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논문'' 쓴 학자 말도 믿지 않을 건가

이양자2008.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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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우병 논문' 쓴 학자 말도 믿지 않을 건가


 


한국인이 유전적으로 광우병에 취약하다는 논란의 출발점이 됐던 논문의 저자인 한림대 김용선 교수가 9일 "유전자 하나만으로 '인간 광우병'에 잘 걸린다고 단정적으로 얘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유전자뿐 아니라 인종 간 차이로도 광우병 발생 위험이 달라질 수 있다"며 "세계적으로 광우병 환자가 워낙 적기 때문에 아직 발병 원인·과정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국내에 드문 광우병 전문 연구자 김 교수조차 '인간 광우병'이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쇠고기 수입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세력들은 TV와 일부 신문을 통해 "김 교수가 연구를 통해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94%'라고 밝혀냈다"고 선전해와 상당수 국민들도 그렇게 알고 있는 게 지금 실정이다.

이들 세력은 김 교수의 2004년 논문을 교묘하게 왜곡하고 부풀렸다. 김 교수 논문은 인체 내 '프리온 단백질'의 특정 부위 유전형(遺傳型)은 MM형·MV형·VV형 세 가지가 있는데 한국인은 이 중 MM형이 94%로 가장 많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한국인만이 아니라 일본·중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MM형 비율이 90%가 넘는다. MBC 'PD수첩'은 이를 근거로 '한국인이 영국·미국인보다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두세 배 높다'고 보도했다. 영국·미국인의 MM형 비율이 37~38%이고, 그동안 인간 광우병 환자는 MM형 유전자에서만 나타났다는 사실을 단순 곱하기 식으로 꿰맞춰 광우병 위험을 부풀린 것이다.


그렇지만 전 세계 인간 광우병 환자 207명 가운데 동양인은 단 한 명뿐이다. 동양인이 서양인에 비해 MM 유전자형 비율이 훨씬 높은데도 광우병 환자가 거의 나오지 않는데 대해서는 앞으로 더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유전자형만 갖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일부 세력들은 이런 객관적 사실에 대해서는 아예 눈과 귀를 막고 미국 소는 전부 '미친 소'이고 '미국 쇠고기만 먹으면 한국인은 전부 광우병에 걸려 죽을 것'이라고 줄기차게 떠들며 국민을 세뇌(洗腦)하려 해왔다. 이런 거짓 선동에 겁 먹은 어린 학생들이 '저 아직 15년밖에 못살았어요'라고 쓴 피켓을 들고 촛불시위에 나서고 있다.

엊그제 "광우병은 곧 사라질 질병"이라고 밝힌 과학자와 의사들에 이어 '광우병 논문' 저자까지 나서 '광우병 괴담'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면 진실이 어느 쪽인지는 거의 드러난 셈이다. 문제는 진실의 목소리가 더 크고 당당하게 들리도록 해 왜곡과 조작과 선동의 소리를 잠재우는 것이다.


 



            "광우병 논문, 미디어가 부풀리고 정치권이 악용"
 
'한국인이 유전적으로 광우병에 취약할 수 있다'는 논문을 냈던 김용선 한림대 의대 교수 집에 최근 몇몇 사람이 몰려가 "논문에서 밝힌 광우병의 위험성을 왜 적극 알리지 않느냐"며 욕설과 함께 동물 분뇨(糞尿)를 뿌렸다고 한다. 김 교수와 함께 핀란드를 방문 중인 윤대원 한림대 이사장이 밝힌 내용이다.

김 교수는 2004년 유전자 관련 해외 학술지에 한국인의 94.3%가 MM(메티오닌-메티오닌)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논문을 실었다. 미국인·영국인의 37~38%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확인된 '인간 광우병' 환자 207명은 모두 MM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한다. 이를 근거로 MBC 'PD수첩'은 '한국인이 영국·미국인보다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두세 배 높다'고 보도했다. 이것이 다시 인터넷에서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94%'라고 뻥튀기되면서 광우병 공포가 급속하게 번졌다.

윤 이사장은 "김 교수가 자신의 논문을 미디어가 부풀려 보도하고 이를 정치권이 마녀사냥 식으로 악용하고 있어 매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이 때문에 노이로제 증세까지 보이고 있다고 한다.

어느 질병이든 한 가지 원인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은 의학의 기초상식이다. 동양인은 MM 유전자형 비율이 서양인보다 훨씬 높다. 일본만 해도 92%에 이른다. 그런데도 인간 광우병 환자 207명 가운데 동양인은 한 명뿐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MM 유전자를 갖고 있는 사람은 1억1000만 명을 넘지만 미국 쇠고기로 인한 광우병 환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일부 세력은 이런 사실을 훤히 알면서도 '쇠고기 개방하면 10년 뒤 (국민이 모두 광우병에 걸려 죽게 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없어질 것'이라는 식의 미치광이 같은 거짓 선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면서 이런 거짓말 대열에 동참하지 않는다며 '광우병 논문' 저자에게 분뇨 테러까지 벌였다.

과학기술한림원과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잇달아 광우병 관련 토론회와 설명회를 가진 것을 비롯해 과학계가 광우병 괴담 진화에 나서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과학기술한림원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한 이영순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광우병은 원인이 밝혀졌기 때문에 곧 사라질 질병"이라고 했다. 토론자들 대부분도 광우병 위험이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제는 우리 사회도 선동꾼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과학자들의 이성적 설명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조선일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