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만 흔들었다. 앉아 있는 줄이 너무 길어 앞에서 마이크 대고 하는 말도 잘 들리지 않았다. 그저 앞사람이 좌우로 촛불을 흔들면 따라 흔들 뿐이었다.
그러다 10시가 되니 모두 조용히 흩어져 집으로 돌아갔다.
뉴스나 신문에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애들이 연예인들에게 선동되어 공부는 안 하고 길바닥에 나가 놀고 있다는 식으로 청소년들이 50%를 넘는다며 가치 없는 집회로 보도했지만, 언론에서 접했던 것과 달리 어린 학생들보다는 대학생이나 직장인들로 보이는 20~30,40대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아니, 정말 연령층이 다양했다고 하는 것이 제대로 된 표현이 되겠다. 그 밖에도 엄마 손을 잡고 있던 어린 아이들, 초등학생, 중고등생, 연세 지긋한 노인분들도 고루 섞여 있었다.
그냥 우리는 모두 조용히 와서 자리에 앉아 촛불을 흔들었다.
시민들 옆으로 전경들이 죽 줄을 서 있었고, 초를 팔거나 김밥을 파는 잡상인들도 꽤 여럿 있었다. 나는 초를 사 오지 않아 1000원을 내고 초를 사고 옆에 계신 한 분께 촛불을 옮겨 켰다. 나중에 촛불집회를 주최하신 분들께서 "초 사지 마세요! 저희가 드립니다!"하며 초와 종이컵을 나눠 주실 때에야 초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촛불집회에 와서까지 서로 자리 싸움을 하며 초며 김밥이며 돗자리를 파시는 분들께 혀를 내둘러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그 분들은 얼마나 또 살기가 어려워 이것을 생계의 기회로 삼으셨을까 싶어 침을 삼켰다.
그야말로 일 끝내고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복장이 불편한 사람들이 많았다. 모인 사람들은 서로 초면이지만 웃으면서 깔고 앉을 신문을 건네고 초에 불을 붙여 주며 서로에 대한 알 수 없는 유대감을 나누고 있었다. 처음 만난 사람과 서슴없이 말문을 터 생각을 나누고 자리가 불편하지는 않은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없는지 다정하고 걱정스런 눈길을 주고 받았다. 그런 것들이 왠지 쨘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이런 일들이 벌어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내 일에 치여 인터넷으로만 가끔 소식을 들여다 보던 내가 너무 부끄럽다.
이명박은 아직도 "초는 누가 사 준 것이냐"며 어리석은 백성들이 치밀하고 고약한 자신과 여당의 반대세력 의해 바보같이 이끌려 거리로 나간 것으로 촛불집회를 평가절하하고 있다. 여론은 뭐든 괴담으로 돌리더니.
분노에 눈물이 절로 나온다. 머리가 뜨겁다.
나는 정말 너무나도 평범한 한 사람일 뿐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눈에서 가슴 깊숙이에서 솟구치는 시리고 따가운 눈물이 나오게 만드는 사람이다. 정말 자신의 탓은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들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그냥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나라를 걱정하고 자신의 일은 뒷전으로 미룬 채 내 목소리 하나 더해 국민의 말을 들어주길 바라며 거리로 나간 것 뿐이다. 그들 손에는 그저 빛을 내는 양초 하나 들려 있을 뿐이다.
그런 사람들을 왜 때리고 밟고 방패로 찍어야 한단 말인가. 선량하고 약한 사람들을 죽여가면서까지 얻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나는 눈이 좋지 않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안경을 썼는데 대학생이 되면서부터는 안경을 벗은 모습이 훨씬 예뻐 소개팅을 나갈 때마다 상대에게 잘 보이고 싶어 안경을 벗고 잘 안 보이는 채로 돌아다니느라 너무 힘들었다. 렌즈를 끼려고 해 봐도 눈이 아파 그럴 수 없었다. 그 때마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부럽게 여긴 사람들이 눈이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한 여고생이 촛불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정부에서 뿌린 물대포에 정면으로 눈을 맞아 안구가 떨어져 나가 실명을 했다고 한다. 그런 사람이 둘은 더 있다고 한다.
그들의 인생을 정부는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무엇을 그리 잘못했는가. 평생 앞을 볼 수 없어야 하는 아픔을 겪어야 할 정도로 그들이 저지른 어마어마한 죄는 무엇인가
나는 초등학교의 한 교사다. 아이들에게 정의를 가르치고 정도를 가르치고 정직을 가르친다.
