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가호호...가족 커뮤니케이션

김진석2008.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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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_ 가정의 달에 생각해보는 가족 커뮤니케이션 가가호호(家家好好) 프로젝트 출발~! <STYLE type=text/css> 소파에 나란히 앉으면 오히려 어색한 부부, 양육 문제로 애틋하던 애정에 금이 간 친정 엄마와 딸, 경조사를 제외한 평일에는 ‘면회 사절’을 외치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세상이 디지털화될수록 가족의 아날로그식 사랑은 무뎌지고 있다. 특히 가족간 대화가 부쩍 줄면서 끈끈한 정도 사라지는 추세. 가족의 소통은 요원한 ‘환상 속의 그대’가 되는 걸까. 이 시대를 사는 가족들의 무미건조한 모습, 그 속내를 들여다봤다.
취재 | 박지현(자유기고가) 도움말 |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부부클리닉후
<STYLE type=text/css> 가가호호...가족 커뮤니케이션
<STYLE type=text/css> Part 1 가족 대화의 단면에 관한 보고서 무미건조한 초상화, 우리 가족 맞아?

공지영 작가는 을 통해 ‘가정이란 베이스캠프와 같은 곳’이라 정의했다. 근사한 표현이다. 언제든 돌아와서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가정이자 가족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요즘 가정은 베이스캠프가 아니라 각자 머물다 떠나는 여인숙에 가깝다. 알콩달콩한 모습보다 각자 매진하는 현대인의 슬픈 초상이 남아 있을 뿐이다.
결혼 5년이 지난 부부는 반려자보다 친구와 많은 얘기를 나누고, 아이들은 엄마 아빠보다 유재석이나 강호동을 훨씬 친근하게 느끼니 가족간 대화가 사라지는 것도 당연하다. 대화의 부재는 종종 언어폭력으로 불거지기 일쑤. 최근 여성부가 전국 1만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가정 폭력 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부부 폭력 발생률은 40.3퍼센트에 달했다. 눈에 띄는 항목은 33.1퍼센트를 차지한 정서적 폭력. 원인은 갈수록 건조해지는 대화에 있다.
<STYLE type=text/css> 우리 시대 夫婦_ “아이들 없으면 묵언수행이 따로 없네!” 결혼 초기 서로 달달 볶아대던 부부도 결혼 5~6년 차에 접어들면 말수가 줄어든다. 생채기 내기 싸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화 중단’을 선언하는 것. 부부는 각자 ‘마이 웨이’를 외치고 독자 생활권을 형성하며 재미를 붙여간다. 공통분모가 줄어드니 대화 또한 사라지는 게 당연지사. 이러다 보니 부부끼리 소파에 앉아 있으면 어색하다거나 아이들 교육 이야기 빼면 할 말이 없다는 얘기도 들린다. 다행인 건 이런 대화 단절 현상이 생길 즈음이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 그 사랑의 결실을 ‘징검다리’ 삼아 무미건조한 부부 인생 제2막에 들어선다.
주류업계에서 홍보를 담당하는 김아무개 씨(42)는 “아내와 대화가 사라진 건 결혼 6년째에 접어들면서다. 업무 스트레스는 점점 커지는데 양육에 치인 아내의 요구 사항은 많아졌다. 자연히 다투는 횟수가 늘었다. 그러다 서로 포기하며 살기로 암묵적으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부부 대화는 기껏해야 아이들 교육, 친척 경조사에 대한 논의가 전부라고.
아내 정아무개 씨(39)의 입장도 비슷하다. 양육과 가사를 겸하면서 남편에게 서운한 감정이 점점 커졌다. 두 딸 을 키우면서 부부의 정은 과거보다 ‘뭔가’ 더 깊은 관계로 진입했지만, 부부 사이만 보면 건조하기 짝이 없다는 게 솔직한 심정. 이들 부부는 올 여름방학 자녀 어학연수를 계기로 남편은 한국에서, 아내는 미국에서 석 달을 보낼 예정이다. 애틋하고 서글픈 기러기 가족? 아니다. 떳떳하고 공식적인 별거(?)에 들어간 이들 부부는 은근히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남편은 ‘합법적’ 돌싱(돌아온 싱글), 아내는 ‘미드(미국 드라마)’의 현장에 푹 빠질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말이다.
