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에서의 일기. 오랜만입니다 다들~ 훗.

이명철2008.06.01
조회92


며칠 작업을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지만 오늘 하루 느낀 바가 많아서 몇 자 적어봤습니다.

글이 길지만 다소 읽을 만하다고 생각하기에 여기에다 올리겠습니다.

이걸 보고 상황이 이러니 자원봉사라도 좀 해라하고 들이대는 것은 아닙니다.

나 이런 일 하고 있다고 공치사하는 것이 될까봐 글을 올리는 것도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한분이라도 알아주는 게 진짜 일이 똑바로 돌아가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답답한 마음에 여기에 글을 올려봅니다.

일이 터졌을 때 그것을 덮어두는 것보다 오히려 드러내서 고쳐가는 것이 좋다는 것을

공감해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태안에는 세 가지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자원봉사자와 태안주민들의 행사를 중심으로 모여든

만리포의 군중이었고, 또 하나는 의항 해수욕장에서 돌을 걷어내는 수백 명의 자원봉사자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자봉이와 8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었습니다. 

 

  만리포는 아침부터 분주했습니다. 여러가지 세트를 설치하는 사람들, 물품 판매와 전시 등을 위한 천막과

 책상, 의자 따위를 준비하는 사람들 그리고 기념품을 전시하는 저희와 물품 판매 등 행사를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만리포의 아침을 장식했습니다. 

 

태안에서의 일기. 오랜만입니다 다들~ 훗.

만리포의 오후


  그 시각 의항 해수욕장에는 한국 교회 봉사단체를 위시한 수백의 자원봉사자들이 모여들었습니다. 그들은

의항 해수욕장 백사장에 묻혀있는 돌들을 꺼내서 한 쪽으로 옮기느라 굉장히 분주했습니다. 한 쪽에는

포크레인 두 대가 작업을 지원하고 있고 세대의 양수기가 호스도 없이 한쪽에서 대기 중이었습니다.

태안에서의 일기. 오랜만입니다 다들~ 훗. 

의항 해수욕장

 

  또 비슷한 시각, 개목항에서는 양수기를 구하기 위한 피나는 노력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의항 2구

이장님의 부탁으로 150명가량의 자원봉사자들을 자봉이에서 맡아서 개목항에서 방제작업을 하게 되었으나

양수기가 한대도 없어 작업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더군다나 150명이 작업을 하는데 양수기 한대로

원활한 작업을 할 수가 없기에 두 대 이상은 필요한 상황이어서 부담감과 긴장감에 식은땀이 흐를

지경이었죠. 그리고 개목항의 작업장은 바닥이 단단하고 돌이 많아 삽과 곡괭이, 쇠스랑 따위가 많이

필요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시간은 없고 할 일은 넘쳐났습니다.

 

일단은 군청 재난관리과장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이러이러한 상황이니 양수기를 좀 지원해 달라.

돌아오는 대답은 '업체에 지원해줬던 양수기가 얼마나 회수되고 얼마가 어디로 가있는지 파악된 바가

없으니 실무자나 개목항에 나가있는 상황실에 문의해보시오.'였습니다. 실무자는 전화를 받지 않았기에

개목항에 나가있는 상황실에 문의해보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습니다.

 

 개목항에 나가있는 공무원들의 대답은, 아니 작업장에 제가 거의 10일 가량 있어도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상황실'의 고귀하신 분들의 대답은 '우리는 자원봉사자들의 안전과 간식, 자원봉사자 편의나 확인서 등의

업무를 볼 뿐이다. 따라서 장비와 관련된 것은 전혀 모르니 업체와 협의를 해보시오.'였습니다.

