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것은 날 취하게 한다시가 그렇고술이 그렇고아가의 뒤뚱한 걸음마가어제 만난 그의 지친 얼굴이안부없는 사랑이 그렇고지하철을 접수한 여중생들의 깔깔웃음이생각나면 구길 수 있는 흰 종이가창 밖의 비가 그렇고빗소리를 죽이는 강아지의 컹컹거림이매일 되풀이되는 어머니의 넋두리가 그렇다누군가와 싸울 때마다 난 투명해진다치열하게비어가며투명해진다아직 건재하다는 증명아직 진통할 수 있다는 증명아직 살아 있다는 무엇투명한 것끼리 투명하게 싸운 날은아무리 마셔도 술이오르지 않는다 -최영미의 '사는 이유' 전문6
사는 이유
투명한 것은 날 취하게 한다
시가 그렇고
술이 그렇고
아가의 뒤뚱한 걸음마가
어제 만난 그의 지친 얼굴이
안부없는 사랑이 그렇고
지하철을 접수한 여중생들의 깔깔웃음이
생각나면 구길 수 있는 흰 종이가
창 밖의 비가 그렇고
빗소리를 죽이는 강아지의 컹컹거림이
매일 되풀이되는 어머니의 넋두리가 그렇다
누군가와 싸울 때마다 난 투명해진다
치열하게
비어가며
투명해진다
아직 건재하다는 증명
아직 진통할 수 있다는 증명
아직 살아 있다는 무엇
투명한 것끼리 투명하게 싸운 날은
아무리 마셔도 술이
오르지 않는다
-최영미의 '사는 이유'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