항상 도덕적인 사람이 되라고,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알며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꺾지 말라고,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고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초, 중, 고등학생의 시기를 평범하게 보낸 나는 학생일 때 역시 훌륭한 은사님들께 그렇게 배웠고, 세상은 정의롭고 아름다운 곳인줄 알았다.
대학생이 되어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했을 때, 그 때 처음 깨달았다. 우리가 목이 터져라 외치고 울고 왜 그것이 교육 속으로 들어오면 안 되는지 성토하여도 결국 정부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들은 그들이 하고자 한 대로 하였고, 꺾인 것은 우리였다.
그 때 세상은 이상적인 곳이 아니라는 걸 처음 알았다. 정의가 승리하지 않는구나.
난 참 어리고 때문지 않았었다. 그 때의 경험은 아직도 깊은 상처로 남아 생생하다. 내 머리를 내리쳤던 진실. 그동안 내가 미래를 꿈꾸고 이상적인 삶을 희망하며 키워왔던 아주 많은 것들이 무너져내리던 그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패배주의. 정의를 외치더라도 힘 없는 자들은 결국 지고 만다는 패배주의에 빠진 대학생들이 많은 것은 그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20대의 투표율이 굉장히 저조한지도 모른다. 결국은 돈과 권력 있는 자들의 뜻대로 되어 버릴텐데... ... 세상은 거짓과 부도덕이 승리하는 곳이라는 가슴 아픈 깨달음.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았을 때와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소신껏 무언가 했을 때 그 결과에서 받는 충격은 같은 크기가 아닐 것이기에 상처 받을 자신의 이상을 감싸기 위해 정치에 무관심해졌을 지도 모른다.
아.. 나는 두렵다. 또 이명박과 한나랑당이 '것 봐, 너희들은 아무 것도 못 해.' 라며 기고만장해질 결과가 닥칠까 봐. 모두 내가 겪었던 상처를 겪고 무기력해질까 봐. 우리 아이들이 이 어린 나이에 거짓이 승리하는 세상을 접할까 봐. 잘못된 성공관과 가치관을 갖게 될까 봐.
내일도 급식에 미역국이 나오면 아이들은 물을 것이다.
"선생님, 이거 소고기예요?"
교사로서 당당하게 서고 싶다. 열심히 하는 자가 인정받고 성공할 수 있다. 착하게 사는 사람이 복을 받을 것이다. 행복해지기 위해 돈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따뜻하고 정의로운 마음이다. 라고 아무 거리낌(죄의식?) 없이 가르치고 싶다.
선생님들끼리 "정말 도덕 가르치기 민망하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아이들도 모든 것을 지켜 보고 있다. 티비에서 그들이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이명박 아저씨는 거짓말 하는 것 같던데... ..."
악과 거짓으로 얼루져있던 대통령이 50%의 지지율로 대통령 당선된 것? 아이들도 안다. 느낀다. 세상이 어떤 곳인지......
적어도 맑고 순수하고 정의로운 아이들이 남을 헐뜯고 자신의 잘못을 교묘하게 덮으면서 자신의 이익을 챙기고 원하는 바를 이루는 것이 훨씬 현명한 인생살이 법이라고 느끼며 자라지 않도록, 최소한의 도덕이 살아숨쉬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다.
다음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읽고
http://blog.daum.net/keh7890/15613759?srchid=BR1http%3A%2F%2Fblog.daum.net%2Fkeh7890%2F15613759
에서 퍼온 글
2008년 5월 31일. 대규모 촛불집회 참가 후기.
시청 광장에 모인 10만여명의 사람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왔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사람들. 다들 하나의 마음으로 하나의 뜻으로 모인 촛불집회였습니다.
저녁 8시가 되자 본격적인 거리 행렬이 시작됐습니다.
선두대가 먼저 출발하고 그 뒤로 계속 열을 지어 "이명박은 물러가라" "협상무효 고시철회"를 외치며 행렬을 이어갔습니다.
전국에서 온 대학생들, 교복을 입은 여고생, 멋진 예비군 부대들, 유모차 부대들, 주말에도 일하다 온 넥타이 부대, 나이가 지그시 든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어린 아기들과 함께 온 가족들, 오직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기 위해, 국민답게 살기위해 모였습니다.
