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주름잡는 용감한 번개호~♬

송상희2008.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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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주름잡는 용감한 번개호~ 영광과 승리는 나의 차지다~♬'

 

이 만화 주제곡을 흥얼거릴 수 있는데다 추가로 원작 애니메이션의 주요 장면장면들까지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얼마나 원작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는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영화화하여 크게 성공한 작품들은 모티브는 빌려오되 영화 관객의 눈높이와 입맛에 맞게 재손질했던 경우가 대부분인데 스피드 레이서는 캐릭터나 설정은 물론 만화적인 느낌까지 고스란히 스크린에 옮기려 한 흔적이 역력하다. 적잖은 관객들이 '유치해서 못봐주겠다'고 지적한 장면들이 사실은 원작 애니메이션에 나왔던 장면들과 몹시 흡사하다. 어린아이나 동물이 새총 따위로 악당을 혼내준다는 만화적인 설정이 가미된 징면들은 애니메이션에서 그대로 따온 것이다.

 

하지만 워쇼스키라는 이름값이나 작품의 규모를 생각한다면 관객들의 반응은 다소 냉랭해보인다. 원작에서 캐릭터나 기본 설정은 따오되 철저히 헐리우드 문법으로 재가공된 트랜스포머나 아이언맨에 열광했던 대중들이 실사가 가미된 애니메이션에 가까울 정도로 원작의 느낌을 잘 살려낸(다시말해 기존 영화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게 낮선 비주얼을 선사하는) 이 영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작인 마하고고가 방영된 지 너무 오래되었고 썩 인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란 점 때문에 원작의 덕을 볼 만한 구석도 거의 없어보인다.

 

영화의 스토리는 상당히 단순한데 흥행을 의식한 것인지(가족관객을 노린...) 비주얼에 더 힘쓰고자 했음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SF/액션영화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스토리와 세계관을 선보인 바 있는 워쇼스키 형제가 스토리텔링 능력이 딸려서 이런 스토리를 펼쳤으리라 생각되진 않는다. 어쨌거나 결과적으로 스토리 자체에서는 큰 흥미를 느끼기 힘들었고 영화에서 느낀 즐거움의 대부분은 시원시원한 레이싱 장면과 만화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낸 코믹함의 몫이었다. 그리고 아주 잠깐 나오긴 하지만 1위로 골인할 때 느낄법한 '뿅가는' 기분을 배우의 연기가 아닌 싸이키델릭한 비주얼로 표현한 장면은 지금까지 그 어느 영화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시각적 쾌감을 안겨주었다.

 

비는 예상보다 훨씬 많이 등장했고 배역 또한 비중이 있었다. 기럭지나 체격이 외국배우들 못지 않게 좋은데다 영어와 액션연기도 꽤 능숙해서 헐리우드에서 아시아 배우로 좋은 활약을 기대하게 한다. 박준형은 아주 잠깐 나오는데다 대사도 없지만 꽤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P.S : 어렸을 때 갖고놀던 번개호 프라모델에 달린 제비 미사일 영화에서 언제 나오나 눈빠지게 기다렸는데 기능 설명할 때만 나오고 발사 장면은 안나온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