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사랑에게 [18]

정민희2008.05.30
조회93
사랑이 사랑에게 [18]

 

 

간판 거는 남자。

 

'집념의 싸나이, 의지의 싸나이'

 

친구들이 날 두고 하는 얘깁니다.

내가 생각해도 그녈 향한 내 집념과 의지는 대단한 것 같아요.

 

처음 그녀는 나를 발톱의 때만큼도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이상형과는 하늘과 땅차이가 났었겠죠.

시골에서 논매다가 온 아저씨 같은 내가

그녀의 눈에 가당키나 했겠습니까?

 

그녀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니까,

내가 죽어라하고 쫓아다니던 그 때,

글쎄 사무실을 그만 둘까 하고 생각할 정도로

괴로웠다고 하비다. 내가 싫어서 말이죠.

그래도 아무튼 근 1년을 쫓아다녔습니다.

노량진 육교 밑에 있는 어느 빵집 간판을 제작할 때였는데,

그녀랑 친해지고 싶어서 일부러 매일 뭘 의논했어요.

그녀와 난 간판 전문 업체에 다니고 있어요.

그녀는 간판 디자이너고,

난 간판이 제작되면 시공을 하러 다니는 일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디자인 한 간판은 아이디어가 끝내줘요.

그녀의 디자인은 호소력이 있고,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악센트가 있어요.

그녀를 닮아있죠. 그녀도 그렇거든요.

얼마 전에 디자인한 카페 간판은 피아노 건반 모양이에요.

그리고 요즘 작업 중인 미용실 간판은 펌 머리를 연상시킵니다.

 

꿋꿋한 밀어붙이기 정신으로

이런 그녀와 사귄지 드디어 100일이 되는 날입니다.

사실 요즘 누가 나처럼 그렇게 죽기 살기로 쫓아다니겠어요?

한두 번 대시해 보다가 그래도 여자 쪽에서 노하면,

거기에서 다른 쪽으로 얼른 방향을 틀죠.

그녀 얘기가, 보기 드문 이런 내 뚝심에 넘어갔다고 하더군요.

뚝배기 같이 생긴 남자가 일편단심 뚝심으로 밀어붙이는데..

그 모습에 조금씩 마음이 가더래요.

 

그녀 마음이 변하기 전에 확 프러포즈 해버릴려구요.

100일 기념 현수막도 준비했습니다.

얼마 전에 놀이동산에 가서 우리 둘이 찍은 사진을 넣고,

마음을 담은 프러포즈 문구도 넣었어요.

 

은정아, 나랑 결혼해줄래?

평생 뚝배기처럼 보글보글 사랑해줄게. 사랑해~ 알라뷰

 

현수막을 어디에 달면 좋을지, 고민 중입니다.

그녀 동네 마을버스 정거장?

아님 그녀 집 앞 전봇대에 걸까요?

그녀와 결혼을 하면 우리 집엔 예쁜 간판을 하나 달고 싶습니다.

 

철수랑 은정이네 집

 

 

사랑이 사랑에게 말합니다.

당신의 사랑엔 어떤 단어의 간판이 걸려 있느냐고,

행복.. 기쁜.. 슬픔.. 기다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