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이른 유적

노성래2008.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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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이른 유적  이재훈



 

 

너를 보다 보니
너는 안보이고 내 경험이 보인다
나는 너를 때 이른 경험으로 만지작거리다가
급기야 너를 훼손하고 만다
유적이란 게 있다
그것을 과대포장하거나 비약하고 싶진 않지만
내게도 비밀스런 유적 하나 있다면
그건 두려움이다
이를테면 바람소리만 남은 빈집 같은 것
그 공명 속에 사랑이란 서표가 흩날리는 것
내 가슴에 두려움이 녹슨 풍경(風磬)처럼 남아
새벽녘이거나 해가 지는 도시의 골목길에서
제 몸을 흔들어 나를 깨우는 것이다
저기 담벼락에 꽃 한 송이가 안간힘으로 피어 있다
꽃이 떨어지면 그 꽃을 지키던 잡초 하나는
평생 간직할 유적 하나를
선물로 받게 될 것이다
나는 작고 예쁜 그 꽃이 언젠가는 떨어질 것을 알고 있다
누구나 아는 이 사실을 알기까지
나는 내 젊음을 모두 소진했다
마음은 가장 무거운 유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