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방송에서 이 영화를 보고 인터넷을 뒤져보니 별 내용이 없었다. 제작년도는 2004년이라는데 본 사람도 별로 없고 그저 소수 몇 사람만 아는 영화인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발 킬머가 출연한 영화중에 ‘붉은 사슴 비’ 이후로 꽤 괜찮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모양이었다.
케이블로 보는 영화가 늘 그렇지만 첫 장면부터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줄거리를 보니 내가 봤던 장면이 거의 초반부인 것은 틀림없었다. 내가 맨 처음 본 장면은 발 킬머가 작은 종이에 적힌 비밀요원으로서의 수칙을 보는 장면이었다. 그는 후반부에 그 작은 종이에 담배를 말아 피는데 그것으로 영화의 전체 의미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게 된다. 바로 우리가 믿는 가치나 법의 허구성을 폭로하는 것이다.
영화의 내용을 간략히 줄여 말하자면 군인출신 비밀요원이 행방불명된 대통령의 딸을 찾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붉은 사슴 비’에서 그랬듯 이번에도 발 킬머는 헐리우드식 직선적 시점이 아닌 입체적인 시점을 보여준다. 대통령의 딸을 찾는 것 이상으로 내부적인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다.
영화의 중반부까지는 비밀 요원이 해야 하는 거칠고 폭력적인 장면이 나온다. 언론이 알기 전에 먼저 그녀를 찾아야 하기에 서둘러야 한다. 발 킬머는 흑인 파트너와 함께 클럽을 찾아가 성매매 포주의 팔을 부러뜨리는 등 거칠게 일을 처리해 간다. 작은 정보를 하나하나 얻며 창녀를 관리하는 곳까지 찾아가지만 대통령의 딸은 이미 국제적 인신 매매단에게 끌려간 뒤였다. 발 킬머와 흑인 파트너는 인신 매매의 중개자 정도 되는 이들을 찾아가지만 무기를 든 상대 두 명을 없애고 아무 정보도 얻지 못하게 된다.
이때부터 상황은 조금 심각해진다. 발 킬머는 고위층의 지시에 따라 불법적인 일을 감행하게 된다. 바로 감옥에 갇혀있는 수감자 중에 인신 매매단의 중요인물이 있는데 그가 건강상 문제로 병원으로 이송되는 도중 그를 빼내서 자기편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발 킬머는 그 때문에 차를 호송하던 경찰을 총으로 쏴 죽인 뒤 이송 중이던 죄수 중 다른 범죄로 잡힌 사람까지 살해하게 된다. 모두 인신 매매범을 믿게 하기 위해 저지른 일이었다. 어쨌든 발 킬머와 정보국의 계획은 어느 정도 성공하는 것 같았지만 흑인 파트너와 접선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결국 인신 매매범을 사살하게 된다.
다행히 발 킬머는 인신 매매범을 사살하기 전에 나눈 대화에서 대통령의 딸이 두바이로 붙잡혀 갔다는 말을 듣게 된다. 문제는 과연 인신 매매범이 말하는 그녀가 대통령의 딸인지 확인할 방법도 없이 그저 인상착의만으로 짐작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발 킬머와 다른 요원들이 두바이로 떠나려고 계획하기 전, 뉴스에서 대통령의 딸이 그녀와 내연의 관계에 있던 교수와 함께 보트에서 발견됐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고 계획은 모두 종결된다.
발 킬머는 조용한 시골로 돌아가 농사를 지으려 하지만 흑인 파트너가 찾아와 자신들이 조사했던 장소(앞서 인신매매 중개자들이 있던 집)에서 대통령의 딸이 남긴 사인(피카소 흉내낸 그림이라는데 잘 모르겠음)을 봤다며 다시 가보자고 한다. 그리고 그곳에 갔다가 흑인 파트너는 스나이퍼에 의해 살해를 당하고 발 킬머는 간신히 살아서 영부인을 만나기 위해 백악관으로 찾아간다. 그런데 그곳에서 뜻밖에도 대통령의 딸을 어릴 적부터 키워오던 요원을 만나게 된다. 그녀로부터 얘기를 들어보니 그 여자 요원만 대통령의 딸을 구해내고 싶어 할 뿐 대통령이나 그의 측근들은 재선에 문제가 될까봐 그녀가 두바이로 잡혀간 사실을 묻어버리려고 하고 있었다.
발 킬머는 여차 저차해서 대통령의 딸을 구해내지만 그녀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한다. 그러면서 왜 발 킬머 혼자 온 것인지 따지며 스파르타인에 관련된 대사를 하는데 디오니소스 왕이 스파르타에 구원병을 요청했을 때 단 한 명만 보냈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다음 대사로 왕들 중에는 자기 딸에게 황금 칠을 한 사람도 있다고 했는데 영화의 제목이 스파르탄인 이유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물론 전체적으로 인간의 비정함을 나타내기도 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아무튼 전에 발 킬머에게 지시를 내렸던 조금 나이든 요원이 대통령의 딸을 암살하려고 왔다가 발 킬머의 손에 모두 죽고 대통령의 딸은 비행기를 막 타려던 스웨덴 방송국의 눈에 띄어 탈출에 성공하게 된다.
