 멋지게 떠났어요. 상상도 못하고 있었는데, 내가 탑승한 시드니행 비행기 G열 42번 좌석에 앉아 있더라구요. 내가 선물했던 청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는 말이에요. 내 비행 스케줄을 쫙 꾀고 있으니까, 아마 일부러 그 비행기 티켓을 끊은 거겠죠. "니 배웅 받으면서 가려구... 이러면 니가 날 시드니까지 데려다 주는 거잖아.." 이렇게 맑은 녀석이.. 왜 그렇게 시퍼런 멍 자국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야 하는지, 하마터면 눈물을 보일 뻔 했습니다. 난, 늘 그가 안쓰러웠고, 가슴 아팠고, 따끔 거렸어요. 어렸을 때 자기를 두고 집을 나가버린 엄마를 향한 그리움.. 그 그리움이 때때로 내 가슴팍까지 파고들어와 명치끝이 저려오곤 했어요. 그러면서 언제부터인가, 녀석에게 친구가 아닌 연인이, 엄마가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정을 가장한 사랑이 시작된 거죠. 한 달 전쯤인가, 공항에 마중 나왔던 녀석하고 저녁을 먹었어요. 인천에 있는 어느 횟집에 갔었는데, 내 앞 접시에 매운탕을 떠 주면서 갑자기 그러는 거예요. "몇 년 간 못 보게 될지도 모르니까, 내 얼굴 실컷 봐 둬" 무슨 말이냐고 물었더니 유학을 간다는 거였어요. 가지 말라고 붙잡고 싶었지만, 내겐 그럴 권리가 없는 거잖아요. 우린, 친구니까..그러기로 했으니까... 그래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매운탕 국물을 숟가락으로 떠먹으며 그랬어요. "아, 맛있다. 돌아오는 날 연락해. 그땐 내가 너 마중 나갈게" 부기장님이 내 앞에 차를 세우더니 타라고 손짓을 하네요. 시드니에서 쇼핑을 좀 도와줬거든요. 애인 가방 사는 걸요. 그랬더니 고마웠는지..서울까지 태워다 주겠다네요. 부디, 그를 너무 먼 곳에 내려주고 온 게 아니길 바랍니다. 그가 시드니 공항에 내리면서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귓가에 맴돌아요. "너, 그 스카프 정말 잘 어울린다"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겁내지 말고 고백하라고, 이미 우정이 아닌 사랑이 되어버린 마음을 얘기하라고... - 오늘 등장했던 누군가가 내일 '사랑이..사랑에게' 주인공 입니다 -
[사랑이 사랑에게] 스카프가 잘 어울리는 여자
자꾸만 두리번거리게 돼요.
혹시 그가 하얀 미소를 보이며 차에서 내리진 않을까,
"많이 피곤하지?"
하며 내 빨강 캐리어 가방을 들어 트렁크에 실어주진 않을까,
이제 그의 마중 같은 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고개를 들어 그를 찾게 됩니다.
녀석, 끝까지 날 감동시키고 멋지게 떠났어요.
상상도 못하고 있었는데,
내가 탑승한 시드니행 비행기 G열 42번 좌석에 앉아 있더라구요.
내가 선물했던 청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는 말이에요.
내 비행 스케줄을 쫙 꾀고 있으니까,
아마 일부러 그 비행기 티켓을 끊은 거겠죠.
"니 배웅 받으면서 가려구...
이러면 니가 날 시드니까지 데려다 주는 거잖아.."
이렇게 맑은 녀석이..
왜 그렇게 시퍼런 멍 자국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야 하는지,
하마터면 눈물을 보일 뻔 했습니다.
난, 늘 그가 안쓰러웠고, 가슴 아팠고, 따끔 거렸어요.
어렸을 때 자기를 두고 집을 나가버린 엄마를 향한 그리움..
그 그리움이 때때로 내 가슴팍까지 파고들어와
명치끝이 저려오곤 했어요.
그러면서 언제부터인가, 녀석에게 친구가 아닌 연인이,
엄마가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정을 가장한 사랑이 시작된 거죠.
한 달 전쯤인가, 공항에 마중 나왔던 녀석하고 저녁을 먹었어요.
인천에 있는 어느 횟집에 갔었는데,
내 앞 접시에 매운탕을 떠 주면서 갑자기 그러는 거예요.
"몇 년 간 못 보게 될지도 모르니까, 내 얼굴 실컷 봐 둬"
무슨 말이냐고 물었더니 유학을 간다는 거였어요.
가지 말라고 붙잡고 싶었지만, 내겐 그럴 권리가 없는 거잖아요.
우린, 친구니까..그러기로 했으니까...
그래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매운탕 국물을 숟가락으로 떠먹으며 그랬어요.
"아, 맛있다. 돌아오는 날 연락해. 그땐 내가 너 마중 나갈게"
부기장님이 내 앞에 차를 세우더니 타라고 손짓을 하네요.
시드니에서 쇼핑을 좀 도와줬거든요. 애인 가방 사는 걸요.
그랬더니 고마웠는지..서울까지 태워다 주겠다네요.
부디, 그를 너무 먼 곳에 내려주고 온 게 아니길 바랍니다.
그가 시드니 공항에 내리면서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귓가에 맴돌아요.
"너, 그 스카프 정말 잘 어울린다"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겁내지 말고 고백하라고,
이미 우정이 아닌 사랑이 되어버린 마음을 얘기하라고...
- 오늘 등장했던 누군가가
내일 '사랑이..사랑에게' 주인공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