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영어공교육안

이용래2008.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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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사회에서 영어실력(점수)은 서열와된 일종의 지표로서

 

그 사람의 자본주의적 가치를 표상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1-1)

입시제도상 점수로 그 위치를 최초 발견할 수 있으나,

 

이를 심화, 가중시키는 사회환경은

 

친미(숭미)적 정서

- 영어잘하는사람‘에 대한 엘리트적, 주류적 이미지

 

지구화된 기업환경(자격요건) 및 이에 기반한 생존, 경쟁 담론의 번성 등이다.

 

 

2)

중요한 것은 영어구사능력이 개개인에게 자본이 되는 무형자원이며, 계발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즉 자율경제주체들은 자신들의 자원을 동원하여 남들보다 높은 영어서열을 갖기위해 행위한다.

 

이에따라 학습의 평균적,절대적 수준 및 그 향상여부와는 관계없이 영어실력에 있어서의 분화(서열화)는 추동되며,

 개인들은 소유한 자본량과 의지정도에 따라 사교육비를 투입한다.

 

다시말해, 한국사회에서 영어능력은 (절대적이기보다) 상대적인 지표로서 작동하여

개인간 경쟁과 서열화를 유도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동안 증가되어온 영어사교육비 투입은 학생들의 평균수준을 높임과 동시에

서열의 상부가 새로운 영어교육컨텐츠와 구사능력 습득을 개척하도록 이끌고 있는데

이는 어학연수, 조기유학, 원어민홈티쳐 등 다양하고 (비교적) 높은비용을 필요로 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3)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제시하는 영어공교육의 지향/필요수준은 일반대중에세 하나의 이정표와 같은 의미를 가진다. 공교육의 수준 제시는, 경쟁과 서열화 가운데서도 일종의 표준(standard)을 성정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이 표준을 지표삼아 국가(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영어능력이 어느정도인지를 가늠한다

 

때문에 이를 만족시킨다는 것은, 중고등교육상 정상수준을 달성한다는 의미외에도

교육을 비롯한 국가사회 제도권으로부터 배제되지 않는 것을 의미하며

향후 청소년들의 진로 및 미래설계, 가치관에도 큰 영향을 준다.

 

 

 

 

영어교육의 이런 특성을 감안하면서 이번 문제를 되짚어보자.

 

동시에 생각해야 할 것은 언어로서의 영어교육‘이라는 문제와 교육공학적 문제,

즉 정책의 즉시적 효과외에도 이후 정책지향점에 다다르는 것에 대한 문제 등이다.

 

새 정부의 영어몰입교육안은 공교육의 수준을 크게 높이자는 셈이다. 물론 현 수준이 낮다는 것은 아니나, 실용적이며 듣고 말하기에 중심이 맞춰진 새 방안과는 교수방법 및 패러다임상 큰 차이가 있다. 이는 그동안의 사교육, 그것도 상층부 사교육에서 진행되던 고비용의 서열화컨텐츠를 공교육에 흡수시키는 방안으로, 상향평준화를 꾀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우선 정리해볼 것은,

 

1 새 영어정책은 공교육이 제시하는 표준standard을 (현재와 약간 다른차원에서) 상향시키는 안이라는 것과

1-1 따라서 이는 상향된 표준에 부합하기 위한, (서열 상층에서는 반대로 이와 차별화하기 위한) 추가적인 사교육비 부담을 발생시킬 것이라는 점,

1-2 그리고 이에 따른 저소득계층의 공교육 낙오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

 

여기까지 놓고보자면 이번 정책은, 공교육의 특성과 취지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현재의 심각한 빈부격차 및 양극화를 감안하자면 더더욱 반대의견이 높을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내가 최근에 관우형과 이야기를 하면서 관심을 갖게 된 부분은 일말의 이견을 보인다.

2 현 영어공교육의 사실 중 하나는, 고교를 졸업해도 원어민과 대화는 커녕 말 몇마디 하기도 힘들다는 점이다. 꼭 그래야할 필요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럼 꼭 영어공부를 할 필요가 있느냐고 되묻고 싶다.

 

2-1 영어는 언어다, 수학/과학처럼 원리를 알고 지식을 쌓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실제 그 언어의 사고방식으로 생각하고 표현함으로써, 언어에 포함된 문화를 익히고

 

언어벽을 넘어 소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과목이다. 이를 위해 문법이나 기타지식들이 수반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목적은 아니다.

 

(이게 틀리다고 한다면 당신은 지금까지 해왔던 영어학'이나 계속해야 한다. 영어가 아닌.)

 

2-2

사실 영어점수가 지표로서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내신-수능-토익-텝스-토플에 이르기까지 점수화된 인간관에 한몫하는 이유도

 

실제 구사능력과 별 상관없이, 지나온 교육환경에서 단순히 똑똑함의 지표로서 이용되어왔기 때문이다. 일종의 만능지표로서.

 

실-구사능력이 어떤지 일일이 알 수 없고, (설마 일주일 준비한 3분짜리 입사면접스피치가 실-구사능력이라고 생각하는건 아니겠지?) 다들 비슷하다보니 수치화된 점수가 중요해진거다.

 

실력의 부재에 수치의 가시성이 오버랩된 경우라고 하겠다

 

2-3

이러한 문제점들을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심화되는 상태에서,

 

단순히 비용이 두렵다는 이유 하나로 이번 안을 두팔들고 반대만한다면

 

정책구상과 논쟁에서 얻을 수 있는 영어공교육의 개선활로도 같이 묻어버리는 셈이 된다.

 

 

3

현재의 영어사교육비 투입과 자기계발이 한국 자본주의 인력시장에서 지배적인 구조라면,

 

또 영어공교육의 표준을 어디에 설정하든 서열화와 경쟁으로 개인들의 돈과 시간이 소비될 것이라면

 

그 표준을 ‘언어’라는 차원에서 올바르게 상향이동함으로써

 

장기적인 영어교육의 정상화/실용화를 노려볼 수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다. (only점수경쟁 대신말이다!)

 

이 안이 성공적으로 안정화된다면, 이후에는 실-구사능력을 위주로 한 어느정도의 평준화가 가능할거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물론 앞서말했듯 초기진통 및 공교육낙오는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 간극은... 영영 메꾸지 못한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약간은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자세로 생각하건데

 

현 상태로 영어 실-구사능력이 상층서열의 고비용투입 사교육위주로만 획득이 가능하고

 

중하부계층에서는 이의 부재를 커버하기 위해 토익점수에만 메달리는 구조가 지속/심화되는 것보다는

 

공교육의 과감한 차원이동을 통해 실-구사능력 획득을 평준화하고, 이를 통해 영어의 소득수준별 서열화와 과도한 사교육비투입을 저지할 가능성을 밀어보는 것이 더 발전적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