원래 영화의 줄거리를 잘 적지 않지만 이 영화는 내용을 알아도 직접 봐야 재미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일부러 적어보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정부 조직이나 대통령과 관련해 구체적인 상상력을 발휘하는 미국 영화의 힘에 놀랐지만 너무 지나치게 극단적인 면이 있어서 그것이 이 영화가 크게 성공하지 못한 요인이 아니었나 싶기도 했다. 한 마디로 너무 황당하다고 할까. 자기 딸이 성매매 조직에게 팔려갔는데 정치적인 이익 때문에 묻어버리려고 한다는 설정 자체가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대통령이 좋아도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이 상식이다. 게다가 중반부까지 보여주는 발 킬머의 폭력성이나 불법성이 뒤로 이어지면서 갑자기 희석되어 버린다. 물론 그것이 영화의 긴장감을 팽팽히 하고 사실성을 높이는 데에는 어느 정도 구실을 하지만 발 킬머가 대통령의 딸을 구하러 고생을 한다는 상황에 있어서는 오히려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단지 그가 우리의 주인공이니까? 아니면 비정한 주먹 뒤에 농촌을 사랑하는 순박한 마음이 있어서? 이 영화의 치명적인 약점은 그가 위험한 곳으로 뛰어들게 되는 전개과정이 지나치게 감상적이라는데 있다.
뭐, 그렇다 해도 나름대로 짜임새도 있고 발 킬머의 사실감 넘치는 연기력은 참 좋았다. 앞서 지적한 문제도 영화를 보는 도중에는 그의 진지한 연기 때문에 눈치 채기 어려웠다. 무리한 설정이기는 했지만 발상의 과감성은 정말 높이 평가할 만한 영화인 것 같았다. 우리나라에서 비슷한 설정으로 영화를 만들 경우 어설프거나 아니면 코미디 장르가 될 것 같기에 조금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발 킬머의 진지한 연기를 언제 또 볼 수 있게 될지 기다려진다.
스파르탄
스파르탄
케이블 방송에서 이 영화를 보고 인터넷을 뒤져보니 별 내용이 없었다. 제작년도는 2004년이라는데 본 사람도 별로 없고 그저 소수 몇 사람만 아는 영화인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발 킬머가 출연한 영화중에 ‘붉은 사슴 비’ 이후로 꽤 괜찮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모양이었다.
케이블로 보는 영화가 늘 그렇지만 첫 장면부터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줄거리를 보니 내가 봤던 장면이 거의 초반부인 것은 틀림없었다. 내가 맨 처음 본 장면은 발 킬머가 작은 종이에 적힌 비밀요원으로서의 수칙을 보는 장면이었다. 그는 후반부에 그 작은 종이에 담배를 말아 피는데 그것으로 영화의 전체 의미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게 된다. 바로 우리가 믿는 가치나 법의 허구성을 폭로하는 것이다.
영화의 내용을 간략히 줄여 말하자면 군인출신 비밀요원이 행방불명된 대통령의 딸을 찾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붉은 사슴 비’에서 그랬듯 이번에도 발 킬머는 헐리우드식 직선적 시점이 아닌 입체적인 시점을 보여준다. 대통령의 딸을 찾는 것 이상으로 내부적인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다.
영화의 중반부까지는 비밀 요원이 해야 하는 거칠고 폭력적인 장면이 나온다. 언론이 알기 전에 먼저 그녀를 찾아야 하기에 서둘러야 한다. 발 킬머는 흑인 파트너와 함께 클럽을 찾아가 성매매 포주의 팔을 부러뜨리는 등 거칠게 일을 처리해 간다. 작은 정보를 하나하나 얻며 창녀를 관리하는 곳까지 찾아가지만 대통령의 딸은 이미 국제적 인신 매매단에게 끌려간 뒤였다. 발 킬머와 흑인 파트너는 인신 매매의 중개자 정도 되는 이들을 찾아가지만 무기를 든 상대 두 명을 없애고 아무 정보도 얻지 못하게 된다.
