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터 팬이 된 남자 -

주동희2008.06.03
조회75
- 피터 팬이 된 남자 -

 

5분만 쉬어야겠어요.

 

시원한 물 한 컵 마시면서 마음을 좀 가라앉혀야겠습니다.

 

이젠 나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인데,

 

그 사람 때문에 내 심장이 이렇게 뛰는 걸..그냥 내버려 둘 순 없죠.

 

 

그녀도 많이 변했네요.

 

예전엔..그녀가 내 여자 친구였을 땐,

 

이렇게 사람 많은 놀이공원 같은 데..정신없다고 싫어했었는데...

 

시간이 흘렀으니까..그녀도 나도..변한 게 당연한 거겠죠.

 

 

이번 주부터 공연 팀에서 퍼레이드 공연을 맡게 됐어요.

 

그래서 피터 팬 가면을 쓰고,

 

퍼레이드 길을 따라 걸으며 손을 흔들고 있는데,

 

많은 인파 속에 그녀가..보였습니다.

 

고양이 가면을 쓴 여자를 제치고, 그 사이로 얼굴을 내밀더니..

 

옆에 있는 남자랑 신이 나서..손을 흔들더군요..나를 향해..

 

 

순간, 머릿속이 지지직 거리면서..윙윙...벌떼가 몰려오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막 뛰기 시작했어요.

 

내가 가면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새까맣게 잊은 채,

 

그녀가 날 알아보기라도 할까봐..그렇게 도망가듯 뛰었습니다.

 

 

그녀가 그렇게 친진난만하게 웃는 거 처음 봤어요.

 

나랑 있을 땐..늘 눈은 울고 있으면서 입술만 빙그레 웃었었는데..

 

아까는 정말 어린 아이처럼 그렇게 웃더라구요.

 

좋은 남자를 만난 것 같아서..이젠 마음이 놓입니다.

 

그동안 사실..걱정 됐었거든요..

 

나보다 훨씬 멋진 남자를 만난 것 같아서,

 

다른 건 다 제쳐두고라도..그녀를 그렇게 웃게 할 수 있는 거..

 

그거 하나만으로도 나보다 열 배, 백 배..괜찮은 남자인 거니까...

 

이젠 안심입니다.

 

 

같이 공연 팀에 있는 준수가 날 찾고 있는 모양이에요.

 

후크선장 가면을 손에 들고 두리번 거리고 있네요.

 

나도 이제 가면을 좀 벗고 걸어야겠습니다.

 

오늘은 이 피터 팬 가면이 답답하네요.

 

그녀에게 난 어른이 되지 않는..그런 피터 팬 같은 사람이었어요,

 

철없고, 투정부리고, 기대려고만 하는..

 

 

빨리 괜찮아져야하는데..아직도 내 심장이 그녀를 보게 해달라고

 

콩닥콩닥..조르고 있습니다.

 

끝나고 친구들이랑 소주나 한 잔 하고 들어가야겠어요.

 

부디 그녀의 전화번호가 그대로이지 않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술을 핑계로 그녀의 전화번호를 누르게 될 것만 같거든요.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묻어두라고,

 

다시 꺼내볼 수 없도록 그녀에 관한 모든 기억을 묻어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