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간 채식했는데…인간광우병으로 생명 잃어

이돈수2008.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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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간 채식했는데…인간광우병으로 생명 잃어
  

11년간 채식했는데…인간광우병으로 생명 잃어▲ 11년간 채식했지만 결국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한 크레어 톰킨스. ⓒBBC

 

1997년 8월, 이미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간광우병으로 24세의 여성, 크레어 톰킨스가 생명을 잃었다. 그의 죽음은 당혹스러웠다. 그는 11년 동안 육류를 섭취한 적이 없는 채식주의자였다. 1986년 이전에 그가 먹은 쇠고기가 문제였을까? 그 때는 아주 극소수의 소만이 광우병 증상을 보이던 시점이었다.
  
  인간광우병처럼 동물의 뇌에 스펀지처럼 구멍이 뚫려 죽는 전염성 해면상 뇌증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칼턴 가이듀섹은 이렇게 설명한다. "(소뿐만 아니라) 닭도 (광우병 소의 뼈를 갈아 만든) 사료를 먹고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닭에게 그런 것을 먹이면 배설물로 빠져나오지. 그리고 닭똥은 채소의 비료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네." 채식주의자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KBS스페셜>에서도 지적된 이른바 '교차 감염'의 위험성을 지적한 것이다. 돼지, 닭에게 충분한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서 소의 뼈를 갈아 만든 사료를 먹인다. 이렇게 비육한 돼지, 닭을 도축한 후, 다시 그 뼈를 갈아 만든 사료를 소에게 먹이게 되면 결과적으로 광우병이 계속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물론 현재까지 돼지에게서는 광우병과 같은 전염성 해면상 뇌증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광돈병'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가이듀섹은 말한다. "돼지에게서 질병이 나타나지 않은 것은 돼지를 7~8년씩 살려두지 않기 때문이야. 돼지는 기껏해야 생후 2~3년이면 도살되지."
  
  실제로 실험실에서 돼지에게 다른 종의 해면상 뇌증 인자를 주입하고 7~8년 이상 키우면 돼지 역시 어김없이 광우병 증상을 나타내다 죽었다. 광돈병에 걸린 돼지는 단지 잠복기 상태이기 때문에 안전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문제는 더 크다. 수술할 때 쓰이는 봉합사는 바로 돼지의 장(腸)을 이용해 만들기 때문이다.
  
  우유, 버터 역시 안전하지 않다. 1995년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한 18세의 남학생은 8년 동안 매년 고모의 농장을 방문해 살균 처리하지 않은 생우유를 마셨던 것으로 확인됐다. 비록 그 농장의 소 떼에서는 1995년 당시까지는 광우병이 보고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광우병 잠복기의 소에서 나온 우유가 그 남학생의 목숨을 앗아갔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한국 정부, 10년 전 영국 정부 '판박이'
  

11년간 채식했는데…인간광우병으로 생명 잃어▲ <죽음의 향연>(리처드 로즈 지음, 안정희 옮김, 사이언스북스, 2006) ⓒ프레시안

 

이 책은 1990년대 중반, 인간광우병으로 공황 상태에 빠진 영국에서 정부가 얼마나 사태를 악화시키는 역할을 했는지 냉소적으로 묘사한다. 영국 정부는 광우병 소로부터 전염된 것이 분명한 15세 여학생 빅토리아 리머의 가족을 찾아가 이렇게 경고한다. "경제를 생각하셔야지요. 유럽 공동시장을 생각해 보세요." 당시까지 영국 정부는 광우병 소가 인간에게 인간광우병을 유발할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많은 과학자의 자문을 받은 한 영국 정부의 보고서는 이렇게 쓰고 있다. "최선의 방법은 향후 20년 이상 동안 영국에서 발생하는 모든 인간광우병 사례를 모니터하는 것입니다." 한 양심적인 과학자는 이렇게 비판했다. "그들은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아내기 위해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죽는지 지켜보자'고 말하고 있다."
  
  결국 영국 정부는 광우병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지 10년이 지난, 1996년 공식적으로 광우병이 인간광우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음을 인정했다. 그나마 발표도 비정상적으로 이뤄졌다. 보수당 내각 관료들이 모두 '쉬쉬'하며 발표를 주저하자, 보건부 장관 스티븐 도럴이 하원에서 연설을 하던 중 관련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이런 영국의 경험을 보자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지금 한국 정부의 모습과 똑같기 때문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를 위해서 수년간의 '통상 현안'이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쉽게 허락한 한국의 농림부는 '유럽 공동시장' 운운한 영국 정부와 다르지 않다. 무조건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고 강변하는 모양도 어쩌면 그리 똑같은가?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
  
  불행히도 현재까지는 인간광우병에 걸리면 죽을 수밖에 없다. 인간광우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변형 프리온은 고온, 고압으로도 제거되지 않는다. 음식물 속에 숨어 있는 이 질병은 감염 후에 몇 달 혹은 몇 년이 지나서 뇌 손상이 진행되기 전에는 근본적으로 확인도 불가능하다.
  
  오죽하면 가이듀섹은 장미와 같은 꽃을 키울 때 흔히 사용하는 동물성 비료의 사용도 자제할 것을 경고했겠는가. 실제로 광우병이 영국에서 한창 확산될 때 영국왕립원예협회는 정원사들에게 이렇게 공지했다. "장미, 관목에 혈액과 뼈를 원료로 하는 비료를 줄 때에는 장갑, 방진 마스크를 꼭 착용하시오."
  
  영국의 한 과학자는 1990년대 후반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수백 명 정도에서 그칠 수도 있지만 유럽 전체에 번져서 성서에 나오는 수준의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수만 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대재앙의 가능성을 마주보아야 한다. (…)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 우리는 해답을 찾아야 한다."

 

 

강양구 /기자

 

[ 원문 : 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3006102718353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