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조용운2008.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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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를 것 없이 사흘 동안 비 내렸다

빗길 그 사이에 점자처럼 도드라져 있는 파릇한 상처를 밀어 올리며

당신 꽃피었다

숲과 나무가 천천히 스미듯 땅과 비가 천천히 스미듯

젖는 일이란 제 속의 마디를 끊어내는 일이었다

제 속으로 새 마디를 하나 새겨 넣는 일이었다

당신이 내게 소리 없이 스미어왔던 것처럼

내게 스미어 내가 모르게 된 것처럼

천천히 스미기 직전의

수만 떨림의 촉수를 뻗었던 누군가가

내 인생에도 있었음을 알겠다

가슴 속 상처가 스민 그 자리에서 길을 더디게 걷는 일처럼

소리도 없이 서로 스미려고

그 얼마나 많은 비 내리고 바람 불었는지

몇 날 비에 젖고 있는 창 밖의 풍경처럼

적조하고 단조로운 음절도 때론 사무친다는 것

어느 사랑이 비의 경전에 귀기울이며 젖는 일에

저토록 몰두할 수 있단 말인가

창 밖의 풍경은 또 훌쩍 키가 자라고

마디진 길을 배회하던 기다림은 더 푸르러지려니

당신을 새겨 넣은 내 푸른 상처는

또 얼마나 오래도록 파닥이며 반짝이겠는가,

빗물 다 스민 자리에서 나무는 또

푸른 물기 스민 잎을 햇빛 속에 가득 새겨 놓는다


강미정 - 상처가 스민다는 것






그 친구 감정의 기복이 좀 심한 편이죠?

비 오는 날은 아마 같이 지내다 보면 덩달아서

슬퍼 죽겠구나 싶을 때가 있을거에요.

그런데요. 그게 심각한 문젠 아닌게,

해가 나면 괜찮아 지니까. 바람불고 해나고 그러면요.

미친듯이 명랑해지고 좀 그래요.

하여튼, 단조로운 감정선을 가진 애는 아니에요.

음... 좋아하는 음식은 주로 면 종륜데..

실제로는 위장이 약해가지구 밀가루 음식 잘 안받아요.

싸울 정도가 아니면 우겨서라도 밥 먹이는게 좋죠.

그리구.. 또.. 걔가.. 좋아하는 음악은....




그 친군 내가 비를 싫어한다고 했겠죠?

하지만 비를 싫어하는건 사실 그 친구에요.

내가 싫어하는건 그냥..

그 친구가 비오는 날 마다 우울해져서는

예전 여자친구 이야기를 늘어놓는거죠.

또.. 그 친군 내가 라면을 좋아한다고 말했겠지만

사실은 그 친구가 라면 귀신이었어요.

라면... 냉면.. 자장면..

그 쪽한테 이런 말 하는거 좀 웃기지만 나는 그 친굴 많이 좋아했어요.

같이 지내는 동안 진짜 내가 뭘 원하는지

그런건 한번도 표현을 못할만큼.

친구라도 되려고 이쯤에서 물러났지만..

그래도 지금 그쪽이랑 이렇게 마주 앉아있지만..

난 그 친구.. 되게 많이 좋아했었어요




인간에게는 자신만의 폐허가 있기 마련이다.

나는 그 인간의 폐허야말로 그 인간의 정체성이라고 본다.

아무도 자신의 폐허에 타자가 다녀가길 원치 않는다.

이따금 예외가 있으니

사랑하는 자만이 상대방의 폐허를 들여다 볼 뿐이다.

그 폐허를 엿본 대가는 얼마나 큰가.

무턱대고 함께 있어야 하거나, 보호자가 되어야 하거나,

때로는 치유해줘야 하거나 함께 죽어야 한다.

나의 폐허를 본 타자가 달아나면 그 자리에 깊은 상처가 남는다.

사랑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어느 한 순간에 하나가 되었던 그 일치감의 대가로

상처가 남는 것이다.


신경숙
















당신...... ♬ Y - 코요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