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바위보를 하던 여자。 기쁘고 즐겁기만 했던 날들.. 생일.. 축제.. 이런 날들이 이렇게 한심하게 비참할 수도 있다는 걸, 예전에 몰랐어요. 그 사람이 없는 지금에야 그걸 알겠습니다. 어제는 내 생일이었어요. 과 동기들의 축하파티도, 가족들의 저녁 식사도 거절하고, 그냥 거기에.. 혼자 갔습니다. 그 애와 자주 가던 인도풍의 바.. 테이블 대신 도톰한 돗자리 같은 게 깔려 있고, 좌석마다 하늘거리는 하얀색 커튼이 드리워져 있어서 소꿉장난을 하듯 재밌어 하던 곳... 마치 어린 시절, 마당에 우산을 활짝 펴 놓고 그 안에 들어가 앉아 있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드는 장소, 거기를 발견하고는 그 애랑 내가 얼마나 좋아했었는지.. 몰라요.. 그 애와 헤어진 후, 한 번도 갈 수 없었는데, 어제는 용기를 내서 눈 딱 감고 가봤습니다. 어쩌면 그 애가 친구들과 어울려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 번도 가지 못했었는데.. 어제는 그냥 갔어요. 마주치더라도 당황하지 말자. 아니, 니가 있을 것 같아서 왔다고 말할까? 아니, 혹시 내 생일을 기억하고 있는지만 물어볼까? 정말 수많은 생각을 하고 갔는데.. 그 애는 없었습니다. 어제는 내 생일이고 오늘부터는 학교 축제예요. 작년 축제 때는 그 애와 유치한 커플 게임에도 참가하고, 보드 게임도 하고, 주점에서 막걸리도 마시고 그랬었는데.. 오늘은 멍하니 잔디밭에 앉아... 작년 축제만 가득 떠올리다가 집으로 가는 길입니다. 이상하게 해가 지면 그 애가 더 많이 생각나요. 육교 앞에 있는 제과점에서 베이글을 좀 사가야겠습니다.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못 먹었거든요. 한 남자가 생일 케이크를 사고 있어요. 아마 여자 친구의 생일인가봐요. 초코시럽으로 아이러브유를 써달라고 주문하고 있네요. 베이글이 담긴 봉투를 안고 터벅터벅 육교르 건너고 있는데, 한 여자가 난간에 기대어 서서 조각처럼 서 있습니다. 울고 있는 것 같아서 무슨 일인가 싶어... 그 여자의 시선을 따라가 봤더니.. 저 밑에 재수 학원 앞에 우르르 서 있는 학생들만 보이네요. 어쩌면 저 여자도 작년 이 맘 때를 떠올리고 있는 건 아닐까요? 가위바위보를 하며 이 육교 계단을 오르던 어떤 한 남자를 생각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우리도 그랬었거든요.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 이 육교를 건널때마다, 한 칸 한 칸 계단을 오를 때마다.. 사랑이 사랑에게 말합니다. 가위바위보처럼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게 사랑이라고, 이제 그만 떠난 사랑을 건너라고... 4
사랑이 사랑에게 [15]
가위바위보를 하던 여자。
기쁘고 즐겁기만 했던 날들..
생일.. 축제.. 이런 날들이 이렇게 한심하게 비참할 수도 있다는 걸,
예전에 몰랐어요.
그 사람이 없는 지금에야 그걸 알겠습니다.
어제는 내 생일이었어요.
과 동기들의 축하파티도, 가족들의 저녁 식사도 거절하고,
그냥 거기에.. 혼자 갔습니다.
그 애와 자주 가던 인도풍의 바..
테이블 대신 도톰한 돗자리 같은 게 깔려 있고,
좌석마다 하늘거리는 하얀색 커튼이 드리워져 있어서
소꿉장난을 하듯 재밌어 하던 곳...
마치 어린 시절, 마당에 우산을 활짝 펴 놓고
그 안에 들어가 앉아 있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드는 장소,
거기를 발견하고는 그 애랑 내가 얼마나 좋아했었는지.. 몰라요..
그 애와 헤어진 후, 한 번도 갈 수 없었는데,
어제는 용기를 내서 눈 딱 감고 가봤습니다.
어쩌면 그 애가 친구들과 어울려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 번도 가지 못했었는데.. 어제는 그냥 갔어요.
마주치더라도 당황하지 말자.
아니, 니가 있을 것 같아서 왔다고 말할까?
아니, 혹시 내 생일을 기억하고 있는지만 물어볼까?
정말 수많은 생각을 하고 갔는데.. 그 애는 없었습니다.
어제는 내 생일이고 오늘부터는 학교 축제예요.
작년 축제 때는 그 애와 유치한 커플 게임에도 참가하고,
보드 게임도 하고, 주점에서 막걸리도 마시고 그랬었는데..
오늘은 멍하니 잔디밭에 앉아...
작년 축제만 가득 떠올리다가 집으로 가는 길입니다.
이상하게 해가 지면 그 애가 더 많이 생각나요.
육교 앞에 있는 제과점에서 베이글을 좀 사가야겠습니다.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못 먹었거든요.
한 남자가 생일 케이크를 사고 있어요.
아마 여자 친구의 생일인가봐요.
초코시럽으로 아이러브유를 써달라고 주문하고 있네요.
베이글이 담긴 봉투를 안고 터벅터벅 육교르 건너고 있는데,
한 여자가 난간에 기대어 서서 조각처럼 서 있습니다.
울고 있는 것 같아서 무슨 일인가 싶어...
그 여자의 시선을 따라가 봤더니..
저 밑에 재수 학원 앞에 우르르 서 있는 학생들만 보이네요.
어쩌면 저 여자도 작년 이 맘 때를 떠올리고 있는 건 아닐까요?
가위바위보를 하며 이 육교 계단을 오르던 어떤 한 남자를
생각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우리도 그랬었거든요.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
이 육교를 건널때마다, 한 칸 한 칸 계단을 오를 때마다..
사랑이 사랑에게 말합니다.
가위바위보처럼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게 사랑이라고,
이제 그만 떠난 사랑을 건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