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원짜리 T셔츠의 비밀

이중교2008.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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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살인적인 고물가 시대에 담뱃값 정도로 썩 괜찮은 면(綿) T셔츠를 장만할 수 있다면 믿겠습니까? 도저히 믿기지 않는 말이지만 그래도 믿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인터넷 쇼핑몰에선 3000원 안팎에 살 수 있는 초저가 면 T셔츠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면 T셔츠가 담뱃값 수준의 터무니없는 초저가에 유통될 수 있을까요.

 

온라인 쇼핑몰에 면 T셔츠=담뱃값이란 믿기지 않는 등식이 존재하는 것은 바로 티셔츠 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제살 깎아먹기식 출혈경쟁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면 T셔츠 상인이 팔면 팔수록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다는 얘기죠. 동대문 원단상가 상인이 공개하는 면 T셔츠 원가는 이렇습니다.

 

원단업자가 면 T셔츠 제조.유통업자에게 넘기는 원단 가격은 염색비와 재단비 등을 합쳐 한 장에 2200~2300원 선. 여기에 쇼핑몰 판매 수수료(매출의 8%) 240원과 무료 택배비용 1600~1700원을 합치면 대략 4140원 안팎입니다.

 

이 같은 금액에 광고비와 인건비, 라벨작업 및 유통비 등 각종 제비용을 합칠 경우 면 T셔츠 한 장의 원가는 최소한 4500원으로 치솟게 됩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면 T셔츠 상인은 팔면 팔수록 손해라고 모두 아우성입니다.

 

그럼 면 T셔츠 상인은 모두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일까요. 속내를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값싼 중국산 원단을 사용하기 때문이죠.

 

동대문 원단상가의 이모 사장은 최근 값싼 중국산 원단이 대량 수입되면서 면 T셔츠 제조원가가 뚝 떨어졌다며 그러나 품질이 떨어져 최근에는 제조업자가 중국산 원단을 기피하는 경향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럼 최소한 4500원을 받아야하는 면 T셔츠를 왜 3000원 안팎에 팔고 있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일단 인터넷 쇼핑몰이 많고 면 T셔츠 상인도 과포화 상태여서 업체 간 출혈경쟁이 불붙었기 때문입니다.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초저가를 앞세운 가격파괴 마케팅 카드를 뽑아든 것이지요.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 않고서는 생존할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에 나온 생존해법인 셈이죠.

 

인터넷 쇼핑몰 G마켓에 입점한 한 면 T셔츠업체 대표는 G마켓에서 순위권에 들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기 때문에 이처럼 터무니없는 초저가로 장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개중에는 더 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일 목적으로 처음엔 원가 이하의 덤핑가격을 제시한 뒤 나중에 값을 부풀려 판매하는 얄팍한 상인도 더러 있다고 합니다. 조심해야 할 대목입니다.

 

고물기 시대를 살아가는 짠돌이 소비자라고 자부한다면 담뱃값으로 면 T셔츠를 장만할 수 있는 행운의 찬스에 도전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