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이 운다 .

백민지2008.05.30
조회60

 

어릴적 읽었던 춘향전에는 이몽룡이라는 암행어사님이

성춘향을 짜잔 하고 구해주었다.

신랄하게 풍자시로 그 고을 '사또변학도' 를 비꼬았고

마치 요즘 트렌디 드라마 처럼 그들은 해피앤딩을 맞았다.

 

지금 이순간 내가 춘향전에서 생각나는 구절이 있다면

 

金樽美酒千人血 금동이의 좋은 술은 천 사람의 피요,
玉盤佳肴萬姓膏 옥쟁반 위에 맛있는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
燭淚落時民淚落 촛물이 떨어질 제 백성들의 눈물이 떨어지고,
歌聲高處怨聲高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소리 높더라.

 

 

지금 우리는 ... ...  촛불이 운다 .

 

 

스물한번째 집회 참가 닭장 투어 3기

나는 열혈 여고생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나름의 여유도 생겨 가방에는 초코파이와 자유시간을

뇌물로 준비할 줄 도 알게되었고 , 종이컵을 몇센치 잘라야

초가 가장 잘 들어가는지도 알게 되었다.

 

엄마는 적당히 해라 공부도 해야지 라고 하시면서

 

" 오늘은 엄마도 같이 가볼까 ? "

" 초코파이 사는데 돈 안모자르니 ? "

 

라며 한번은 나랑 같이 나란히 닭장 투어를 하게 되었다 .

엄마는 난생 처음 타본 전경차에 처음엔 무서워 했지만

내가 호호 웃으며 초코파이와 자유시간을 돌리고 ' 오빠 오빠 '

라며 전경들에게 애교를 떨고

" 편지 쓸테니깐 주소 좀 불러주세요 "

라며 수첩에 주소를 받아적는 모습을 다 지켜보더니만

그새야 아들 뻘의 아이들을 무서워 하지 않고 " 힘들지 " 라며

어머니의 포스를 팍팍 내뿜기 시작했다.

 

 만약 내가 이런 경력으로 대학을 간다면

학생 운동권에서 나를 스카웃 하려 혈안이 될것이다 .

아니 그때 쯤이면 우리 나라 중,고생 들은 모두 열혈 운동권

학생이 되어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대통령님도 운동권 출신

이라고 분명히 그분 자서전에서 읽은것 같은데 ... 나도 그분

대학생때 박 전 대통령에게 쓴 편지 처럼 편지를 써볼까 ?

 

' 대통령님 저는 당신이 대학생때 신경쓴 취업보다는 당장

제 목숨이 궁한 고등학생 입니다 . 제발 목숨을 살려주세요 '

라고 쓰면 ' 아아 그래 나도 예전에는 대통령께

이런 편지를 썼었지' 라며 말도 안되는 모든 사안 들을

철회 해 주실까 ?

 잡다한 생각들을 하며 나는 오늘도 초와 종이컵 초코파이 한박스

자유시간 열개를 가방에 넣고 집회에 나간다 .

친구도 나간다 . 둘이 손을 잡고 조잘거리며 오늘은 명동으로

가볼까 ?  라며  교문을 빠져나간다 .

 

오늘은 세종로다 .

복작복작을 넘어선 북적북적 그야말로 인산인해의 광경이

이제는 일과 처럼 펼쳐진다 .

눈앞의 아롱이는 촛불들이 보석처럼 아름답다 .

한 목소리로 오늘도 목청껏 외치는 수많은 사람들이

익숙한 얼굴도 있고 낯선 얼굴도 있다.

이제는 몇몇분들은 문자 친구라고 해도 될 정도로 이 시간 쯤만

되면 파파박 문자가 날아온다.

" 오늘은 나는 세종로 7시 부터 참가 우리 열혈 소녀는 어디 ? ? "

라면서 27 살의 회사원 언니 문자가 왔다.

이주전에 촛불집회에서 친해져 계속 함꼐 하고 있는 언니었다.

눈부시게 밝은 촛불에 감싸여 오늘도 나는 소리를 보탰다.

 

오늘은 유달리 전경오빠 들이 많은것 같다.

 

그리고 유달리 오늘 따라 군복을 입고 참가한 사람도 있고

유모차도 보이고 애기들도 많았다.

아 오늘 고시 날이라고 했었지 .. 수업시간에 고시가 발표되서

나는 보지는 못했는데 인터넷에서 잠깐 읽은것 같다.

 

군복 입은 - 친구 말로는 예비군 이라는데 - 오빠들은 맨 앞줄에서

일렬로 나란히 서서 전경들과 눈을 마주 보며 막고 서 있었다.

나는 슬며시 다가가서 몇분에게 자유시간을 찔러주며

무심한듯 시크하게 " 입 심심하실때 드세요 " 라고 말해주었다.

자고로 군복입으면 단건 뭐든 맛있댔다고

교생 선생님이 말해주었다. 그리고 초코파이를 꺼내 그건

전경 오빠들 에게 몰래 몰래 하나씨 쥐어드렸다.

아무래 매일 이렇게 가지고 오지만 금새 동이나 버린다 .

저 오빠들도 힘들텐데 괜히 고생인것 같다 .

 

해는 금새 져 버리고 시간도 금새 흘러버리고 막판이 되자

전경 오빠들이 몇몇을 연행 하려고 했다.

유모차에 아기들은 몇몇은 자고 있고 몇몇은 눈을 말똥말똥 뜨고

몇몇은 울고 있었다 . 아줌마들은 애기를 얼르고 있고

전경들은 눈앞에 있고 그 사이에 예비군 오빠들이 일렬로

서서 가로 막아주고 내 초는 녹아 흐르고 있고 ... ...

 

모두들 한목소리로 소리를 내고

모두의 초가 다 함께 울고 있고

나는 구호를 외치다 왠지 모르게 모든게 너무 섧게 느껴졌다.

왜 이렇게 까지 해야 하는것일까 ?

왜 이렇게 하는데도 몰라주는 걸까 ?

아니 모르는척 하는걸까 ?

무엇을 위해 정치가들은 혹은 대통령은 국민을 무시하는 걸까 ?

우리를 무시하면서 까지 그것을 해야만 국가적 이익이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일까 ?  나는 너무나도 궁금했었다. 찾아가서

속시원히 물어보고 싶었다 . 진실이 무엇인지 ... ...

 

애기와 엄마들 예비군과 학생들 회사원과 전경들

갑자기 엉엉 비통하게 우는 나를 일제히 바라보았다 .

아줌마들은 나를 달랬고 친구도 나를 달랬고 회사원 언니도

나를 달랬다 . 나는 초를 들고 울면서 천천히 일어나 앞으로 걸어

나갔다 . 예비군 오빠들을 지나쳐서 전경 오빠들 코앞까지

걸어 나갔다 . 나는 여전히 우리 엄마 아빠가 꼭 죽은것 처럼

섧게 울었고 그 코앞에서 초도 울고 있었다 .

 

예비군 오빠들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미동도 하지 않았다 .모두들 정지 상태가 되었다 .

 

 

 

초가 운다 . 나도 울었다 .

 

 

 

 

 

 

 

 

 

 

 

 

 

 

 

 

 

 

 

 

 

= 픽션 입니다 ;;

전에 픽션이라고 글을 안썼더니 ... 그것 때문에

욕을 많이 먹었어요 -_- ;; 픽션입니다 .

광장에 꾸준히 광우병 & 공공기반시설 민영화  글을 쓰겠습니다.

많이 읽어주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