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대통령 걸인들과 고기 나눠 먹기도

장용복2008.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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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대통령 걸인들과 고기 나눠 먹기도
2008. 5.15 세계일보

 

작년 5월 타계한 김성은 전 국방장관의 회고록 ‘나의 잔이 넘치나이다’와 화보집이 15일 출간됐다.

 

김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 관한 일화를 비롯, 해병대 창설 과정, 해병대가 5·16 군사혁명에 참여한 배경 등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비사를 털어놨다. 김 전 장관은 1963년부터 5년간 최장수 국방장관을 역임한 바 있다.

 

회고록에 등장한 박 전 대통령은 소탈했다.

 

▲사당동 판자촌 할머님들 어머니날을 맞아 청와대 초청 환담

 

박 전 대통령은 1964년 1월 김 전 장관과 박종규 경호실장, 이원엽 소장(육사 5기)을 대동하고 유성에서 꿩사냥에 나섰다. 사냥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자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박 전 대통령이 점심 메뉴로 경호실에서 준비한 소고기를 가지고 사냥터 인근 다리 밑으로 들어가 구워 먹는데 거지 몇 명이 경호실 요원들의 제지를 뿌리치고 박 전 대통령 옆으로 다가온 것.

 

그러자 박 전 대통령은 경호실 직원들에게 “오라고 해라. 함께 먹자”라고 거지들을 부른 뒤 소고기를 나눠 먹었다. “우리를 보고 거지 친구라고 하지 않겠습니까?”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통령은 “어때. 거지가 지프 타고 다니는 것 보았나?”라며 파안대소했다고 한다.

 

1961년 5·16 군사혁명 당시 해병대사령관이었던 김 전 장관의 명령 없이 해병 부대가 움직였던 일화도 소개됐다.

 

5월 16일 오전 6시쯤 식중독으로 인한 복통과 탈수증을 겪고 있었는데 고길훈 부사령관으로부터 “김포 해병여단 일부 병력이 오늘 새벽, 탱크를 타고 한강을 건너 서울로 진입했습니다”라는 전화를 받고 혁명이 발생한 사실을 알았다고 회고했다. 6년 전 자신의 부하였던 김동하 예비역 소장의 꾐으로 당시 김포 해병 여단장 김윤근 준장이 1개 대대 병력과 전차 중대를 이끌고 서울로 진입했던 것.

 

맥그루더 유엔군사령관과의 충돌도 언급됐다.

맥그루더 유엔군사령관은 당시 “유엔군사령관의 승인 없이 김포 해병대가 출동해 혁명에 가담했다. 이는 작전지휘권에 대한 명백한 불복종 행위다. 지금 당장 출동해 해병대를 복귀시키라”고 호통을 쳤고 이에 김 사령관은 “해병대 간에 피를 흘릴 수 없다”며 단호히 거절,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고 한다.

 

‘귀신 잡는 해병’이란 말이 나오게 된 일화도 공개했다. 해병대의 통영 상륙작전의 전과를 취재하러 온 외신기자들에게 전과를 소개하는 도중 뉴욕 헤럴드 트리뷴의 여기자 마거릿 히긴스가 “정말 놀랍다. 귀신 잡는 해병”이라고 보도한 것이 계기가 됐다는 것.

 

회고록은 모두 6부로 나눠 출간됐으며, 함께 발간된 화보집에는 박 전 대통령의 1960년대 희귀 사진들이 다수 실려 있다. 회고록을 집필한 전기작가 박태엽씨는 “2001년 이후 작년 3월까지 6년간 김 전 장관으로부터 직접 구술을 받아 880쪽 분량의 회고록을 내게 됐다”며 “고인은 작년 3월까지 원고를 5∼6번이나 읽고 고친 뒤 책 제목까지 정하고 돌아가셨다”고 전했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