8시부터 12시까지 4시간 가량을 걷고나니 너무 다리가 아파서 저와 저랑 친한 동생은 안국역에서 시위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때까지만해도 이렇게 심각한 폭력 진압이 이뤄질거라곤 생각을 못했습니다.
돌아와서 인터넷 실시간 생중계를 보는데, 이건 진압의 차원을 넘어 완전..전쟁 그 자체였습니다.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하고, 분노의 눈물이 흘렀습니다.
이게 지금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맞는지.. 제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 남자를 전경 10명이서 집단 구타하고 바닥에 쓰러지니 방패로 얼굴을 내리찍고, 여자들도 남자 전경이 폭행하면서 연행하는 모습(원래 여자는 여경이 아니면 연행을 해서는 안됩니다)
인도에 서 있든, 심지어 건물에 들어가 있든 장소에 상관없이 무조건 폭력을 휘두르며 연행하는 모습, 연이어 계속 살수차가 물대포를 시민들 얼굴과 몸을 향해 뿌려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고3 여고생 1명이 실명됐으며, 40대 아저씨 한분도 실명 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예비역 1명이 부상 정도가 너무 커서 생명이 위급한 것 같다는 소식과 광화문 인근 병원은 부상자가 너무 많아 더이상 환자를 받을 수 없어 먼곳으로 가고 있다는 소식도 듣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나중에는 특전사경찰까지 나왔습니다.
테러 같은 강력한 범죄에만 나온다는 특전사경찰이 말입니다..
우리가 테러를 했습니까?? 우리가 무기가 있습니까??
무기도 없고 맞기만 하는 시위대에게 이젠 특전사까지 동원하다니요!!
이 추운 새벽에 쉬지 않고 뿌려대는 물대포 때문에 사람들은 추위에 몇 시간째 떨고 있다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듣고 저와 친한 동생은 집에 있는 수건들을 모아 새벽에 다시 촛불집회 현장으로 갔습니다.
현장에 도착했더니 군데 군데 여전히 시위가 계속 되는 곳들도 있고 사방으로 흩어진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전경들도 여전히 도로마다 엄청 많이 보였지만 제가 갔을때는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흩어진 사람들때문에 일단 진압은 멈춘 것 같았습니다.
사람들을 찾아 수건을 나눠주며 같이 시청 광장으로 모였습니다.
아무 도움도 못 드린게 너무 죄송해 주변에 있는 슈퍼에서 음료수와 생수 등을 사서 나눠 드렸습니다.
늦게와서.. 너무 죄송했습니다. 이렇게 아픈 동안 도와드리지 못해서 너무 죄송했습니다.
보호해드리지 못해 죄송했습니다.
죄송한 마음과 안타까운 마음에 하염없이 눈물이 났습니다.
여전히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다치신 분들, 팔에 깁스를 한 분들,
다리를 절뚝 거리는 분들, 옷 가지가 다 뜯긴 분들, 머리에 하얗게 최루탄 비슷한 사과탄을 맞으신 분들, 온 몸이 훔뻑 젖으신 분들, 지쳐 쓰러질 듯 힘들어 하는 분들을 보며.. 또 한번 눈물이 났습니다.
시청광장에서 시위대에게 새벽에 있었던 폭력 진압에 대해 자세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200명 넘게 연행됐다고.. 부상자는 너무 많아서 광화문 일대 병원에서 더이상 치료가 안된다고.. 물대포 맞고 실신한 사람들도 많고, 만삭인 임산부도 연행됐다고..
진중권 교수님도 인터뷰 중에 카메라도 뺏기고 연행됐다고..
옆에 있던 여고생 배를 남자 전경이 발로 차고 쓰러지니 방패로 내리찍는걸 봤다고..
1명의 남자를 여러명이서 방패로 내리찍고 넘어지면 발로 차고..
정말 끔직했던 시간이였다고 얘기하면서 눈시울이 붉어지는 시위대를 보며..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픔이 아닌 분노였습니다.
우리가 도대체 뭘 그렇게 잘못했습니까? 우리가 무기가 있습니까?
비폭력으로 맞서는 우리들에게 방패와 곤봉과 물대포와 최루탄으로 잔인하게 폭행하는 이유가 뭡니까?
국민의 말을 귓둥으로도 안 듣는건 이미 알지만, 이렇게 최악일줄은 몰랐습니다.
소름 끼칩니다.
