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 예술의 전당 안네소피 무터 공연 후기

홍성혁2008.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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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베이스코리아(cafe.naver.com/basskorea)에 게시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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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공연은 본디 하나은행에서 주최해 자사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모션/회원관리 차원의 공연이었으나 '이런 모처럼의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의 내한 공연을 우리끼리만 즐길 순 없다!'라는 생각으로 좌석의 1/4를 일반에도 공개하였습니다. 물론 만만치 않은 가격이었다지만 학생들에겐 50% 할인도 해주었다더군요. 훌륭한 취지였지요. 인터미션 때 나온 음료와 과자도 훌륭했고 예술의 전당 입구까지 직원이 나와서 콘서트홀까지 안내를 하는등 준비 또한 만점이었습니다만 문제는 관객의 질이었습니다.


 일단 오래전 부터 전 좌석이 매진 되었었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빈자리들이 보이더군요. 특히 프라이빗 뱅커들을 대상으로 했을 VIP석은 다들 음악엔 관심이 없었는지 과장해서 10석 중 한석은 비어보였습니다. 세계 최고의 연주자의 공연인데.. 좀 그렇더군요. 좀 고객 분석 철저히 해서 올만한 사람들한테만 뿌리던지 하지...


 그 뿐만이 아니라 관객 상당수가 악장마다 박수를 치는 바람에 상당히 짜증났습니다. 뭐, 엄청나게 감동을 받으면 그럴 수도 있지 않느냐 싶지만 그 정도가 아니었지요. 연주자들도 처음엔 당황스런 미소를 지으며 눈빛으로 화답을 하였으나 갈 수록 어색하고 민망해 하더군요. 참으로 거슬렸는데 2부 때는 결국 '쾌적한 감상을 위해 악장 사이사이엔 박수를 치지 말아주십시오'라는 안내 방송이 나오더군요.


 관객들 매너도 예술이었습니다. 연주 중간중간 콜록대는 것은 기본이고 제 뒤에 앉아있던 할아버지가 아주 환상이셨는데 '어~흠!, 어흠!, 크흠~' 하는 추임새는 물론이고 아주 대놓고 '허이구~ 참~' 하는 괴상한 소리를 크게 내지 않나 어깨가 쑤시셨는지 계속 여기저기 두들기고 팔을 벅벅 긁어대는 추태를 부리시더군요. 사람들이 계속 돌아보고 짜증내 하자 옆에 계시던 할머니가 민망하셨는지 팔로 툭툭 치니깐 '아야~ 아퍼~!' 하는 망발을 부리셨습니다-_- 아... 유교적 질서를 숭상하는 저이지만 정말 요원을 불러서 내쫓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저런 분이 무려 VIP석에 버젓이 앉아 계시다니... 다행히 2부때 제 발로 가시더군요. 크나큰 다행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것 외에도 연주자가 무대에서 내려가기 전에 일어나서 나가는 등... 아주 민망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3번째 앵콜이 시작되기 전엔 관객의 1/4 정도는 사라져 버린듯 했습니다. 저녁 10시에 무에 그리 바쁘신건지... 어떻게 연주자가 아직 무대에서 화답하고 있는데 일어나서 뒤돌아 나가 버릴 수가 있는건지.. 참 어이가 없더군요. 우리나라 사람들 성격 급한거 정말 알아줘야 합니다. 세계 최고 바이올리니스트의 굴욕이라고나 할까요. ㅠㅠ 아마 자기가 내려가기 전에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나가는 꼴 처음 봤을 겁니다. 민망해라...


 그런데도 우리나라가 아시아 최대의 클래식 시장이라는게 의아할 정도였답다. 하긴, 사실 전에도 여러 콘서트에 왔었지만 이런건 정말 처음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1부 끝나고 나가면서 '오늘 왜들 이래..' 하더군요. 아마도 하나은행측에서 타겟을 잘못 잡은게 아닐까 싶습니다. 평생 공연이라곤 와본적도 없는 사람들이 초청권 받았다고 그냥 허영심에 슬금슬금 들른것이죠. 뭐, 저도 엄밀히 말하면 그중 하나였습니다만...; 사실 클래식 공연은 이쪽으로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곤 비싼돈 주고 보러 오기 힘들기도 하니까요.