<STYLE type=text/css> 우리 시대 母女_ “엄마, 딸은 각자 뿔났다” 가가호호...가족 커뮤니케이션 살갑던 친정 엄마와 딸 사이에 불화의 전주곡이 울려 퍼지는 건 엄마의 ‘정’을 십분 활용(?)해 육아 책임을 전가하려는 딸의 ‘이기적’ 심보에서 비롯된다. 친정 엄마는 “부모 희생도 모르는 매정한 딸년”을 원망하고, 딸은 “같은 여자 입장에서 몰라도 너무 몰라준다”고 서러워한다. 결국 오매불망 기다리던 손자가 친정 엄마와 딸 사이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만다.
올해로 다섯 살, 세 살배기 아들과 딸을 둔 윤은미 주부(34). 애틋하던 엄마와 관계에서 갈등이 불거진 건 친정에서 산후 조리를 치르면서다. 윤씨는 “조리원 비용이 부담스러워 병원과 가까운 친정에서 산후 조리를 했다. 그런데 직접 해보니 정말 못 할 짓이다. 엄마는 엄마대로 힘들고, 나는 나대로 쉬지 못했다”며 입을 열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양육에 접어들면서 생겼다. 윤씨는 “올 때마다 손발이 저리다, 허리가 아프다며 눈치를 주는 엄마가 못마땅하다. 첫째, 둘째 언니 애들은 군말 없이 봐줬으면서 막내인 나만 차별하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이런 섭섭한 마음은 딸들의 이야기일 뿐, 친정 엄마의 얘기는 완전히 다르다. 대한민국 친정 엄마들의 변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요즘 딸들이 너무 ‘약았다’는 거다. 자기들 힘들 때만 오라 가라 하면서 부모를 마구 부린다는 얘기. 파스를 붙여도 온몸이 쑤시는 판에 손자까지 ‘정기적’으로 안기는 건 너무하다는 반응이다.
게다가 시집엔 꼬박꼬박 바치는 용돈을 친정 엄마에겐 ‘고맙다’는 말로 대신하는 것도 얄밉다고. 엄마를 ‘무료’ 출장 도우미쯤으로 아는 딸들이 야속하다는 이야기다. 결국 육아 문제로 불거진 친정 엄마와 딸의 갈등엔 살가운 말 대신 퉁명스러운 기대만 남을 뿐이다.
<STYLE type=text/css> 우리 시대 姑婦_ 상대에 대한 관심 No, 무관심 Yes! KBS-2TV 드라마 의 단골 소재인 고부 갈등의 유형도 변화하고 있다. 최근엔 시어머니도, 며느리도 ‘선 긋기’에 적극적이다. 상대에 대한 관심은 최소화하는 대신 각종 경조사 때나 만나자는 분위기가 대세.
특히 며느리 중에는 시집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살려는 사람들, 다시 말해 ‘효부’ 타이틀을 처음부터 거부하거나 중간 반납하는 주부들이 꽤 많다. 시부모 재산을 물려받는 거야 쌍수 들어 환영이지만 공양부터 며느리 노릇까지, 챙겨야 할 대소사가 너무 많다는 걸 주변 ‘선배’들을 통해 잘 알기 때문이다.