오후가 되서야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 사람들은 너무 평온해 보였습니다.
그 사람들을 보며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이 사람들은 오늘 우리에게 있었던 끔찍한 하루를 뭐라고 생각할까?.. 나중에 훗날.. 우리의 오늘 이야기를 후손들은 뭐라고 말할까?..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아프고 슬펐지만 끝까지 굴하지 않았던 오늘을.."
많은 것들이 오늘을 왜곡시킨다하여도 이 진실만은 꼭 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촛불집회를 지킨 사람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누군가는 해야될 일을 두려움 없이 용기있게 했고, 아무리 짓밟아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음을...
하느님께 기도 드립니다.
하루 빨리 대한민국 국민이 이런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세요.
예전과 같은 평화가 다시 찾아오기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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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난다.
내가 촛불 집회에 갔을 때. 정말 사람들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앉아서
촛불만 흔들었다. 앉아 있는 줄이 너무 길어 앞에서 마이크 대고 하는 말도 잘 들리지 않았다. 그저 앞사람이 좌우로 촛불을 흔들면 따라 흔들 뿐이었다.
그러다 10시가 되니 모두 조용히 흩어져 집으로 돌아갔다.
뉴스나 신문에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애들이 연예인들에게 선동되어 공부는 안 하고 길바닥에 나가 놀고 있다는 식으로 청소년들이 50%를 넘는다며 가치 없는 집회로 보도했지만, 언론에서 접했던 것과 달리 어린 학생들보다는 대학생이나 직장인들로 보이는 20~30,40대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아니, 정말 연령층이 다양했다고 하는 것이 제대로 된 표현이 되겠다. 그 밖에도 엄마 손을 잡고 있던 어린 아이들, 초등학생, 중고등생, 연세 지긋한 노인분들도 고루 섞여 있었다.
그냥 우리는 모두 조용히 와서 자리에 앉아 촛불을 흔들었다.
시민들 옆으로 전경들이 죽 줄을 서 있었고, 초를 팔거나 김밥을 파는 잡상인들도 꽤 여럿 있었다. 나는 초를 사 오지 않아 1000원을 내고 초를 사고 옆에 계신 한 분께 촛불을 옮겨 켰다. 나중에 촛불집회를 주최하신 분들께서 "초 사지 마세요! 저희가 드립니다!"하며 초와 종이컵을 나눠 주실 때에야 초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촛불집회에 와서까지 서로 자리 싸움을 하며 초며 김밥이며 돗자리를 파시는 분들께 혀를 내둘러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그 분들은 얼마나 또 살기가 어려워 이것을 생계의 기회로 삼으셨을까 싶어 침을 삼켰다.
그야말로 일 끝내고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복장이 불편한 사람들이 많았다. 모인 사람들은 서로 초면이지만 웃으면서 깔고 앉을 신문을 건네고 초에 불을 붙여 주며 서로에 대한 알 수 없는 유대감을 나누고 있었다. 처음 만난 사람과 서슴없이 말문을 터 생각을 나누고 자리가 불편하지는 않은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없는지 다정하고 걱정스런 눈길을 주고 받았다. 그런 것들이 왠지 쨘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이런 일들이 벌어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내 일에 치여 인터넷으로만 가끔 소식을 들여다 보던 내가 너무 부끄럽다.
이명박은 아직도 "초는 누가 사 준 것이냐"며 어리석은 백성들이 치밀하고 고약한 자신과 여당의 반대세력 의해 바보같이 이끌려 거리로 나간 것으로 촛불집회를 평가절하하고 있다. 여론은 뭐든 괴담으로 돌리더니.
분노에 눈물이 절로 나온다. 머리가 뜨겁다.
나는 정말 너무나도 평범한 한 사람일 뿐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눈에서 가슴 깊숙이에서 솟구치는 시리고 따가운 눈물이 나오게 만드는 사람이다. 정말 자신의 탓은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들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그냥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나라를 걱정하고 자신의 일은 뒷전으로 미룬 채 내 목소리 하나 더해 국민의 말을 들어주길 바라며 거리로 나간 것 뿐이다. 그들 손에는 그저 빛을 내는 양초 하나 들려 있을 뿐이다.
