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여성, 이혼하면 하류층으로 추락한다
[헤럴드 생생뉴스 2006-08-0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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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성격 차이로 협의이혼한 한옥주(35ㆍ가명) 씨는 지난해까지 월 80만원을 받고 식당일을 하다가 올초부터 ‘노래방 도우미’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 시간당 1만5000원의 ‘고소득’에 끌렸던 것.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이른바 ‘보도방’에서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12시간을 대기해봐야 일할 수 있는 시간은 평일 1~2시간, 주말 3~4시간에 불과하다. 한 달 수입은 100만원도 채 되지 않는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챙기지 못하는 것은 물론 생활비조차 모자라 빚을 쓰다보니 위자료로 받아 넣은 전세금 2000만원도 빼야 할 판이다.
한씨는 “집안일만 하다보니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하루 하루 그냥 살 뿐,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졸지에 가장(가구주)이 된 이혼여성들이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혼율은 독일, 네덜란드 등 주요 OECD 국가를 넘어설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이 양육비나 재산분할, 위자료 등 기본적인 준비없이 이혼하고, 이혼 후에도 마땅한 직업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당 종업원, 건설현장 인부, 노래방 도우미 등 임시직과 일용직으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실정이다.
▶이혼여성 10명 중 6명이 빈곤층=통계청에 따르면 2005년 여성가구주는 전체 가구주의 22%인 349만명. 이중 이혼여성의 비율은 1995년 7.1%에 이어 2000년 11.6% 등의 상승세를 감안하면 2005년에는 17% 수준인 무려 59만2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들 이혼 여성 10명 중 6명 이상은 안정된 생활을 누리지 못하고, 저소득층과 차상위계층 등 빈곤층에 속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윤흥식 전북대 교수(사회복지학)는 1999~2001년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이용, 이혼ㆍ별거 여성 중 최저생계비 100% 이하의 저소득층이 35.4%, 150% 이하의 차상위층이 등 총 62%가 빈곤층이라고 밝혔다.
특히 여성들은 이혼 후 극심한 소득 하락을 겪고 있다. 실제 3년 전 남편의 외도를 참다 못해 이혼하고 중고생 자녀 둘을 데리고 사는 민지연(45) 씨는 남편과 합쳐 월소득 600만원을 벌었지만, 졸지에 월급 120만원의 대형마트 임시직으로 전락한 케이스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 김미숙 박사팀은 지난해 말 내놓은 보고서 ‘한국의 이혼실태와 이혼가족 지원정책 연구’에서 이혼 여성가구는 이혼 다음연도 소득이 이혼 전년도보다 평균 359만4000원 감소해 남성 이혼가구(81만4000원)의 무려 4배가 넘는 소득 감소액을 보였다고 밝혔다.
▶빈곤층으로 두 번의 추락=여성들은 이혼과정에서 제대로 권리 주장을 못해 재산분할과 양육비를 챙기지 못해 궁핍에 빠지고, 이혼후에는 제대로 된 직장이나 정부 혜택을 받지 못해 영원히 하류층으로 추락한다. 조경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상담요원은 “남편 얼굴이 꼴도 볼기 싫다며 생계대책을 생각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이혼절차를 서둘러 피해를 입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폭력을 견디다 못해 2년 전 합의이혼한 윤선희(37ㆍ가명) 씨는 남편이 경기도 구리에 마련한 30평대 아파트를 친지 명의로 돌려놓아 재산과 위자료를 한푼도 받지 못했다. 그나마 약속했던 두 아이 양육비 50만원 지원도 두 달 만에 끊어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윤씨는 생계가 막막해져 정부에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해 달라고 신청했지만, 자녀의 부양의무자인 전 남편이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하고 말았다.
송다영 호서대 교수(사회복지학)가 1999~2001년 재판이혼판결사례 478건을 분석한 결과, 남편에게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판결은 전체 10%에 불과했고, 그나마도 자녀당 20만~30만원의 소액판결이 76.6%에 달해 이혼여성이 자녀를 양육하는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 교수는 “재판이혼이 이 정도이니 상대방과 구두약속이나 합의서 등을 통해 진행되는 협의이혼은 말할 것도 없다”고 밝혔다. ▶겉도는 정부대책=법무부는 지난달 26일 부부가 양육비에 합의하지 않으면 협의이혼할 수 없고, 남편 월급에서 강제로 차압하는 ‘양육비 직접 지급 명령제도’ 등을 담은 민법 및 가사소송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이미 이혼한 여성은 대상이 아닌데다 양육비가 현실화되지 못한 점은 여전히 문제다. 20만~30만원의 양육비로는 중고생은 물론 초등학생을 키우기에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남편 명의의 재산이 많은 사회 관행 속에서 이혼시 채무나 명의이전 등의 편법을 써서 재산을 은닉할 경우 여성이 구제받을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만드는 것도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직업훈련, 모자가정 보호, 긴급지원제도 등의 사회안전망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여성부에 따르면 현재 여성가구주 중 모자가정과 국민기초생활 등 국가의 지원을 받는 비율은 10.8%에 불과하다. 류양지 여성가족부 가족지원팀장은 “워낙 이혼이 많아서 안전망에 들어오기 전까지 어려움을 겪는 여성이 많다”고 말했다.