김아무개 주부(37)도 자칭 ‘못된’ 며느리로 살기 위해 노력하는 유형. 김씨는 “좋던 고부 사이도 함께 살면 나빠지는 게 시집살이의 정석이다. 첫날엔 반갑지만 둘째 날엔 답답하고, 셋째 날엔 서로 얼굴 붉히는 게 시집 식구다. 아예 손님 대하듯 예의를 차리는 게 관계 유지에 더 좋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며느리들만의 트렌드는 아니다. 시어머니들도 선 긋기에 동참하고 있다. 같이 살아봐야 불편하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 특히 일하는 며느리들은 시어머니에게 양육 문제를 떠맡기는 경우가 많아 요즘엔 시어머니 쪽에서 같이 사는 걸 꺼리기도 한다고. 주말마다 “어머니, 오늘 바쁘세요?”라고 묻는 전화가 무서울 정도란다.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이런 쿨(?)한 관계가 늘어가면서 얼굴 붉힐 일 없어서 좋기는 하다. 문제는 언제나 제자리걸음만 하는 시어머니와 며느리들의 평행선 관계. 특히 지방에 거주하는 시부모의 경우 설날과 추석을 제외하면 얼굴 볼 기회가 없다. 자연히 공통의 소재도 적고, 가족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불편하기만 하다. 게다가 서로 책 잡힐 얘기는 아예 하지 않는 고부 사이니 따뜻한 쌍방 커뮤니케이션의 행방은 묘연하기만 하다.
<STYLE type=text/css> 가가호호...가족 커뮤니케이션
<STYLE type=text/css> 우리 시대 兄弟_ 결혼과 동시에 굿바이! 가가호호...가족 커뮤니케이션 형제 관계도 비슷한 양상이다. 철모르던 시절엔 성 구별 없이 잘 어울리던 남매도 사춘기를 지나 대학에 입학하면서 대화가 단절되고, 결혼한 형제들은 점점 ‘굿바이’를 외치며 산다. 이런 형제들의 ‘자구책’이 ‘부모님 계’. 부모님과 관련된 대소사 부담을 나눠 지는 선에서 ‘형제지정’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치가 급상승하는 관계가 자매. 결혼 전엔 지긋지긋하게 싸우던 자매도 결혼 후엔 홈쇼핑에서 세트 물건도 사서 나누고, 아이들 옷부터 장난감까지 줄줄이 내리 사용하면서 알뜰살뜰 생활의 지혜를 나누는 결탁 관계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김지연 주부(40)는 “결혼을 하고 나니 자매 좋다는 말에 수긍이 간다. 주변 친구들을 보면 자매끼리 자주 연락하면서 도움을 주는데, 남매는 각자 가정을 꾸리면서 남남처럼 변하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해봤자 부모님 생신 때나 얼굴 보고 안부 묻는 수준”이라고 털어놨다.
특히 살면서 올케나 시누이와 말다툼이라도 벌어지면 오빠까지 서먹해지게 마련. 하지만 어쩌랴, 오빠와 남동생은 올케나 시누이의 영원한 흑기사이자 최측근인 것을. 어느 정도 선을 긋고 남처럼 사는 게 집안 분란을 방지하는 길이란 걸 깨닫는다. 공통분모가 늘면서 새록새록 재미를 발견하는 자매와 달리 남매는 어느 정도 예의를 차려야 잘 굴러가는 ‘서먹서먹한’ 관계인 셈이다. <STYLE type=text/css> Part 2 가가호호(家家好好) 만드는 커뮤니케이션 전략 가가호호...가족 커뮤니케이션 지겨운 일상만큼이나 틀에 박힌 가족의 대화. 하지만 약간의 아이디어만 있다면 무미건조하던 가족 관계도 기름칠한 듯 잘 굴러갈 수 있다. 아이디어란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 공유 아이템이 많을수록 가족간 대화는 자연스레 는다.
취재 | 박지현

List 1 옛날 동네로 떠나는 고향 투어
가족들이 가장 즐거울 때는 뭐니뭐니해도 과거 추억을 되새기는 순간이다.
