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잡지사에 갓 입사한 앤드리아. 푸른색 벨트 2개를 앞에 두고 고심 중인 편집장 미란다를 보고 비웃는다. 그러자 미란다가 쏘아붙인다.
“넌 이게 너랑 아무 상관없는 거라고 생각하는구나. 넌 옷장에서 그 우중충한 푸른색 스웨터를 골라 입었겠지… 하지만 그 스웨터가 단순한 파란색이 아니란 건 모르지.
그건 정확히는 셀룰리언색이란 거야. 2002년에 오스카 드 라 렌타가 셀룰리언색 가운을 발표했지… (중략) …그 파란 색은 수많은 재화와 일자리를 창출했어. 좀 웃기지 않니? 패션계와는 상관없다는 네가 사실은 패션계 사람들이 고른 색깔의 스웨터를 입는 게?”
영화로도 잘 알려진 소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로렌 와이스버거 지음)의 한 장면이다.
이런 일은 현실 세계에서도 종종 벌어진다. 명품을 살 것인지를 두고 망설일 때가 그렇다. 세상의 시선은 오만한 명품론을 펴는 미란다 편이다.
마치 앤드리아처럼 그 앞에서 주눅든 당신은, 지갑을 열기까지 오만 가지 생각을 떠올린다. ‘과연 비싼 값을 하기나 할까?’ ‘면세점이나 현지에서는 더 싸지 않을까?’ ‘동대문에서 짝퉁이나 찾아볼까?’ 등등.
이럴 때 아예 대놓고 물어보면 어떨까? 패션 잡지 에디터들은 미란다만큼 명품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졌다. 동시에 앤드리아만큼 얇은 지갑을 가진 이들이다.
국내의 대표적인 패션 에디터 6명에게 언제, 어떻게, 어떤 명품을 사야 하는지에 대해 물었다. 미란다보다 훨씬 정중한 답변이 돌아온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어떤 명품을 살 것인가=6명의 에디터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게 답했다. 브랜드 로고가 큼지막하게 새겨진 옷이나 가방은 꼴불견이라는 것. 유행을 타거나 과감한 품목도 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디자이너 출신의 패션 에디터인 ‘엘르(Elle)’지 강주연 부편집장은 “두고두고 고민하고 알뜰히 돈 모아 산 비싼 제품을 한 시즌이 지나자마자 못 입게 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대신 각 브랜드의 스테디셀러를 골라야 한다. ‘휘가로(Figaro)’지의 박경실 패션·뷰티 디렉터는 “샤넬의 트위드 재킷과 2.55백, 페라가모의 바라구두, 에르메스의 켈리백 같은 전통적인 아이템을 선택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고 충고한다. 이 가운데서 어떤 것을 고를 것인가도 단순히 당신의 브랜드 선호도나 지갑 사정과 직결되는 것이 아니다.
“먼저 옷장을 열어 보라. 그리고 자신에게 꼭 필요한 옷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라. 비슷한 품목이 많다면 명품 쇼핑 패턴이 잘못된 것이다.” ‘루엘(Luel)’의 이혜진 패션 에디터의 말이다.
명품으로 온몸을 휘감는 대신 1~2개 품목으로 포인트만 줘야 한다는 것도 공통의 충고였다. 그렇다면 이를 뒷받침해줄 나머지 옷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동대문산 저가 제품에서 중고 명품에 이르기까지 견해는 다양했다. 패션 에디터들이 가장 많이 꼽은 것은 유니클로나 아메리칸어패럴 같은 중저가 브랜드의 기본 품목들이었다.
‘하퍼스바자(Harper's Bazaar)’지의 김현태 패션 에디터는 “패션 관련 제품의 관세율이 다른 제품에 비해 훨씬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관세를 물지 않아도 되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들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한다.
반면 짝퉁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패션 에디터들이 반감을 드러냈다. ‘누메르(Numero)코리아’지의 정슬기 패션 에디터는 “루이뷔통(LV) 디자인에 LW가 새겨져 있거나 샤넬(Chanel) 대신 Channel이 찍혀 있는 제품을 착용한 경우라면 보는 사람까지 민망해진다”고 말한다.
◇언제, 어떻게 살 것인가?=그렇다면 이들의 명품 구입 노하우는 어떤 것일까. ‘네이버(Neighbor)’지의 안정희 패션 에디터는 “해외 출장이라도 잡히면 인터넷이나 여행 가이드북을 통해 해당 도시 인근의 이름난 아웃렛들을 사전에 확인해둘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또 일본의 7·8월, 홍콩의 2·8월, 영·미의 크리스마스 시즌 같은 쇼핑 기간을 이용하라거나 면세점 세일이나 패키지 할인을 적절히 활용하라는 것도 비슷한 지적이었다. 인터넷을 통한 명품 구매를 꺼린다는 것도 이들의 공통점이었다.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입사 초기의 앤드리아처럼 현실에서는 무작정 명품을 외면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미란다처럼 명품에 압도돼서도 안 된다고 여긴다면? 합리적으로 사서 멋지게 착용하면 된다. 그게 당신 마음 속 앤드리아와 미란다의 갈등을 잠재우는 지름길이다.
명품 쇼핑족의 똑똑한 노하우!
[중앙일보 이여영]
패션 잡지사에 갓 입사한 앤드리아. 푸른색 벨트 2개를 앞에 두고 고심 중인 편집장 미란다를 보고 비웃는다. 그러자 미란다가 쏘아붙인다.
