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새벽, 모두가 늦지 않고 모였다. 조금이라도 늦거나 누군가 혹 늦잠을 자는 등의 ‘사고’가 터지면 모든 일정이 틀어지는데, 정말 감사한 일이다. 필요한 물건을 싣고 바로 차에 올라 태안으로 향했다.
토요일 이른 아침임에도 남(南)으로 향하는 차들이 많아 보였다. 이번에 찾은 태안의 모습은 어떠할까? 조금 더 나아진 모습에 대한 희망과 기대, 외면하고 싶은 비극의 적나라한 현장에 다시 다가가야 한다는 안타까움이 교차한다.
개목항.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를 가장 가까이서 맞이하게 된 비극의 해변 가운데 하나이다. 몇몇 현지 주민들이 장비를 동원하여 외로운 주말 아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시 찾은 태안은 썰렁했다. 봉사를 위해 줄을 잇던 대형, 중형 버스들부터 찾기 힘들었다. 거무스름한 해변을 가득 메웠던 알록달록한 방제복의 자원 봉사자들도 볼 수 없었다. 자원 봉사는 사실상 ‘종료’ 되었다.
지난 1월의 1차 봉사와 2월의 2차 봉사를 통해서도, 지역 주민들이 품고 있던 ‘집단 자기 기만’ 혹은 ‘감동 드라마 의 성급한 종료’에 대한 우려를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눈에 띄게 호전된 모습을 확인하고 돌아올 수 있었던 2차 봉사의 경우, 지역 주민의 이와 같은 근심을 모두가 공감하였고(이미 2월경에 미디어는 태안의 호전된 상황에 고무될만한 소식들을 내놓기 시작했으며, 이로 인해 현격히 줄어드는 인력과 지원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걱정이 컸다), 봄이 되고 태안과 관련한 소식 자체가 드물어진 시점에서 다시금 3차 봉사를 계획하게 한 강력한 동기가 되기도 했다.
텅 빈 민박집에 걸린 현수막이 주민들의 분노를 전해준다.
순조로운 일정 속에 방제 준비를 마치고 바로 작업에 투입되었다. 작업의 내용은 간단하다. 일단 포크레인으로 해변을 구역지어 파헤치고 그 곳에 양수기로 물을 댄다. 쉽게 말하면, 대형 호스를 이용하여 해당 구역의 모래를 구석구석 헹궈내는 것이다. 지난 겨울의 작업 내용이 해변을 덮은 바위와 모래의 기름을 제거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모래 속에 숨어있던, 그리고 기온의 상승으로 모래 속에서 움터 오르는 기름을 끝없이 헹궈내는 것이다.
실의에 찬 주민이 흡착포를 수십 장씩 띄워둔 채, 긴 막대를 이용하여 젓고 있다.
비극적 현실을 타계하기 위해 모두가 애를 쓰는 상황에서 작업에 난이도와 경중이 있을 수 없겠으나, 혹독한 날 씨라는 조건을 배제한다면(특히 지난 2월 봉사를 떠났을 때는 그야말로 군복무 중의 혹한기 훈련을 방불케 하는 지옥 체험이었다), 지난 겨울의 작업이 더 수월했던 것 같다.
먼저 날이 따뜻해지면서 숨어있던 기름이 올라오고 바닷물과 양수기로 댄 물에 의해 수면에 떠오르면서, 마스크가 없이는 도저히 버틸 수 없을 정도로 악취가 심했다. 무엇보다 작업의 특성상 쪼그리거나 허리를 완전히 구부리는 자세를 필요로 하기에, 지난 겨울 앉아서 바위와 돌을 닦아내는 작업에 비해 물리적 고통 역시 더욱 견디기 어려웠다. 작업의 성질 역시 지극히 단순하고 지루하여 많은 끈기와 인내를 요하는 것이었다.
시커먼 기름 덩이가 엉겨붙으며 부글대는 누런 거품까지 동반하여 양수기의 물에 실려 내려온다. 바로 이 기름들을 흡착포에 묻혀 건지는 것이다.
