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읽다 _ 2006/04/16] 카롤린 봉그랑의 "밑줄 긋는 남자" 中

이연정2008.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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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읽다 #28。

 

 

그는 매력 있는 남자이기 때문에

만약 다른 상황에서 만났더라면 아마 내 마음에 들었을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도서관에서 그를 처음 만났을때

나는 그를 괜찮은 남자로 보았다.

하지만 특별한 행복에 대한 그 모든 꿈과 기다림에 비해

그는 너무 보잘 것 없었고 꿈꾸던 이야기와 동떨어져 있었다.

 

내가 아이스크림 값을 같이 내자고 우겨서

우리는 반반씩, 즉 각자 36프랑씩 돈을 치뤘다.

그런 다음에 그는 자기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부모님은 이혼을 했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으며

아버지 아파트에 얹혀 사는데 아버지는 늘 집을 비운다고 했다.

롤링스톤즈, 타부치, 피치제럴드, 체어풀을 좋아하며

재미있게 본 영화는 블레이드 러너.

그럼 소설가 가리는?

그는 가리에 대해서는 그다지 잘 알지 못했고

집에 가리의 책은 한 권도 없다고 했다.

그정도면 그를 알만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는 롤링스톤즈에게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러한 점에서 나는 희귀한 부류에 속하는 사람이며,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롤링스톤즈가

새 앨범을 내놓을거라는 소식을 듣고도 좋아라하지 않는다.

나는 그런 사람이고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 좋아하는 책들은 서로 달랐고

블레이드 러너는 내가 아주 싫어하는 영화였다.

 

나는 우리가 뭔가 착각한게 틀림없으며

두개의 고독을 합친다고 해서

하나의 행복이 만들어지는건 아니라고 내 생각을 이야기했다.

"음수 더하기 음수는 여전히 음수예요.

 그건 수학이라서 이론의 여지가 없어요."

그러자 그 사람은

나처럼 참을성 없는 여자는 만나던 중 처음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의 마음을 너무 아프게 하지 않을까 싶어

아무말도 덧붙이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랬으면 몰라도 일이 그렇게 된 마당에

계속 까탈을 부리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싶었다.

그는 자기가 가져 온 장미를 나에게 준 다음

내가 어떻게 하든 그건 내 마음이며

다음 일을 결정하는 것은 내 몫이라며

자기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떠나갔다.

 

카롤린 봉그랑의『밑줄 긋는 남자』중에서.

사랑을 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