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쌀 품종 표시 많다

소비자시대2008.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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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쌀, 밥맛 좌우하는 품종 표시 믿을 수 있나?


밥맛을 결정하는 좋은 쌀의 판단 기준 가운데 하나가 쌀의 원산지와 품종이다. 그러나 소비자가 구매 단계에서 표시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해서 믿고 구매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수도권 대형유통업체에서 판매되고 있는 브랜드 포장 쌀 제품의 품종 허위 표시 여부를 알아본다.
■글/하정철

엉터리 쌀 품종 표시 많다
쌀 정보를 포장지에 표시하도록 하는 ‘포장양곡표시제’가 2004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포장 양곡의 경우 품목ㆍ생산연도ㆍ중량ㆍ품종ㆍ원산지ㆍ도정연월일ㆍ생산자ㆍ가공업자 또는 판매원 등의 내용을 의무적으로 표기해야 한다.

2007년 1월부터는 양곡관리법을 개정하여 생산자 또는 판매업자가 포장 쌀  제품에 ‘품종 명’을 표시하려면 표시 품종의 순도가 80% 이상 되어야 한다. 그 이하인 경우에는 ‘일반계’로 구분ㆍ표시하도록 의무화함에 따라 소비자는 표시된 정보를 보고 고품질 포장 쌀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브랜드 쌀의 숫자가 1천여 개에 이를 정도로 난립하고 있고 제품간의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아 품질에 대한 불신으로, 소비자들이 포장 쌀 구입에 상당한 혼란을 겪고 있다.  또한 현행 ‘포장양곡표시제’의 의무 표시사항인 쌀 품종 정보는, 밥맛을 좌우하는 중요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 구매 단계에서 표시만을 믿고 선택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어서 시중에 유통 중인 브랜드 포장 쌀 제품의 품종 표시 실태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이 요구된다.

 

품종 표시 진짜일까 가짜일까?

34개 제품 중 13개 제품은 표시 규정 위반
다른 품종 혼입돼 품질 떨어져


한국소비자원은 2007년 10월부터 2008년 1월까지 수도권 17개 대형유통업체(할인점 및 백화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34개 브랜드 포장 쌀 제품에 대해 품종 허위 표시 모니터링 시험 검사를 실시했다.  시험 결과 34개 브랜드 포장 쌀 제품 중 9개 대형유통업체에서 판매되고 있는 13개 제품(38.2%)은 쌀 품종의 순도가 8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나 양곡관리법 의무 표시규정을 위반했다.

 표시 위반 브랜드 포장 쌀 13개 제품 중에는 순도가 50%를 훨씬 밑도는 제품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롯데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일품 청결미(충남아산 인주미곡종합처리장)’의 경우 표시된 품종(삼광)의 벼는 한 톨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고 다른 여러 품종의 벼만이 섞여 있어 품질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최근 들어 대형 할인점을 중심으로 자사의 브랜드를 내세운 PB(Private Brand)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를 이용한 가격 파괴, 저가 마케팅이 경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는 미흡한 실정이다. 이번 시험 대상에 포함된 홈플러스 판매 ‘홈플러스 무농약 우렁이쌀(경남 함양농협)’ 제품은 PB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품종 표시 규정을 위반해 품질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

 

품종 허위 표시 왜 발생하나?

종자보관ㆍ수매ㆍ건조ㆍ포장 중 혼입될 수 있어
미곡종합처리장(RPC)의 품질 관리도 미흡


국내의 경우 품종 자체나 재배 기술은 세계적으로 손색이 없는 수준이지만, 시험 결과 종자보관ㆍ육묘ㆍ수확ㆍ수매ㆍ저장ㆍ가공ㆍ유통ㆍ판매 단계 전반에 걸친 품질 관리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째, 2007년 현재 정부 종자 보급률은 약 42%에 머물고 있어 종자의 보관ㆍ재사용ㆍ자가 채종 시 타 품종이 혼입될 개연성이 높았고, 미곡종합처리장(RPC, Rice Processing Complex)의 공동 육묘장 보유 비율이 약 15%에 불과해 육묘 단계에서부터 타 품종이 혼입될 여지가 많았다.