양수기로 모래 더미에 물을 뿌려대자, 거무스름한 기름 찌꺼기들이 응어리를 지은 채로 물살에 실려 내려왔다. 누런 거품까지 동반한 채, 우리에게 달려드는 기름을 흡착포를 이용해 재빨리 묻혀서 건져내야 한다. 우리들은 삼삼오오 모여 양수기 밑으로 흡착포를 들고 자리를 잡고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기름들을 거르고 걸러내었다.
작업은 지극히 단순하고 지루하다. 게다가 쪼그리거나 허리를 구부리고 장시간을 작업해야 하기에 몸의 피로도 상당하다. 주민들은 이런 작업을 매일같이 견디고 있다.
끝없이 흡착포를 이용하여 기름을 건져 올리니, 어느덧 몇 마대에 가득 차 있던 흡착포가 죄다 동이 나버렸다. 끊어질듯한 허리를 들어 올려 뒤를 보니, 벌써 파도가 이만큼 올라와 우리를 덮칠 기세이다.
작업은 길 수가 없다. 조수 교차라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자원 봉사자들이 현지에 도착해서 작업을 마칠 때까지 기껏해야 3시간 가량을 일할 수 있을 뿐이다.
오랜 시간 쪼그리고 앉아서 끝없이 기름을 던져내는 일이 쉽지 않다.
허탈하고 안타까웠다. 누구에게 죄를 물을 것인가? 그 넓은 해변에 10명의 우리 일행만이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 사면초가 항장(項將)의 심정을 헤아리게 해준다. 지난 봉사에 비해 더욱 맥이 빠지는 것은 작업의 속도가 느리고, 또 작업의 내용 역시 가시적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반나절 동안 아무리 기름을 거르고 건져내도 양수기로 살짝 모래를 털면, 끝없이 시커먼 기름이 줄줄 흘러나온다.
이런 물에서 생물이 살기를 바란다는 건 염치 없는 생각이다.
이렇게 떠나야 하는 것이 허탈했다. 왠지 죄인이 된 듯한 기분이다. 힐끔 주민의 눈치를 본다. 이미 실의에 빠지 고 재기의 기력과 용기를 잃은 주민들에게서는 별다른 의지를 찾아보기 어려웠고, 망연자실한 모습에 오히려 넉 넉함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몇몇 아주머님들이 점심을 권하셨으나, 각자의 일정과 끔찍한 교통 체증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어, 마다하고 발 걸음을 서둘렀다. 미안하고 죄송해서였을까? ‘수고하셨소’라는 감사의 말과 미소가 너무나 부당한 찬사로 들려왔다.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 적은 수이지만 또 다른 자원 봉사 팀이 일손을 돕고 있다. 조수 교차로 작업을 마치기 전까지 개목항에서 작업을 도운 봉사자는 이들과 새사람 교회 청년부가 전부였다.
바삐 돌아오는 발걸음을 재촉하던 중, 현지의 요식 업체를 돕는 것 역시 일종의 지원이며 봉사라고 생각한 우리 는 휴게소나 프랜차이즈점에서 식사를 하지 않고 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였다. 토요일 오후 끼니 때라고 하나, 개점 휴업 상태였다. 손님은 우리가 전부였다. 주인 아저씨가 드시던 비빔 냉면이 맛있어 보인 우리는 비빔냉면을 여러 개 주문했다.
현지의 요식 업체를 돕는 것 역시 일종의 지원이라고 생각한 우리는 시내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였다.
이번 3차 봉사는 화창한 봄 날씨에 작업은 순조로웠으나, 여름이 되면 더위와 높은 습도로 인한 기상 조건도 작업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다. 감동의 드라마 제작 대열에 적극적으로 합류했던 많은 이들. 그들은 죽음의 바다를 피해 올 여름 어디로 피서를 갈 것인가?
태안을 다녀오다
5월 17일, 태안을 다녀오다 - saesaram.cyworld.com
토요일 새벽, 모두가 늦지 않고 모였다. 조금이라도 늦거나 누군가 혹 늦잠을 자는 등의 ‘사고’가 터지면 모든 일정이 틀어지는데, 정말 감사한 일이다. 필요한 물건을 싣고 바로 차에 올라 태안으로 향했다.