“삼양동 단칸방에 살 때는 집게벌레가 정말 많았는데” “겨울마다 수도가 얼어서 엄청 고생했잖아”와 같은 가족사는 오래된 일기장을 꺼내보는 것처럼 재미있다. 특히 말수가 적은 부모님이 ‘메인’이 되어 이야기를 이끄니 가족 분위기가 좋아지는 것도 당연하다.
가족간 정을 확인하고 싶다면 과거 거주한 추억의 공간을 찾아보자. 지금은 공원으로 변해버린 연립주택 터도 좋고, 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산동네도 좋다. 추억을 곱씹으며 찾아가는 옛 공간은 가족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수다쟁이로 만들 것이다. 엄마 아빠나 자신이 졸업한 초·중·고등학교를 찾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추천할 만하다.

List 2 우리 가족의 ‘버킷 리스트’ 작성하기
개인의 인생 계획표는 자주 짜면서 가족 공통의 계획을 세우는 데는 인색한 경우가 많다. 가족의 ‘버킷 리스트(bucket list : 이별이나 죽기 전에 보거나 하고 싶은 일 목록)’를 작성하면 새로운 공통 주제가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가족 관계가 더욱 친밀해진다.
대표적인 리스트가 가족 여행. 비용과 시간 때문에 항상 미루던 가족 여행을 버킷 리스트 1호로 정하고 실천 방안을 모색한다. 여행 일자를 위해 서로 휴가 기간을 조정하고, 경비를 조달하기 위해 여행 계나 공동 펀드를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살아난다. 한반도의 아름다운 여행지 10곳 둘러보기, 생일엔 오리지널 사랑의 편지 보내기 등도 실천 가능한 버킷 리스트다.

List 3 거실 TV 없애고 서재로 만들기
가족 대화를 가로막는 괴물(?)은 바로 TV와 게임기. TV만 켜면 수십 개 채널에서 흥미로운 스토리가 쏟아지니 굳이 누군가와 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게다가 요즘은 방마다 TV나 컴퓨터가 있어 가족이 한데 모여 TV를 보던 시대도 지났다.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 주부들이 실천하는 방법은 거실의 서재화. 가족이 함께 책을 읽는다는 점에서 몇 년 전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TV를 치우기 힘들다면 안방에 들여놓고 구성원마다 시간을 정해 시청한다.

List 4 노부부를 위한 새로운 징검다리, 애완동물 키우기
SBS-TV 를 보면 닭부터 고라니까지 이색 애완동물에 푹 빠진 주인공들이 나온다. 흥미로운 건 “얘는 동물이 아니라 우리 막둥이라니까”라는 출연자들의 공통된 답변. 나이 많은 부부일수록 애완동물은 집안의 활력소가 된다. 말수가 거의 없는 노부부들이 애완동물을 기르면서 새롭게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한 사례도 많다. 부부 사이가 너무 적적하다면 막둥이 역할을 할 애완동물을 키워보는 것도 좋다. 나이가 많은 부부일수록 애완동물의 효과가 높다.

List 5 우리만의 ‘가족력(歷)’ 만들기
나라마다 역사와 전통이 있듯, 개인과 가정에도 나름의 역사와 전통이 있다. 가족력은 가족의 규칙이나 생활 방법을 하나씩 만들어가는 것. 나라의 헌법을 하나씩 제정하는 것과 비슷하다. 일주일에 한번 대화의 시간 갖기, 봉사 활동을 통해 사회와 만나기, 가족간에는 비난의 말 하지 않기 등이 가족력의 내용이 될 수 있다. 가족력을 만드는 시간은 가족 구성원의 생각을 조율하고 맞춰가는, 즉 가족 커뮤니케이션의 좋은 통로가 된다.

List 6 ‘발 마사지’로 마음의 굳은살 풀기
가족간 마사지는 스킨십을 통해 애정지수를 높이는 ‘굿 아이디어’. 간단히 손과 발을 지압하는 것부터 뭉친 다리 근육을 풀어주는 것까지 마사지의 종류는 다양하다. 부부, 모녀, 부자 사이도 좋다.