그런 사람들을 왜 때리고 밟고 방패로 찍어야 한단 말인가. 선량하고 약한 사람들을 죽여가면서까지 얻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나는 눈이 좋지 않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안경을 썼는데 대학생이 되면서부터는 안경을 벗은 모습이 훨씬 예뻐 소개팅을 나갈 때마다 상대에게 잘 보이고 싶어 안경을 벗고 잘 안 보이는 채로 돌아다니느라 너무 힘들었다. 렌즈를 끼려고 해 봐도 눈이 아파 그럴 수 없었다. 그 때마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부럽게 여긴 사람들이 눈이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한 여고생이 촛불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정부에서 뿌린 물대포에 정면으로 눈을 맞아 안구가 떨어져 나가 실명을 했다고 한다. 그런 사람이 둘은 더 있다고 한다.
그들의 인생을 정부는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무엇을 그리 잘못했는가. 평생 앞을 볼 수 없어야 하는 아픔을 겪어야 할 정도로 그들이 저지른 어마어마한 죄는 무엇인가
나는 초등학교의 한 교사다. 아이들에게 정의를 가르치고 정도를 가르치고 정직을 가르친다.
항상 도덕적인 사람이 되라고,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알며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꺾지 말라고,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고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초, 중, 고등학생의 시기를 평범하게 보낸 나는 학생일 때 역시 훌륭한 은사님들께 그렇게 배웠고, 세상은 정의롭고 아름다운 곳인줄 알았다.
대학생이 되어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했을 때, 그 때 처음 깨달았다. 우리가 목이 터져라 외치고 울고 왜 그것이 교육 속으로 들어오면 안 되는지 성토하여도 결국 정부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들은 그들이 하고자 한 대로 하였고, 꺾인 것은 우리였다.
그 때 세상은 이상적인 곳이 아니라는 걸 처음 알았다. 정의가 승리하지 않는구나.
난 참 어리고 때문지 않았었다. 그 때의 경험은 아직도 깊은 상처로 남아 생생하다. 내 머리를 내리쳤던 진실. 그동안 내가 미래를 꿈꾸고 이상적인 삶을 희망하며 키워왔던 아주 많은 것들이 무너져내리던 그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패배주의. 정의를 외치더라도 힘 없는 자들은 결국 지고 만다는 패배주의에 빠진 대학생들이 많은 것은 그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20대의 투표율이 굉장히 저조한지도 모른다. 결국은 돈과 권력 있는 자들의 뜻대로 되어 버릴텐데... ... 세상은 거짓과 부도덕이 승리하는 곳이라는 가슴 아픈 깨달음.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았을 때와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소신껏 무언가 했을 때 그 결과에서 받는 충격은 같은 크기가 아닐 것이기에 상처 받을 자신의 이상을 감싸기 위해 정치에 무관심해졌을 지도 모른다.
아.. 나는 두렵다. 또 이명박과 한나랑당이 '것 봐, 너희들은 아무 것도 못 해.' 라며 기고만장해질 결과가 닥칠까 봐. 모두 내가 겪었던 상처를 겪고 무기력해질까 봐. 우리 아이들이 이 어린 나이에 거짓이 승리하는 세상을 접할까 봐. 잘못된 성공관과 가치관을 갖게 될까 봐.
내일도 급식에 미역국이 나오면 아이들은 물을 것이다.
"선생님, 이거 소고기예요?"
교사로서 당당하게 서고 싶다. 열심히 하는 자가 인정받고 성공할 수 있다. 착하게 사는 사람이 복을 받을 것이다. 행복해지기 위해 돈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따뜻하고 정의로운 마음이다. 라고 아무 거리낌(죄의식?) 없이 가르치고 싶다.
선생님들끼리 "정말 도덕 가르치기 민망하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아이들도 모든 것을 지켜 보고 있다. 티비에서 그들이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이명박 아저씨는 거짓말 하는 것 같던데... ..."
악과 거짓으로 얼루져있던 대통령이 50%의 지지율로 대통령 당선된 것? 아이들도 안다. 느낀다. 세상이 어떤 곳인지......
적어도 맑고 순수하고 정의로운 아이들이 남을 헐뜯고 자신의 잘못을 교묘하게 덮으면서 자신의 이익을 챙기고 원하는 바를 이루는 것이 훨씬 현명한 인생살이 법이라고 느끼며 자라지 않도록, 최소한의 도덕이 살아숨쉬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다.
매일 아무 힘 없는 초라한 내가 부끄러울 뿐이다. 다친 분들이 제발 빨리 건강해지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