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시원에 사는 여자 - 서랍이 세 개 달린 칠 벗겨진 책상, 겨우 누울 수 있는 좁은 싱글침대, 무릎 높이의 키 작은 냉장고, 그리고 제일 답답한 한 뼘 너비의 창문... 이번에 붙기만 하면 당장 거기에서 나올 거예요. 복덕방에 벌써 방도 다 알아봤어요. 월세를 좀 많이 내더라도 일단 창이 넓은 집을 얻을 거예요. 돈 아낀다고 고시원에 들어갔는데, 여자가 생활하기엔 뭐...좀 그래요. 화장실도 공중 화장실이고, 샤워 실도 여자, 남자 나눠져 있긴 하지만..공동 샤워 실이고.. 무엇보다 밤새 들락날락하는 사람들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어제도 한 남자가 술에 취해서 현관문을 부서져라 두드리니까, 옆방에 있는 남자가 나가서 열어주는 것 같더라구요. 아마 술에 취해서 열쇠를 잃어버렸나 봐요. 아무튼 별의별 사람들이 다 각각의 사연을 머물고 있어요. 그 중에 난 취업 삼수생이에요. 시골에 계신 엄마는 그냥 시집이나 가라고 성화시지만, 난 절대 그럴 수 없어요. 당당한 캐리어우먼이 돼서 멋진 차를 끌고 꼭 금의환향할 거예요. 엄마는 어제도 전화를 했어요. 서울에서 꽤 괜찮은 중소기업에 다니는 남잔데..한 번 만나보라구요. 그래서 전화번호만 받아놨어요. 싫다고 하면..좋다고 할 때까지..계속 전화하실 게 빤하니까요. 연해요? 그런 거 언제 해 봤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해요. 취직하고, 이사하고..그러고 나면 나도 애인도 생기겠죠. 그땐 마음의 여유가 생길 테니까... 그런데 지금은 아니에요. 사랑타령도 다 돈 있고, 시간 있고, 직업 있는 사람들이 하는 사치에요. 내겐 아직 그런 사치가 어울리지 않구요. 오늘은 왠지 느낌이 좋아요. 면접관 표정도 괜찮았구요. 붙으면 이 엘리베이터도 매일 탈 수 있겠죠... 어, 현관 밖에 몇몇 남자들이 모여 커다란 현수막을 들고 서 있네요. < 은경아! 사랑해!! 나한텐 너 뿐이야. 걱정하지 마~꼭 붙을 거야! 파이팅!!> 현수막에 이 회사의 유니폼을 입은 여자 캐리거처도 그렸어요. 아마..여자 친구가 이 회사에 면접을 보러 왔나 봐요. 엉뚱하긴 하지만, 저런 귀여운 남자친구가 있는 것도..나쁘진 않겠네요. 이번 회사에 합격하면, 미뤄뒀던 소개팅부터 쫙 해야겠습니다.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사랑은 의지에 의한 결과물이 아니라고,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일일 뿐이라고...1
사랑이 사랑에게40 -고시원에 사는 여자-
- 고시원에 사는 여자 -
서랍이 세 개 달린 칠 벗겨진 책상,
겨우 누울 수 있는 좁은 싱글침대,
무릎 높이의 키 작은 냉장고,
그리고 제일 답답한 한 뼘 너비의 창문...
이번에 붙기만 하면 당장 거기에서 나올 거예요.
복덕방에 벌써 방도 다 알아봤어요.
월세를 좀 많이 내더라도 일단 창이 넓은 집을 얻을 거예요.
돈 아낀다고 고시원에 들어갔는데,
여자가 생활하기엔 뭐...좀 그래요.
화장실도 공중 화장실이고,
샤워 실도 여자, 남자 나눠져 있긴 하지만..공동 샤워 실이고..
무엇보다 밤새 들락날락하는 사람들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어제도 한 남자가 술에 취해서 현관문을 부서져라 두드리니까,
옆방에 있는 남자가 나가서 열어주는 것 같더라구요.
아마 술에 취해서 열쇠를 잃어버렸나 봐요.
아무튼 별의별 사람들이 다 각각의 사연을 머물고 있어요.
그 중에 난 취업 삼수생이에요.
시골에 계신 엄마는 그냥 시집이나 가라고 성화시지만,
난 절대 그럴 수 없어요.
당당한 캐리어우먼이 돼서 멋진 차를 끌고 꼭 금의환향할 거예요.
엄마는 어제도 전화를 했어요.
서울에서 꽤 괜찮은 중소기업에 다니는 남잔데..한 번 만나보라구요.
그래서 전화번호만 받아놨어요.
싫다고 하면..좋다고 할 때까지..계속 전화하실 게 빤하니까요.
연해요? 그런 거 언제 해 봤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해요.
취직하고, 이사하고..그러고 나면 나도 애인도 생기겠죠.
그땐 마음의 여유가 생길 테니까...
그런데 지금은 아니에요.
사랑타령도 다 돈 있고, 시간 있고, 직업 있는 사람들이 하는 사치에요.
내겐 아직 그런 사치가 어울리지 않구요.
오늘은 왠지 느낌이 좋아요.
면접관 표정도 괜찮았구요.
붙으면 이 엘리베이터도 매일 탈 수 있겠죠...
어, 현관 밖에 몇몇 남자들이 모여 커다란 현수막을 들고 서 있네요.
< 은경아! 사랑해!! 나한텐 너 뿐이야. 걱정하지 마~꼭 붙을 거야! 파이팅!!>
현수막에 이 회사의 유니폼을 입은 여자 캐리거처도 그렸어요.
아마..여자 친구가 이 회사에 면접을 보러 왔나 봐요.
엉뚱하긴 하지만, 저런 귀여운 남자친구가 있는 것도..나쁘진 않겠네요.
이번 회사에 합격하면, 미뤄뒀던 소개팅부터 쫙 해야겠습니다.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사랑은 의지에 의한 결과물이 아니라고,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일일 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