요즘 새롭게 주목받는 마사지 방법은 ‘발’을 이용한 마사지. 손이 아니라 발을 활용해 상대방의 몸을 마사지하는 방법이다. 손을 이용할 때처럼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다는 게 장점. 각종 마사지 방법은 인터넷 동영상이나 요가 강좌를 통해 배울 수 있다. <STYLE type=text/css> 가가호호...가족 커뮤니케이션
<STYLE type=text/css> Part 3 생생 체험_ 8년 차 평범(?) 부부의 부부 상담 문턱 넘기 우리 부부는 통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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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보다는 일상의 ‘말’만 주고받고 각자 일에 몰입하다 보니 부부 커뮤니케이션에 제동이 걸린다. 이럴 때 부부상담 클리닉을 활용해보는 건 어떨까? 하지만 상담 비용과 사회적 편견, 효과에 대한 의구심, 원하는 상담자 찾기 등의 이유로 부부 상담소에 대한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다. 리포터가 직접 부부 상담소를 찾아 체험해보았다.
취재 | 이은아 리포터 identity94@naver.com 취재 협조|이주은 부부상담심리센터

결혼 8년 차에 접어드는 나는 부부 상담소 체험 기회가 내심 반가웠다. 언제부턴가 ‘우리 부부의 진짜(?) 모습을 진단받고 싶다’는 마음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부인의 이런 진짜 속내는 모른 채 “그냥 옆에 앉아 있으면 되지?” 하며 흔쾌히 상담 제의에 동의한 남편을 데리고 부랴부랴 부부 상담소 문을 두드렸다.
상담 전에, 우리는 고민, 희망 사항, 결혼 전 가족 관계에 대한 기본적인 신상과 친밀도 등 각자 신상에 관련한 질문지를 작성했다. 잠시 후 상담실로 들어갔다. 답변지를 살펴보던 ‘이주은 부부상담심리센터’의 이주은 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앉았다. 이 원장이 최근 부부의 고민을 묻는데 둘 다 선뜻 답을 못 하고 눈치만 본다. 슬쩍 남편을 보니 ‘문제가 없다’는 표정. 취재를 위한 체험이지만 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 싶은 내가 용기를 냈다.
“남편의 마음을 알고 싶어요.”
남편이 의외라는 듯 쳐다본다. 이어 이 원장이 “두 분이 앉은 모습이나 표정을 봐서는 크게 걱정할 것이 없어 보인다”며 말문을 열었다. 상담을 받으러 온 부부는 대부분 멀찍이 떨어져 앉아 굳은 표정이란다. 처음 앉는 모습만 봐도 상담자의 심리적 거리를 가늠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뒤이어 ‘부부의 커넥션(connection) 수준은 떨어진다’는 냉정한 진단이 내려진다. 마음을 나누는 정서적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것. 순간 마음속에 뭔가 ‘쿵’하고 내려앉는 기분이다. 남편도 슬슬 긴장했고, 그때부터 체험이 아닌 진짜 상담이 시작됐다.
<STYLE type=text/css> 가족은 부모도, 자식도 아닌 ‘부부 중심’이어야 가가호호...가족 커뮤니케이션 의사에게 병을 진단받을 때 과거 병력과 현재 증상을 설명하듯 부부 문제 역시 만남에서 결혼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결혼 후 스토리를 되짚어보고, 현재를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했다. 연애 3년, 결혼 생활 만 7년을 돌아보니 우리가 인연을 맺은 지도 벌써 10년.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지만 솔직히 결혼 후 우리의 감정은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때가 종종 있었다.