즉, 우리가 업체에 양수기를 지원하기는 했으나 이미 서류상 지원된 것은 업체의 소유로 인정이 되니

업체와 협의하여 양수기를 개인적으로 빌리는 수밖에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리하야 결국은 업체에 가서 상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의항 해수욕장을 책임지고 있는 업체의 대답은

'실소유주는 군청이니 군청과 협의를 해야 된다.'였습니다. 소위 말하는 '떠넘기기식 행정'을 눈앞에서

당하니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군청과 협의를 해서 이장님 입회하에 양수기를 대여해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고 저희는 4시간가량을 소진하고 나서야 소형 양수기 한대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 즈음 의항 해수욕장의 작업은 끝이 난 것 같았습니다. 해수욕장 복구를 위해서 열심히 돌을 나르던

자원봉사자들 중 일부가 개목항작업을 위해서 개목항으로 와주셨습니다. 그래서 자봉이는 힘을 내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가진 장비라고는 소형 양수기 한대와 삽 한 자루 모삽 한 자루 그리고 곡괭이 한자루,

의항 해수욕장에서 거의 쓰지 않고 버린 것을 주워 온 연갈색의 흡착포(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흡착포는

 정말 완전한 검은색이 될 때까지 쓸 수가 있습니다.) 한 뭉태기, 그리고 새 흡착포 두 박스였습니다.

다행히 남자분이 적어서 삽 같은 장비가 적은 것이 크게 티가 안 났습니다. (이걸 다행으로 생각해야하니

 이것도 힘듭니다.)

 


 

  기름이 있는 곳을 찾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양수기 호스를 쑤시면 웬만한 곳에서는

기름이 솟아올라왔으니까요. 전북 정읍 중앙 교회에서 오신 어르신들이 한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오전에 거기서 뭐한 거야. 여기 이렇게 기름이 넘쳐나구만.'

 

태안에서의 일기. 오랜만입니다 다들~ 훗. 개목항 작업장에서 서울여대와 전북 정읍 중앙교회분들


태안에서의 일기. 오랜만입니다 다들~ 훗.

의항해수욕장과는 너무 다른 풍경... ㅡㅡ;;

태안에서의 일기. 오랜만입니다 다들~ 훗.

작업마치고 귀환하는 서울여대 학생들

태안에서의 일기. 오랜만입니다 다들~ 훗.

작업중인 고릴라와 그 동료들 ㅋㅋㅋ

태안에서의 일기. 오랜만입니다 다들~ 훗.

모든 사진을 믿기지 않겠지만 같은 날입니다.. 태안에는 아직도 할 일이 많아욤 ㅋㅋㅋ


 

 


 의항 해수욕장에서 열심히 돌을 줍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게 깨끗한

모래로 포장해놓은 해수욕장만 보고 가는 저 많은 사람들은 이제 태안이 깨끗해졌다고 생각하겠지.

참 우리나라 사람들 대단하다, 다 같이 와서 이곳을 벌써 이렇게 깨끗하게 만들어 놓다니 하고 생각하겠지.

 그리고 뿌듯함을 느끼고 가겠지. 그것을 생각하니 이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름이 분명히

많은데, 백리포, 태배, 개목항, 천리포, 닭섬...... 내가 기름이 있는 것을 듣고 본 현장만 해도 이렇게

많은데, 군청에서 보낸 곳은 이미 기름이 있는 곳을 다 덮어버린 곳이니 사람들이 태안의 방제작업이

끝났다고 생각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습니다.

 

 


 만리포의 저녁 모습은 그런 생각을 굳히기에 충분했습니다. 울긋불긋 수평선에 얹힌 아름다운 노을 아래

 깨끗한 백사장에서 울려 퍼지는 심수봉씨의 '백만송이 장미', 윤수일의 '아파트.' 여기저기 식당에

넘쳐나는 손님들, 길을 가득 메워 교통체증을 일으킬 정도의 차들, 1개 중대 병력의 의경들과 교통정리에

 나선 택시기사들...... 그 곳은 더 이상 삼성중공업이, 허베이 스피리트호가 기름을 퍼부은 그 태안이

아니었습니다. 이제는 방제작업을 모두 마치고 손님 맞을 준비를 끝낸 예전의 태안이었습니다.

 

 


 그 곳에 넘쳐나는 사람들이 돌아가면 태안도 이제는 괜찮다고 노을이 참 예쁘더라고 말하겠지요.