토요일 이른 아침임에도 남(南)으로 향하는 차들이 많아 보였다. 이번에 찾은 태안의 모습은 어떠할까? 조금 더 나아진 모습에 대한 희망과 기대, 외면하고 싶은 비극의 적나라한 현장에 다시 다가가야 한다는 안타까움이 교차한다.
개목항.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를 가장 가까이서 맞이하게 된 비극의 해변 가운데 하나이다. 몇몇 현지 주민들이 장비를 동원하여 외로운 주말 아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시 찾은 태안은 썰렁했다. 봉사를 위해 줄을 잇던 대형, 중형 버스들부터 찾기 힘들었다. 거무스름한 해변을 가득 메웠던 알록달록한 방제복의 자원 봉사자들도 볼 수 없었다. 자원 봉사는 사실상 ‘종료’ 되었다.
지난 1월의 1차 봉사와 2월의 2차 봉사를 통해서도, 지역 주민들이 품고 있던 ‘집단 자기 기만’ 혹은 ‘감동 드라마 의 성급한 종료’에 대한 우려를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눈에 띄게 호전된 모습을 확인하고 돌아올 수 있었던 2차 봉사의 경우, 지역 주민의 이와 같은 근심을 모두가 공감하였고(이미 2월경에 미디어는 태안의 호전된 상황에 고무될만한 소식들을 내놓기 시작했으며, 이로 인해 현격히 줄어드는 인력과 지원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걱정이 컸다), 봄이 되고 태안과 관련한 소식 자체가 드물어진 시점에서 다시금 3차 봉사를 계획하게 한 강력한 동기가 되기도 했다.
텅 빈 민박집에 걸린 현수막이 주민들의 분노를 전해준다.
순조로운 일정 속에 방제 준비를 마치고 바로 작업에 투입되었다. 작업의 내용은 간단하다. 일단 포크레인으로 해변을 구역지어 파헤치고 그 곳에 양수기로 물을 댄다. 쉽게 말하면, 대형 호스를 이용하여 해당 구역의 모래를 구석구석 헹궈내는 것이다. 지난 겨울의 작업 내용이 해변을 덮은 바위와 모래의 기름을 제거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모래 속에 숨어있던, 그리고 기온의 상승으로 모래 속에서 움터 오르는 기름을 끝없이 헹궈내는 것이다.
실의에 찬 주민이 흡착포를 수십 장씩 띄워둔 채, 긴 막대를 이용하여 젓고 있다.
비극적 현실을 타계하기 위해 모두가 애를 쓰는 상황에서 작업에 난이도와 경중이 있을 수 없겠으나, 혹독한 날 씨라는 조건을 배제한다면(특히 지난 2월 봉사를 떠났을 때는 그야말로 군복무 중의 혹한기 훈련을 방불케 하는 지옥 체험이었다), 지난 겨울의 작업이 더 수월했던 것 같다.
햇빛에 반사되어 빛나는 이물질이 기름이다.
<EMBED pluginspage=http://www.macromedia.com/go/getflashplayer src=http://dory.mncast.com/mncHMovie.swf?movieID=10050072720080521020902&skinNum=1 width=520 height=449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깨끗한 흡착포를 가볍게 대기만 해도 순식간에 시커먼 걸레가 되어 버린다.
먼저 날이 따뜻해지면서 숨어있던 기름이 올라오고 바닷물과 양수기로 댄 물에 의해 수면에 떠오르면서, 마스크가 없이는 도저히 버틸 수 없을 정도로 악취가 심했다. 무엇보다 작업의 특성상 쪼그리거나 허리를 완전히 구부리는 자세를 필요로 하기에, 지난 겨울 앉아서 바위와 돌을 닦아내는 작업에 비해 물리적 고통 역시 더욱 견디기 어려웠다. 작업의 성질 역시 지극히 단순하고 지루하여 많은 끈기와 인내를 요하는 것이었다.
