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을 밝히는 학생들에게

정치열2008.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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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미래를 걱정하며 거리로 뛰쳐나온 중고생 여러분께 드리는 글

 

 

"Would you please 닥.쳐.줄.래?"

 

"미친소 너나 먹어"

 

"이명박 탄핵"

 

위와 같은 격문(?)을 정성스럽게 적은 피켓과 촛불을 들고 청계광장으로 모여든 수 많은 학생 여러분. 먼저 이 사회의 선배로서 학생 여러분의 참여와 열정에 감사드립니다. 보수 언론의 사실 왜곡과 정치 모리배들의 선동에 속아 정의를 포기하고 미래를 포기한 어른들 대신 거리로 뛰쳐나와 정의를 외치는 학생 여러분의 모습에서 이 나라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저 자신 이명박의 극렬 안티로서, 이명박의 모든 것을 부정하고 혐오하는 사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 여러분의 행동 하나 하나가 사랑스럽기까지 합니다. 이명박을 거부하는 청소년 여러분을 어떻게 미워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좋을 뿐이고 그저 웃을 뿐입니다. 하지만 저는 현 정권에 대한 비판자이며 안티일 뿐 아니라, 미약한 힘이라도 보태어 이 사회에 진실을 말하려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노암 촘스키의 말 처럼 지식인의 책무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라 믿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광우병 시위와 관련하여 몇가지 우려를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나친 사실왜곡과 선동은 민주주의의 적입니다

 

진실을 왜곡하고 민중을 선동하는 것은 죄악입니다. 아무리 좋은 가치를 표방하더라도 수단이 잘못되면 그 가치는 위선일 뿐입니다. 이번 광우병 시위와 관련하여 전국적으로 퍼져가는 과장된 공포를 바라보는 제 마음은 착잡하기 그지없습니다. 순수한 의도에서 길거리 민주주의를 경험하고 학습해야할 학생들이 잘못된 정보에 선동되는 양상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광우병은 사람에게 매우 위험한 질병임에 틀림 없습니다. 그리고 이번 쇠고기 협상으로 인해 사실상 아무런 규제 없이 미국산 소고기가 국내로 수입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적은 위험이라고 하더라도 정부는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국소가 들어온다고 해서 곧바로 청소년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족이 하루 아침에 광우병 환자가 되어 죽음을 맞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미국과 영국 등 광우병 발생 지역의 국민들은 지금도 수백명씩 죽어나가야겠죠.

 

위험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이제 우리는 다 죽었다'라는 식의 공포를 확대재생산 하는 것은 결코 발전적인 담론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런 확률의 위험은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비행기, 노트북 심지어 핸드폰 사용에 까지 사람을 해칠 위험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아무런 걱정 없이 사용하고있습니다. 왜냐면 그것들이 위험하기는 하지만 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여러 장치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핸드폰 쓰지마라, 노트북 쓰지마라, 비행기 타지 마라, 우리 가족 다 죽는다."라는 식으로 말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럼 무엇을 비판해야 할까요?

  

위에서 말한대로, 비행기 사고나 기타 여러 위험한 사항에 대해서 국가는 여러 종류의 안전조치를 마련해두었습니다. 하지만 광우병 위험에 대해서는 국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우리 정부는 이미 가지고 있던 여러가지 안전 조치와 우리 나라의 권한을 모두 포기했습니다. 게다가 정부는 미국 축산업계 대변인이라도 되는 양 대통령 부터 나서서 미국 소를 선전하더니 광우병 우려에 대해 "30개월 이상 소는 민간 업체가 안사면 그뿐"이라는 식의 무책임한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비난 받아야하는 것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즉, 정부가 비난 받아야 하는 것은 희박한 위험이나마 예방을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 위험을 적극적으로 우리에게 강요했다는 점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 학생들 사이에 퍼지고 있는 광우병 괴담은 광우병에 대한 아무런 이해 없이 '죽음'을 내세워 학생들에게 공포심과 증오심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아무런 가치판단도 없고, 사실관계에 대한 이해도 없는 무조건적인 비난이나 증오심에 기초한 선동은 민주주의의 적입니다. 나라를 망쳐온 수구세력이 가장 좋아하는 이런 태도를 작금의 중고생들이 그대로 흡수하고 있다는 현실에 우려를 금할 수가 없습니다.

 

 

맺는 말

 

가슴 속에 걱정과 울분을 품고 거리로 뛰쳐나온 학생 여러분. 날카로운 비판의식과 정의에 대한 열정은 여러분의 인생에 커다란 보물이 되어줄 것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기억해주세요. 여러분이 말하는 정의라는 것은 진실 위에 서 있을 때에만 가치있는 것입니다.

 

어떤 말이든, 소문이든, 소식이든 받아들이기 전에 곰곰히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다른 쪽의 말도 경청하려고 노력하는 태도를 가지세요. 정보의 출처와 신뢰도를 신중하게 검토해보세요. 어떤 것이 더욱 정의에 부합하는 것인지, 어떤 것이 더욱 참된 것인지 고민하세요. 이런 검토 없이 무작정 퍼져나가는 실체 없는 공포나 증오는 비판의 칼날을 무뎌지게 하는 적입니다.

 

사실 이번 광우병 사태가 여러분의 인생을 좌우할 만한 실재하는 재앙일 가능성은 낮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여러분의 사고와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될 좋은 경험이요 좋은 학습 기회인 것은 확실합니다. 어떤 결과가 오더라노 결코 낙심하지 말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고민하고 스스로를 늘 반성하세요. 광우병 아니라 그 어떤 재앙이 닥쳐도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여러분의 앞날을 가로막을 수는 없습니다. 이 나라의 미래에 밝은 빛이 되어주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