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말하다 _ 2006/05/04] 어느새 정말 다 잊었구나...

이연정2008.05.10
조회328

  

사랑을 말하다 #156。

 

 

"말해봐, 응? 뭐 어때~ 옛날 얘긴데."
 
의심이 많아서도 아니고 트집을 잡고 싶어서도 아니고..
정말루 그냥, 상대의 과거가 궁금해 질 때가 있죠?
 
뭐, 이를 테면..
하늘을 올려다 봤는데 문득 소풍가고 싶을 때,
갑자기 행복한 마음이 막~ 솟구치면서 
내 앞에 앉아있는 사람을 정말이지 통째루 다~ 사랑하고 싶어질 때..
 
오늘 여자가 그런 기분이 들었나 봅니다.
입을 꼭 다물고 슬슬 웃음만 보이는 남자를 
아까부터 흔들어 대며 계속 조르고 있죠.
 
"내가 이렇게 물어보고 나중에 화낼까봐 그러나 본데, 
절대 그런 거 아니야. 정말 궁금해서 그래~
니가 어떤 사람 좋아했는 지, 너한테 어떤 아픈 기억이 있는 지..
그러니까 말해봐, 응? 나 전에 만난 사람 누구야?"
 
악의 없는 표정과 목소리에 
남자는 하마트면 옛생각을 잠깐.. 떠올릴 뻔! 하다가
턱 밑에서 보채고 있는 여자를 내려다보곤 정신을 차리죠.
 
"하, 정말 생각안나~, 나 너 밖에 없다니깐."
 
 
한참을 달래도 남자가 입을 열지 않자, 여자는 마침내 포기를 선언합니다.
 
"치! 어디서 들은 건 많아가지고, 끝까지 말 안하네?"
 
여자가 눈을 흘기며 들고있던 아이스크림 막대를 버리러 휴지통으로 걸어가자
풀려난 남자는 그제야 옛생각을 떠올려 봅니다.
너무 많이 아팠던.. 지난 사랑..
 
'내가 막 복학했을 때니까...
아니구나, 복학하기 전에 놀고있을 땐가?
그게 몇년도 지? 98, 99, 2000년, 2001년인가?
우와.. 까마득하네? 그때 여름이었는데.. 
아니다, 가을인가? 내가 그 때 뭐 입고 있었지?'
 
남자가 그렇게 기억 속을 헤매고 있을 때 쯤, 여자가 돌아옵니다.
남자의 표정을 척 보더니
 
"얼래? 생각안난다더니~ 막 생각나나 보네? 표정이 아주 애틋한데?"
 
여자의 말에 남자는 다소 허탈하게 웃어보입니다.
그리곤 더 없이 진심으로 된 얼굴로 말하길..
 
"나 참, 신기하다.. 어떻게 이렇게 생각이 안나지?
남의 기억 더듬는 거처럼 진짜 기억이 안나. 내가 머리가 나쁜가? 
아니면.. 니 기가 너무 센가? 야, 너 나한테 무슨 짓했어, 어?"
 
그 말에 여자는 남자의 코를 한번 비틀어 주면서 그럽니다.
 
"기가 센 게 아니라 사랑의 포스가 강한거야, 포스!
흠~ 그나저나 뭔가 있긴 있었나 보네~? 뭐야, 말해봐~!
잊어버려서 억울할만한 그여자 누구야~ ..어?"
 
 
어느새 정말 다 잊었구나..
세상에 이렇게 유쾌한 기억상실증도 있구나..
 
사랑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