시커먼 기름 덩이가 엉겨붙으며 부글대는 누런 거품까지 동반하여 양수기의 물에 실려 내려온다. 바로 이 기름들을 흡착포에 묻혀 건지는 것이다.
양수기로 모래 더미에 물을 뿌려대자, 거무스름한 기름 찌꺼기들이 응어리를 지은 채로 물살에 실려 내려왔다. 누런 거품까지 동반한 채, 우리에게 달려드는 기름을 흡착포를 이용해 재빨리 묻혀서 건져내야 한다. 우리들은 삼삼오오 모여 양수기 밑으로 흡착포를 들고 자리를 잡고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기름들을 거르고 걸러내었다.
작업은 지극히 단순하고 지루하다. 게다가 쪼그리거나 허리를 구부리고 장시간을 작업해야 하기에 몸의 피로도 상당하다. 주민들은 이런 작업을 매일같이 견디고 있다.
끝없이 흡착포를 이용하여 기름을 건져 올리니, 어느덧 몇 마대에 가득 차 있던 흡착포가 죄다 동이 나버렸다. 끊어질듯한 허리를 들어 올려 뒤를 보니, 벌써 파도가 이만큼 올라와 우리를 덮칠 기세이다.
작업은 길 수가 없다. 조수 교차라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자원 봉사자들이 현지에 도착해서 작업을 마칠 때까지 기껏해야 3시간 가량을 일할 수 있을 뿐이다.
오랜 시간 쪼그리고 앉아서 끝없이 기름을 던져내는 일이 쉽지 않다.
허탈하고 안타까웠다. 누구에게 죄를 물을 것인가? 그 넓은 해변에 10명의 우리 일행만이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 사면초가 항장(項將)의 심정을 헤아리게 해준다. 지난 봉사에 비해 더욱 맥이 빠지는 것은 작업의 속도가 느리고, 또 작업의 내용 역시 가시적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반나절 동안 아무리 기름을 거르고 건져내도 양수기로 살짝 모래를 털면, 끝없이 시커먼 기름이 줄줄 흘러나온다.
이런 물에서 생물이 살기를 바란다는 건 염치 없는 생각이다.
이렇게 떠나야 하는 것이 허탈했다. 왠지 죄인이 된 듯한 기분이다. 힐끔 주민의 눈치를 본다. 이미 실의에 빠지 고 재기의 기력과 용기를 잃은 주민들에게서는 별다른 의지를 찾아보기 어려웠고, 망연자실한 모습에 오히려 넉 넉함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몇몇 아주머님들이 점심을 권하셨으나, 각자의 일정과 끔찍한 교통 체증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어, 마다하고 발 걸음을 서둘렀다. 미안하고 죄송해서였을까? ‘수고하셨소’라는 감사의 말과 미소가 너무나 부당한 찬사로 들려왔다.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 적은 수이지만 또 다른 자원 봉사 팀이 일손을 돕고 있다. 조수 교차로 작업을 마치기 전까지 개목항에서 작업을 도운 봉사자는 이들과 새사람 교회 청년부가 전부였다.
바삐 돌아오는 발걸음을 재촉하던 중, 현지의 요식 업체를 돕는 것 역시 일종의 지원이며 봉사라고 생각한 우리 는 휴게소나 프랜차이즈점에서 식사를 하지 않고 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였다. 토요일 오후 끼니 때라고 하나, 개점 휴업 상태였다. 손님은 우리가 전부였다. 주인 아저씨가 드시던 비빔 냉면이 맛있어 보인 우리는 비빔냉면을 여러 개 주문했다.
현지의 요식 업체를 돕는 것 역시 일종의 지원이라고 생각한 우리는 시내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였다.
이번 3차 봉사는 화창한 봄 날씨에 작업은 순조로웠으나, 여름이 되면 더위와 높은 습도로 인한 기상 조건도 작업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다. 감동의 드라마 제작 대열에 적극적으로 합류했던 많은 이들. 그들은 죽음의 바다를 피해 올 여름 어디로 피서를 갈 것인가?
올 여름의 태안은 더욱 걱정스럽다.
saesaram.cyworld.com 십시(the tenth hou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