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아 (Fantasia, 1940)

류영주2008.05.18
조회63
판타지아 (Fantasia, 1940)

 

  미국 / 애니메애션 / 125분

  감독: 제임스 알거, 사무엘 암스트롱, 포드 비브, 노먼 페르구슨,

  짐 핸들리, T. 히, 윌프레드 잭슨

  (★★★★★)

 

  1940년 제6회 뉴욕 비평가 협회상 특별상

 

  월트 디즈니는 1937년 겨울 를 개봉했고 이 작품의 엄청난 성공은 디즈니에게 해마다 장편 만화영화 한 편씩을 공개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심어 주었다. 그는 곧 와 등 세 편의 장편 만화영화를 동시에 제작한다는 계획에 착수했다.
  해를 넘기면서도 승승장구하는 에서 얻은 세계적인 명성과 결벽증에 가까운 완성도를 이어가고자 디즈니는 늘 그래왔듯이 의 줄거리를 완전히 개작하는 한편, 필라델피아 교향악단의 상임 지휘자였던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와 교류하며 의 명장면들을 구상해 갔다.
  는 1940년에 처음 발표되었지만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장면들은 1990년에 영화 발표 50주년을 맞아 현대적인 영상기술과 과학에 힘입어 원작보다 세련되게 복원한 작품이다.
  이 장편 만화영화는 당대의 유명 예술가들(디즈니 프로덕션의 화가들을 포함한)에 의해 만들어졌음을 애써 강조하는 나레이션으로 시작한다. 화면 중심에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뒷모습이 실루엣으로 우뚝 서고, 간혹 반사된 그림자로 처리되는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이 들려주는 클래식 명곡이 도입부를 장식한다. 그 첫 삽입곡은 바흐의 . 이때의 화면은 디즈니 작품 스타일로서는 의외라고 여겨지는 실험적 영상들로 꾸며져 있다.
  음악과 어우러지는 선과 면의 움직임, 속도감과 중첩의 이미지, 인류가 이루어 온 음악의 성과와 새로운 영상인 애니메이션의 조화는 제목 그대로 관객들을 판타지아의 세계로 끌어간다. 독일의 표현주의 전위미술가 오스카 휘싱거의 추상 애니메이션이 이를 뒷받침한다.
  다음 곡은 디즈니의 전형으로 굳어진 금빛가루 뿌리는 요정 팅커벨이 유도하는 차이코프스키의 이다. 이 부분을 구성하는 음악과 춤의 장면들이 사실은 의 황홀한 댄스 장면 등 이후에 제작된 거의 모든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화면 구성에 정형적인 모범으로 재활용되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디즈니의 미키마우스에 대한 집착은 이어지는 삽입곡을 담은 세번째 장면에서 드러난다. (폴 듀카스 작곡)라는 표제음악이 선행하는 이 부분에서 디즈니는 무언의 미키의 행동을 첫 곡인 바흐의 삽입곡에서와 일치하도록 꾸며 자신이 공들여 창조한 만화영화의 주인공에게 인간의 예술을 향유하도록 한다.
  인류의 클래식 예술을 향한 디즈니의 허영은 이어지는 스트라빈스키의 장면에서는 우주의 창조와 지구의 탄생을 연대기적으로 구성하면서 진가가 드러난다.
  완전 수공으로 제작되었을 당시의 작업 환경에서 이러한 교만에 가까운 작품을 지휘할 수 있었던 디즈니의 집착은 그의 감추어졌던 생의 진면목이 일부분 드러나면서 이해를 구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 작품의 예술적 방황은 베토벤 6번 교향곡 을 삽입곡으로 하는 부분에서 그리스 신화와 만화영화의 접맥을 시도하면서 나른한 로맨스를 표현하더니, 이윽고 발레 오페라인 장면에서 코끼리, 악어, 하마 등이 벌이는 잡탕적 무희로 이어져 한숨을 돌리게 한다.
  그러나 영화는 러시아 작곡가 무소르그스키의 삽입곡이 이어지면서 이 모든 것을 일거에 거부하는 듯 흉칙한 악마의 죽음을 부르는 몸짓으로 비틀린다.
  움추린 악마의 몸뚱아리가 교교하게 험한 산봉우리에 몸을 숨기면 카메라는 서서히 빠져나와 어느덧 신을 경배하는 길고 긴 촛불행렬로 이어지며, 슈베르트 곡 의 선율만 남기며 '역사상 등장했던 더없이 기묘하고 아름다운 작품 하나'가 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