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쉬운경제] "광우병 파동" 자초한 정부

정오균2008.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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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연 기자의 알기쉬운 경제이론◆

쇠고기 파동으로 이명박 정부가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관계 장관은 물론 대통령까지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국민 불만은 쉽게 사그라질 것 같지 않다. 정부는 어떻게 위기를 자초했을까.

정부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대상자들은 저마다 이해득실을 따진다. 효용이 예상비용보다 클 경우 정책을 지지하고, 반대라면 어깃장을 놓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책이 무리없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지지 의사가 반대 의견보다 많아야 한다.

쇠고기 파동의 경우 정부는 국민의 '합리적인' 판단을 통한 대다수 지지를 기대했다. 즉 '극히 미미한 확률의 광우병 발생'이란 비용보다 '쇠고기를 싸게 자주 즐기는' 효용을 더 크게 평가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에는 중요한 전제 하나가 간과됐다. 행동경제학에 따르면 '불충분한 정보' 상황 아래에서는 합리적인 판단이 불가능하다. 판단 주체들은 이 같은 환경에 직면하면 저마다 획득 가능한 정보에 크게 의지하게 된다. 쇠고기 파동의 경우 정부는 정보 제공에 소홀했다. 결국 국민은 인터넷 등을 통해 떠돈 불확실한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위험에 대한 과대평가로 귀결됐다.

사태에는 '평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정보경제학에 따르면 상대방에 대한 평판은 중요한 경제적인 판단 근거 중 하나다.

그간 정부는 식품유통업체들의 원산지 표시 규정 위반을 제대로 단속하지 못하면서 나쁜 평판을 얻었다.

반대로 정부는 국민에 대한 그들의 판단을 과신했다. 그간 국민은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 등에 현명하게 대처하면서 정부에서 좋은 평판을 얻었다. 그러나 국민은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을 AI와는 다른 '통제 불가능한 위험'으로 봤고 결국엔 정부 평판과 달리 움직였다.

문제는 앞으로다. 쇠고기 파동은 어떻게든 해결되겠지만 한 번 쌓인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나쁜 평판은 신뢰저하로 연결돼 향후 다른 정책 집행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국에 재협상을 요구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국제 사회에서도 나쁜 평판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출처] 매일경제 2008.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