 


 


 뭐, 당연하지만 연주 자체는 훌륭했습니다.


무터도 무터지만 사실 처음 들어본 트론하임 솔로이스츠도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가슴 뛰는 연주는 정말 오랜만에 들어본듯 싶었습니다. 특히 무터 없이 트론하임 솔로이스츠끼리만 연주한 첫곡 바르톡의 디베르티멘토 Sz.113은 첼로 2, 베이스 1대로 이루어진 저음부의 활약이 돋보이는 굉장한 연주였습니다. 3악장 알레그로에선 제 심장이 쿵쾅대는게 느껴져 이러다가 쓰러지는게 아닐까 걱정될 정도였지요. 장발을 한 베이시스트의 초절정 간지(역시 베이시스트는 장발 -_-b)와 음악을 진심으로 느끼고 즐기는듯 했던 짧은 은발의 1st 첼로주자의 포스가 정말 대단했습니다.


 


 연주곡들은 1부의 말씀드렸던 바르톡-디베르멘토 Sz.113, 바흐-바이올린 협주곡 E장조 BWV 1042와 2부의 비발디-<사계> 전곡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아까 거론했던 대로 음악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아닌 일반 고객들을 대상으로 했기에 대중성 있는 곡들로 신경써서 선곡한게 보이더군요. 헝가리의 현대음악가인 바르톡은 바이올린을 공부하는 친구들이 즐겨 연주하는 작곡가이기에 당연히 무터가 나와서 연주할 줄 알았으나, 앞서 말씀드린대로 트론하임 솔로이스츠의 멍석깔기였습니다. 첫곡부터 엄청났지요. 무터의 연주는 전체적으로 볼때 셈여림에 뛰어나고 기교적인 섬세함이 있었지만 뭔가 혼신의 힘을 다한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뭐, 기술적으로 절정에 달한 연주자들에게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또 자신만의 개성있는 곡 해석이 뛰어난 연주자라고 느껴졌습니다. 반면에 정도에서 어긋나지 않은 완벽한 연주이기도 했구요.


 바흐의 곡 역시 완벽하게 훌륭한 연주이긴 했습니다만 바흐는 역시 남성 연주자가 연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기대하는 바흐 만큼 힘찬 연주는 아니었습니다. 이건 뭐 홀 자체의 특색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홀마다 소리가 조금씩 다르니까요.


 


 2부의 사계는 더할나위 없이 훌륭했습니다. 40분이라는 연주 시간이 무색하게 정말 빠르게 지나가 버렸지요. 한 악장마다 '이 악장이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일 정도였습니다. 알고보니 트론하임 솔로이스츠와 안네소피 무터는 인연이 깊은 편이었는데, 이들이 처음 함께 녹음한게 바로 비발디의 사계였다고 하더군요. 덧붙일 말이 필요없이 완벽한 조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트론하임 솔로이스츠는 조슈아 벨과 함께 여러번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는데, 이것도 상당히 기대되는 조합이더군요.


 어쨌던 이들이 함께한 사계는 정말 소름끼칠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엥콜곡도 여름 3악장 프레스토, 겨울 2악장 라르고, 봄 2악장 아다지오 순으로 연주했지요.


 


 제 친구는 음악에 별 관심이 없는 만큼 공연중 잠들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많이 하던데(실재로 1부 중엔 몇번 졸더군요-_-), 2부에선 그 긴 시간동안 한번도 졸지 않더군요. 그만큼 인상적인 연주라 할 수 있겠습니다. 뭐, 곡이 워낙 대중적이고 훌륭하기도 하지만요.


 


 어쨌던 몇몇 관객들의 매너를 제외하면 정말 훌륭한 연주회였습니다.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는등 무터의 무대매너도 뛰어났지요. ㅎㅎ 끝나고 사인회가 있을 예정이었나 보던데, 친구와 저는 포커테이블에 앉기 위해서 급히 떠나와야 했습니다.


 하지만 포커 테이블은 열리지 않았더군요...ㅠㅠ 그냥 사인이나 받을걸...


엥콜이 다 끝나기도 전에 막 나가 버리던 관객들을 생각하면 행여나 텅텅비는 사인회가 되진 않았을지 심히 우려스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