그리고 예전 같지는 않지만 여름에 해수욕장을 개장하면 사람들도 많이 올테구요. 그러면 '태안을

찾아주시는 것도 자원봉사입니다.'라는 어느 현수막에 걸린 문구같이 태안경제를 살리는 일도 많이

벌어질테구요. 그렇게 빨리 복구를 끝내고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물론 좋은 일이 될 수도 있고 그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직도 기름이 있는 곳이 많은데, 제대로 복구되려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끝내고도 최소 20년은 있어야 어업을 할 수 있고 100년은 있어야 원상태로 돌아간

다는데, 그것을 덮어두고 일단 경제부터 살려보자는 논리는 결국은 상처를 곪게 두는 행위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복구가 된 것처럼 만들어버리면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실제 피해 정도는

그런 이미지에 묻혀 축소되어버리고 결국은 씨프린스호 때처럼 얼마 되지 않는 돈으로 보상이 끝나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해수욕장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묶는 민박, 펜션. 밥을 먹는 식당, 먹을 것은 사는 슈퍼.

 이들이 진정 피해자일까요? 그런 자들의 경제를 살리는 것이 정말 태안의 경제를 살리는 걸까요? 물론

관광지였으니 피해자가 아닌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결국 분열을 부르게 될

것 같아 걱정됩니다.

 

 오늘 태안의 세 가지 모습은 저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깨끗해진 태안을 상징하는 해수욕장의

 복구를 위해 지원된 수많은 장비와 여전히 기름에 얼룩진 태안을 여실히 보여주는 개목항의 열악한 장비,

 그것마저 구할 수 없어 열심히 뛰어다니고 사람에게 시달린 자원봉사자와 혹시 책임질 일이 생길까봐

손사래를 치는 공무원, 마을이 깨끗해지는 일이라니 나서서 도움을 주시려는 이장님과 그 쪽은 우리 구역이

 아니니 장비를 지원할 수 없다고 말하는 업체 직원, 이게 무슨 자원봉사인가하고 생각하며 해수욕장의

돌들을 파내서 옮기는 자원봉사자들과 아직도 이렇게 기름이 많다니 놀라는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그것들을

 모조리 덮어버리는, 마치 기름 위를 뒤덮은 깨끗한 모래들과 같은 만리포의 수많은 군중들. 사람 사는

군상이 다들 그렇다지만 이 곳 태안의 오늘은 정말로 다른 삶을, 다른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로 가득 찬

곳이었습니다.

 

 


 물론 공무원들도 업체들도 자기만의 사정이 있고 또 이 곳 방제 일에 관여된 사람이 엄청납니다.

굴 양식장 철거작업에 136억이 지원되었는데 이것저것 무슨 협회, 무슨 업체를 거쳐 세 마을 중 가장

굴 양식장이 많은 개목항에 떨어진 돈이 16억에 지나지 않으니 그 사이에 얼마나 중간 단계가 많은지

상상이 갈 것입니다. 그래서 각자 행정상 이루어지는 일들로 사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로 우리의 서해가 (이건 절대 태안의 것이 아닙니다. 태안의 피해만도 아니구요.)

더럽혀진 것을 그냥 넘기는 것은 국민으로서 다소 안일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절대 부담을 주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이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할 뿐입니다.

아직도 기름이 많은 사진을 보고 싶으시면 '자봉이'를 검색하시면 사진이 많이 있습니다.

소고기로 터질 것 같은 머리를 식혀주세요 ㅋㅋㅋ www.jabongi.kr로 와서 사진 많이 봐주세요~~ 캄사 캄사~

추신 : 기름유출사고 자원봉사에 동참하실 분은 태안 군청에 연락하지 마시고 자봉이에 연락을 주세요.

작업장 안내, 작업 방법 설명, 작업 도구, 작업 장비 지원, 무료 숙박, 무료 식사 지원합니다.

저도 완전 2주 동안 공짜로 살고 있어요. ㅋㅋㅋㅋㅋ 010 4127 1091 로 전화 주셔서 이성우씨를 찾으세요. ㅋㅋㅋ

제 폰은 모내기 하다가 잃어버렸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