원인을 함께 찾는 대화가 깊이 있게 오갔다. 결국 신혼 때부터 결정적인 순간 아내와 아이보다 지방 부모님이 우선인 남편에게서 부부 갈등이 비롯되었다는 것을 찾았다. 이 원장은 “아직도 결혼 전의 가족을 원가족으로 생각하는 전형적인 ‘효자’ 남편이다. 결혼하면 아이가 있든 없든 원가족은 아내여야 한다”며 “효도는 당연하지만 아내와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면 진정한 효도가 아니다. 진짜 효도는 부부가 잘 사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양쪽 부모는 10퍼센트만 신경 쓰자. 나머지는 지금의 원가족 아내와 아이에게 돌려라”라는 처방을 내렸다.
그리고 나에게도 “남편에 대한 기대를 일정 부분 포기하다 보니 관심이 아들에게 치우쳐 있다”며 “관심이 쏠리면 아이는 부담스러워한다. 경험상 자녀는 열 살만 지나도 독립을 원하고, 부모도 독립시킬 준비를 해야 한다. 결국 남는 건 부부다. 평생 함께 행복하려면 남편을 인정하고 존경하자”는 당부를 전했다. 여자는 안정감이, 남자는 자존감이 키워드기 때문에 사랑받는 아내, 존경받는 남편으로 상대를 위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이 원장이 소감을 물었다. 남편은 “누구보다도 아내를 제일 먼저 생각하며 살겠다”고, 나는 “남편을 존경하면서 살겠다”고 다짐했다.
이주은 원장은 마지막으로 우리 부부에게 ‘부부 중심으로 잘 사는 법’에 대해 몇 가지 숙제를 내주었다. ▲집으로 돌아가서도 상담 내용에 대해 다시 대화의 시간을 가질 것 ▲앞으로 일주일, 바쁘면 2주일에 한 시간 혹은 하루에 5분이라도 부부만의 대화 시간을 가질 것 ▲같은 취미나 운동을 찾아 함께 즐길 것 등이다.
<STYLE type=text/css> 체험 후기, 부부라면 예방 차원으로도 좋을 듯 솔직히 부부 상담은 TV 드라마 소재나 극단적인 갈등이 있는 부부 혹은 이혼 법정에 들어설 만큼 위기의 부부들이 찾는 곳이라는 ‘편견’이 있었다. 그에 비해 우리 부부의 갈등은 소소한 수준이라 생각했다. 그런 우리의 가슴을 이주은 원장이 사정없이 흔들었다.
“이 자리에 있으면 20대 젊은 커플부터 60대 노부부까지 전 세대의 다양한 부부 모습을 만난다. 그러다 보니 현재 문제나 갈등을 방치할 경우 10년 뒤에 어떻게 변할지 예상이 된다.”
우리 부부가 바로 10년 뒤 불행할 수 있는 소통 부재의 부부였던 것. 충격을 받아 아팠지만 그만큼 명쾌해진 것도 있다. 흔히 부부싸움 뒤 친구나 선배에게 털어놓으며 조언을 구하는데 대개 돌아오는 답은 비슷하다. 일방적으로 ‘누가 잘못했네’ 혹은 ‘결혼 생활이 다 그렇지 뭐’ 등. 좋은 해결책 없이 공허한 이야기만 ‘난무하기’ 십상. 그에 비해 부부 상담은 첫 자리부터 부부 문제를 술술 털어놓고, 전문가의 안정된 진행으로 정확한 원인을 찾고 개선책까지 제안받는다는 점에서 꽤 유용한 시간이었다. 문제는 비용이다. 하지만 부부의 발전을 위한 ‘행복 투자 비용’으로 생각한다면 한번쯤 상담소 문을 두드려보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겠다 싶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남편에게 어땠는지 물었다. 솔직히 ‘일을 빙자해 아내에게 당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내심 걱정하면서.
“정말 좋았어. 특히 ‘부부 중심으로 살라’는 말이 제일 기억에 남네. 그나저나 상담 비용 우리가 내야 하는 거 아니야?”
오호, 이거 기대 이상이잖아! <STYLE type=text/css> 가가호호...가족 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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