그건 정확히는 셀룰리언색이란 거야. 2002년에 오스카 드 라 렌타가 셀룰리언색 가운을 발표했지… (중략) …그 파란 색은 수많은 재화와 일자리를 창출했어. 좀 웃기지 않니? 패션계와는 상관없다는 네가 사실은 패션계 사람들이 고른 색깔의 스웨터를 입는 게?”
마치 앤드리아처럼 그 앞에서 주눅든 당신은, 지갑을 열기까지 오만 가지 생각을 떠올린다. ‘과연 비싼 값을 하기나 할까?’ ‘면세점이나 현지에서는 더 싸지 않을까?’ ‘동대문에서 짝퉁이나 찾아볼까?’ 등등.
“넌 이게 너랑 아무 상관없는 거라고 생각하는구나. 넌 옷장에서 그 우중충한 푸른색 스웨터를 골라 입었겠지… 하지만 그 스웨터가 단순한 파란색이 아니란 건 모르지.
영화로도 잘 알려진 소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로렌 와이스버거 지음)의 한 장면이다.
이런 일은 현실 세계에서도 종종 벌어진다. 명품을 살 것인지를 두고 망설일 때가 그렇다. 세상의 시선은 오만한 명품론을 펴는 미란다 편이다.
이럴 때 아예 대놓고 물어보면 어떨까? 패션 잡지 에디터들은 미란다만큼 명품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졌다. 동시에 앤드리아만큼 얇은 지갑을 가진 이들이다.
국내의 대표적인 패션 에디터 6명에게 언제, 어떻게, 어떤 명품을 사야 하는지에 대해 물었다. 미란다보다 훨씬 정중한 답변이 돌아온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어떤 명품을 살 것인가=6명의 에디터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게 답했다. 브랜드 로고가 큼지막하게 새겨진 옷이나 가방은 꼴불견이라는 것. 유행을 타거나 과감한 품목도 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디자이너 출신의 패션 에디터인 ‘엘르(Elle)’지 강주연 부편집장은 “두고두고 고민하고 알뜰히 돈 모아 산 비싼 제품을 한 시즌이 지나자마자 못 입게 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대신 각 브랜드의 스테디셀러를 골라야 한다. ‘휘가로(Figaro)’지의 박경실 패션·뷰티 디렉터는 “샤넬의 트위드 재킷과 2.55백, 페라가모의 바라구두, 에르메스의 켈리백 같은 전통적인 아이템을 선택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고 충고한다. 이 가운데서 어떤 것을 고를 것인가도 단순히 당신의 브랜드 선호도나 지갑 사정과 직결되는 것이 아니다.
“먼저 옷장을 열어 보라. 그리고 자신에게 꼭 필요한 옷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라. 비슷한 품목이 많다면 명품 쇼핑 패턴이 잘못된 것이다.” ‘루엘(Luel)’의 이혜진 패션 에디터의 말이다.
명품으로 온몸을 휘감는 대신 1~2개 품목으로 포인트만 줘야 한다는 것도 공통의 충고였다. 그렇다면 이를 뒷받침해줄 나머지 옷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동대문산 저가 제품에서 중고 명품에 이르기까지 견해는 다양했다. 패션 에디터들이 가장 많이 꼽은 것은 유니클로나 아메리칸어패럴 같은 중저가 브랜드의 기본 품목들이었다.
‘하퍼스바자(Harper's Bazaar)’지의 김현태 패션 에디터는 “패션 관련 제품의 관세율이 다른 제품에 비해 훨씬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관세를 물지 않아도 되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들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한다.
반면 짝퉁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패션 에디터들이 반감을 드러냈다. ‘누메르(Numero)코리아’지의 정슬기 패션 에디터는 “루이뷔통(LV) 디자인에 LW가 새겨져 있거나 샤넬(Chanel) 대신 Channel이 찍혀 있는 제품을 착용한 경우라면 보는 사람까지 민망해진다”고 말한다.
◇언제, 어떻게 살 것인가?=그렇다면 이들의 명품 구입 노하우는 어떤 것일까. ‘네이버(Neighbor)’지의 안정희 패션 에디터는 “해외 출장이라도 잡히면 인터넷이나 여행 가이드북을 통해 해당 도시 인근의 이름난 아웃렛들을 사전에 확인해둘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또 일본의 7·8월, 홍콩의 2·8월, 영·미의 크리스마스 시즌 같은 쇼핑 기간을 이용하라거나 면세점 세일이나 패키지 할인을 적절히 활용하라는 것도 비슷한 지적이었다. 인터넷을 통한 명품 구매를 꺼린다는 것도 이들의 공통점이었다.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입사 초기의 앤드리아처럼 현실에서는 무작정 명품을 외면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미란다처럼 명품에 압도돼서도 안 된다고 여긴다면? 합리적으로 사서 멋지게 착용하면 된다. 그게 당신 마음 속 앤드리아와 미란다의 갈등을 잠재우는 지름길이다.
◇명품 쇼핑 노하우
- 로고가 크게 혹은 많이 적힌 제품은 피하자. 90년대 식이다.
- 각 브랜드의 세컨드 라인을 살펴보자. 비용을 줄일 수 있다.
- 해외 여행시에는 나라별 세일 기간과 아웃렛 위치를 확인하자.
- 쇼핑할 땐, 최대한 멋을 내고 가자. 점원을 대할 때 자신감이 생긴다.
- 코디는 1시간 고민하되, 10분만 생각한 것처럼 보이게 하자.
이여영 기자, 김승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