송다영 교수는 “이혼여성의 삶에 대한 국가적인 정밀 조사가 하루빨리 진행돼야 한다”며 “특히 양육비와 거주할 수 있는 집은 반드시 보장하는 방향으로 복지정책이 수립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unipen@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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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혼하면 하류층으로 추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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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여성, 이혼하면 하류층으로 추락한다 [헤럴드 생생뉴스 2006-08-04 09:35] 광고 <IFRAME border=0 align=center marginWidth=0 marginHeight=0 src="http://ad.naver.com/adshow?unit=120A" frameBorder=0 width=240 scrolling=no height=240> 지난해 3월 성격 차이로 협의이혼한 한옥주(35ㆍ가명) 씨는 지난해까지 월 80만원을 받고 식당일을 하다가 올초부터 ‘노래방 도우미’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 시간당 1만5000원의 ‘고소득’에 끌렸던 것.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이른바 ‘보도방’에서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12시간을 대기해봐야 일할 수 있는 시간은 평일 1~2시간, 주말 3~4시간에 불과하다. 한 달 수입은 100만원도 채 되지 않는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챙기지 못하는 것은 물론 생활비조차 모자라 빚을 쓰다보니 위자료로 받아 넣은 전세금 2000만원도 빼야 할 판이다.
한씨는 “집안일만 하다보니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하루 하루 그냥 살 뿐,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졸지에 가장(가구주)이 된 이혼여성들이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혼율은 독일, 네덜란드 등 주요 OECD 국가를 넘어설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이 양육비나 재산분할, 위자료 등 기본적인 준비없이 이혼하고, 이혼 후에도 마땅한 직업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당 종업원, 건설현장 인부, 노래방 도우미 등 임시직과 일용직으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실정이다.
▶이혼여성 10명 중 6명이 빈곤층=통계청에 따르면 2005년 여성가구주는 전체 가구주의 22%인 349만명. 이중 이혼여성의 비율은 1995년 7.1%에 이어 2000년 11.6% 등의 상승세를 감안하면 2005년에는 17% 수준인 무려 59만2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들 이혼 여성 10명 중 6명 이상은 안정된 생활을 누리지 못하고, 저소득층과 차상위계층 등 빈곤층에 속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윤흥식 전북대 교수(사회복지학)는 1999~2001년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이용, 이혼ㆍ별거 여성 중 최저생계비 100% 이하의 저소득층이 35.4%, 150% 이하의 차상위층이 등 총 62%가 빈곤층이라고 밝혔다.
특히 여성들은 이혼 후 극심한 소득 하락을 겪고 있다. 실제 3년 전 남편의 외도를 참다 못해 이혼하고 중고생 자녀 둘을 데리고 사는 민지연(45) 씨는 남편과 합쳐 월소득 600만원을 벌었지만, 졸지에 월급 120만원의 대형마트 임시직으로 전락한 케이스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 김미숙 박사팀은 지난해 말 내놓은 보고서 ‘한국의 이혼실태와 이혼가족 지원정책 연구’에서 이혼 여성가구는 이혼 다음연도 소득이 이혼 전년도보다 평균 359만4000원 감소해 남성 이혼가구(81만4000원)의 무려 4배가 넘는 소득 감소액을 보였다고 밝혔다.
▶빈곤층으로 두 번의 추락=여성들은 이혼과정에서 제대로 권리 주장을 못해 재산분할과 양육비를 챙기지 못해 궁핍에 빠지고, 이혼후에는 제대로 된 직장이나 정부 혜택을 받지 못해 영원히 하류층으로 추락한다. 조경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상담요원은 “남편 얼굴이 꼴도 볼기 싫다며 생계대책을 생각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이혼절차를 서둘러 피해를 입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폭력을 견디다 못해 2년 전 합의이혼한 윤선희(37ㆍ가명) 씨는 남편이 경기도 구리에 마련한 30평대 아파트를 친지 명의로 돌려놓아 재산과 위자료를 한푼도 받지 못했다. 그나마 약속했던 두 아이 양육비 50만원 지원도 두 달 만에 끊어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윤씨는 생계가 막막해져 정부에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해 달라고 신청했지만, 자녀의 부양의무자인 전 남편이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하고 말았다.
송다영 호서대 교수(사회복지학)가 1999~2001년 재판이혼판결사례 478건을 분석한 결과, 남편에게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판결은 전체 10%에 불과했고, 그나마도 자녀당 20만~30만원의 소액판결이 76.6%에 달해 이혼여성이 자녀를 양육하는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 교수는 “재판이혼이 이 정도이니 상대방과 구두약속이나 합의서 등을 통해 진행되는 협의이혼은 말할 것도 없다”고 밝혔다. ▶겉도는 정부대책=법무부는 지난달 26일 부부가 양육비에 합의하지 않으면 협의이혼할 수 없고, 남편 월급에서 강제로 차압하는 ‘양육비 직접 지급 명령제도’ 등을 담은 민법 및 가사소송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이미 이혼한 여성은 대상이 아닌데다 양육비가 현실화되지 못한 점은 여전히 문제다. 20만~30만원의 양육비로는 중고생은 물론 초등학생을 키우기에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남편 명의의 재산이 많은 사회 관행 속에서 이혼시 채무나 명의이전 등의 편법을 써서 재산을 은닉할 경우 여성이 구제받을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만드는 것도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직업훈련, 모자가정 보호, 긴급지원제도 등의 사회안전망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여성부에 따르면 현재 여성가구주 중 모자가정과 국민기초생활 등 국가의 지원을 받는 비율은 10.8%에 불과하다. 류양지 여성가족부 가족지원팀장은 “워낙 이혼이 많아서 안전망에 들어오기 전까지 어려움을 겪는 여성이 많다”고 말했다.
송다영 교수는 “이혼여성의 삶에 대한 국가적인 정밀 조사가 하루빨리 진행돼야 한다”며 “특히 양육비와 거주할 수 있는 집은 반드시 보장하는 방향으로 복지정책이 수립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unipen@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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