이때부터 상황은 조금 심각해진다. 발 킬머는 고위층의 지시에 따라 불법적인 일을 감행하게 된다. 바로 감옥에 갇혀있는 수감자 중에 인신 매매단의 중요인물이 있는데 그가 건강상 문제로 병원으로 이송되는 도중 그를 빼내서 자기편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발 킬머는 그 때문에 차를 호송하던 경찰을 총으로 쏴 죽인 뒤 이송 중이던 죄수 중 다른 범죄로 잡힌 사람까지 살해하게 된다. 모두 인신 매매범을 믿게 하기 위해 저지른 일이었다. 어쨌든 발 킬머와 정보국의 계획은 어느 정도 성공하는 것 같았지만 흑인 파트너와 접선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결국 인신 매매범을 사살하게 된다.
다행히 발 킬머는 인신 매매범을 사살하기 전에 나눈 대화에서 대통령의 딸이 두바이로 붙잡혀 갔다는 말을 듣게 된다. 문제는 과연 인신 매매범이 말하는 그녀가 대통령의 딸인지 확인할 방법도 없이 그저 인상착의만으로 짐작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발 킬머와 다른 요원들이 두바이로 떠나려고 계획하기 전, 뉴스에서 대통령의 딸이 그녀와 내연의 관계에 있던 교수와 함께 보트에서 발견됐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고 계획은 모두 종결된다.
발 킬머는 조용한 시골로 돌아가 농사를 지으려 하지만 흑인 파트너가 찾아와 자신들이 조사했던 장소(앞서 인신매매 중개자들이 있던 집)에서 대통령의 딸이 남긴 사인(피카소 흉내낸 그림이라는데 잘 모르겠음)을 봤다며 다시 가보자고 한다. 그리고 그곳에 갔다가 흑인 파트너는 스나이퍼에 의해 살해를 당하고 발 킬머는 간신히 살아서 영부인을 만나기 위해 백악관으로 찾아간다. 그런데 그곳에서 뜻밖에도 대통령의 딸을 어릴 적부터 키워오던 요원을 만나게 된다. 그녀로부터 얘기를 들어보니 그 여자 요원만 대통령의 딸을 구해내고 싶어 할 뿐 대통령이나 그의 측근들은 재선에 문제가 될까봐 그녀가 두바이로 잡혀간 사실을 묻어버리려고 하고 있었다.
발 킬머는 여차 저차해서 대통령의 딸을 구해내지만 그녀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한다. 그러면서 왜 발 킬머 혼자 온 것인지 따지며 스파르타인에 관련된 대사를 하는데 디오니소스 왕이 스파르타에 구원병을 요청했을 때 단 한 명만 보냈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다음 대사로 왕들 중에는 자기 딸에게 황금 칠을 한 사람도 있다고 했는데 영화의 제목이 스파르탄인 이유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물론 전체적으로 인간의 비정함을 나타내기도 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아무튼 전에 발 킬머에게 지시를 내렸던 조금 나이든 요원이 대통령의 딸을 암살하려고 왔다가 발 킬머의 손에 모두 죽고 대통령의 딸은 비행기를 막 타려던 스웨덴 방송국의 눈에 띄어 탈출에 성공하게 된다.
원래 영화의 줄거리를 잘 적지 않지만 이 영화는 내용을 알아도 직접 봐야 재미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일부러 적어보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정부 조직이나 대통령과 관련해 구체적인 상상력을 발휘하는 미국 영화의 힘에 놀랐지만 너무 지나치게 극단적인 면이 있어서 그것이 이 영화가 크게 성공하지 못한 요인이 아니었나 싶기도 했다. 한 마디로 너무 황당하다고 할까. 자기 딸이 성매매 조직에게 팔려갔는데 정치적인 이익 때문에 묻어버리려고 한다는 설정 자체가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대통령이 좋아도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이 상식이다. 게다가 중반부까지 보여주는 발 킬머의 폭력성이나 불법성이 뒤로 이어지면서 갑자기 희석되어 버린다. 물론 그것이 영화의 긴장감을 팽팽히 하고 사실성을 높이는 데에는 어느 정도 구실을 하지만 발 킬머가 대통령의 딸을 구하러 고생을 한다는 상황에 있어서는 오히려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단지 그가 우리의 주인공이니까? 아니면 비정한 주먹 뒤에 농촌을 사랑하는 순박한 마음이 있어서? 이 영화의 치명적인 약점은 그가 위험한 곳으로 뛰어들게 되는 전개과정이 지나치게 감상적이라는데 있다.
뭐, 그렇다 해도 나름대로 짜임새도 있고 발 킬머의 사실감 넘치는 연기력은 참 좋았다. 앞서 지적한 문제도 영화를 보는 도중에는 그의 진지한 연기 때문에 눈치 채기 어려웠다. 무리한 설정이기는 했지만 발상의 과감성은 정말 높이 평가할 만한 영화인 것 같았다. 우리나라에서 비슷한 설정으로 영화를 만들 경우 어설프거나 아니면 코미디 장르가 될 것 같기에 조금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발 킬머의 진지한 연기를 언제 또 볼 수 있게 될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