향후에는 개별 RPC 또는 몇몇 RPC가 연합해 공동 육묘장을 보유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아울러 정책적인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둘째, 브랜드(Brand) 쌀로 판매되고 있는 다수의 제품은 단일 품종 관리를 위해 해당 RPC에서 농가와 물량을 사전 계약 재배함으로써 수매 가격이 일반 벼에 비해 평균 10%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엉터리 쌀 품종 표시 많다이러한 이유로 수매 단계에서 계약 재배 단일 품종 물량에 상대적으로 저가인 일반 벼 품종을 섞어 판매함으로써 혼입이 발생할 여지도 있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재배와 수매량의 정확한 확인과 함께 물벼 상태로 수매하는 물량을 높여나갈 필요가 있다.

셋째, 품종 표시 위반 13개 제품(38.2%) 중에는 표시 품종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거나 순도가 50%를 훨씬 밑돌거나 다른 품종으로 100% 뒤바뀌어 있는 제품도 상당수 있었다.

이들 제품의 경우 보관ㆍ육묘ㆍ수매 단계에서 타 품종이 혼입되었을 개연성보다 RPC에서 건조ㆍ저장ㆍ포장하는 과정 중 의도적 또는 비의도적 혼입이 일어났을 것으로 유추된다. 이러한 결과로 볼 때 RPC 자체적인 품질 관리 노력과 함께 관련 부처의 보다 강력한 지도 단속이 필요하다.

넷째, 최종 판매처인 대형유통업체에서는 단일 품종 브랜드 쌀의 입고 시점에 해당 RPC에서 직접 제출하는 검사성적서를 제출받는 등의 방법으로 품종 관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정기적인 매장 자체의 검사는 일반화되어 있지 않아 품질 관리에 실효성이 없었고 향후 개선이 필요했다.

이와 같이 종자 보관ㆍ육묘ㆍ수확ㆍ수매ㆍ저장ㆍ가공ㆍ유통ㆍ판매 단계 전반에 걸쳐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밥맛 좋은 고품질 브랜드 쌀이 정착되려면?

브랜드 쌀의 난립에 대한 대책마련
현행 품질등급제 개선이 시급해


1990년대 말 처음 등장한 브랜드 쌀은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나 2002년 말 1천개를 넘어섰고, 2006년 3월 현재 1천8백73개에 이르고 있다(자료 : 농림부). 그러나 1천여 개가 넘는 브랜드 쌀 제품 대부분이 현재까지 품질 차별화가 미흡하고 소비자 인지도를 높이지 못해 대표적 브랜드로 성장ㆍ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엉터리 쌀 품종 표시 많다일본의 경우 이미 경쟁력 있는 브랜드 쌀 제품을 육성하여 수입쌀 시장을 무력화시켰다. 국내의 경우에도 난립하고 있는 브랜드 쌀 제품을 권역별 또는 시ㆍ군ㆍ도 단위 공동 브랜드로 통합해 대폭 축소하고 차별화된 품종ㆍ품질 관리에 주력해야 한다. 아울러 고품질 브랜드 쌀의 생산ㆍ가공으로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 RPC의 낙후된 시설, 규모의 경제성 상실, 첨단 장비와 시설의 결여 등 다양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예산 지원과 개선 작업도 동반되어야 한다.

쌀의 외관에 따라 전반적인 품질 상태를 표시하고 있는 현행 ‘품질등급제’에 대한 개선도 시급하다. 2005년 1월,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소시모)’ 발표 자료에 따르면 전국 6백67개 매장 2천56개 쌀 제품 중 1천8백98개(92%)가 ‘특’ 등급으로 표시돼 있어 표시의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농림부는 양곡관리법을 개정하여 2008년 2월부터 쌀 품질과 밥맛에 영향을 미치는 ①단백질 함량, ②완전립 비율, ③품종의 순도(현행 80%에서 90%로 상향)를 기준으로 쌀 품질을 평가하는 ‘품질등급제’를 실시하겠다는 고시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 품질 등급을 평가할 수 있는 공인검정기관이 부재하고 여전히 의무 규정이 아닌 권장 기준으로만 머물고 있어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므로 현행 양곡 표시 기준과 같이 개선된 ‘품질등급제’를 의무 규정화해 향후 고품질 쌀의 생산을 통해 국산 쌀이 수입산 쌀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번 시험 결과 34개 제품 중 21개(61.8%) 제품은 표시 기준에 적합했고 이들 제품 대부분이 90~100%의 순도로 품종 관리가 잘 이뤄지고 있었다. 이에 비추어 볼 때 생산 농가, RPC, 최종 판매 업체의 협력과 품질 관리 노력이 배가된다면 수입쌀에 대항한 단일 품종 고품질 브랜드 쌀의 조속한 정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