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펌] 대학생이 시위에 참여한 총학들에게 고함!

진원2008.06.04
조회90

 

 아고라에 어제 시위 (6월 3일) 에 대해 공감가는 글이 있어서 퍼와봤습니다.

 저 또한 어제 시위에 참여했었고, 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씁쓸하게 돌아올 뻔 했습니다.

 올바른 대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항상 스스로를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앞으로의 시위가 보다 나은 방향으로 발전되어 국민들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합니다.

 

 

 링크 주소입니다.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003&articleId=902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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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우선 제 소개를 하자면 우리 중고등학교 동생들이 시위 시작한 이후 부끄러움을 참지 못하고

며칠간 계속해서 시위에 참여하고 있으며 그 어떤 집단에도 속하지 않고 앞으로도 속할 생각이 없는, 앞으로 계속 순수한 개인의 자격으로만 시위에 참여할 한 대학생(연세대)입니다.

 

오늘 시위를 하다가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이 글을 씁니다.

 

몇몇 대학이 이전부터 깃발 들고 오신 건 알고 있습니다.

그제는 좀 오시더니  어제는 또 몇대학 안오셨지만서도 말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처음으로 각 대학 총학들이 모여서 집회 참여하러 오신 것 같은데요.

 

광화문 가득 수놓은 수많은 대학의 깃발들을 보면서 대학생으로

이제 겨우 우리 시민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수 있겠구나 하는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나도 자랑스럽게 대학생이라고 말할 수 있겠구나 하구요.

그런데 그 기대는 잠시뿐이었습니다.

 

 

전 언제나 가장 시위 시민 가장 앞쪽에 있는 걸 선호합니다.

오늘은 그 한가운데 대학생들이 떡하니 앉아 있더군요.

다른 시민들 다 서서 한 목소리로 구호 외치고 있는데 자기들끼리 마치 엠티온것마냥

들리지도 않는 확성기들고 뭐라뭐라 외치고 자기들만의 리그를 만들었어요.

그래도 또 시민들은 그런 총학 모임들에게 대견하다고 박수도 쳐주시고

같이 호응도 조금 해주시고 확성기도 더 빌려주시고 하더군요.

 

네, 남들 다 서있는데 앉아 있는 게 잘못이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진짜 어처구니가 없었던 건 11시 무렵인가요. 갑자기 우르르 몰려서 시청으로 가더군요.

모두들 뒤에 삼삼오오 앉아 있는데

갑자기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서 시청으로 가더군요. 무슨 일 났나 했습니다.

근데 시청가서 그 모임 끝내기로 한거셨다면서요?

 

아실런지 모르시겠지만, 그 이후에 모여있던 시민들 완전 패닉에 빠져있었습니다.

한가운데 잔뜩 앉아서 그나마 큰 집단이 갑자기 시위 중간에 오늘 그만하자고 빠져나갑니다.

몇몇 분들은 따라가고, 나머지는 모여서 우왕좌왕 당황해하고

심지어 몇분은 오늘 분위기 왜 이러냐고 오늘 그냥 해산하는 거냐며 집에 가더군요.

당신들이 무슨 프락칩니까?

 

몇가지 더 말해봅시다.

첫째. 시청에서 경찰청 들러 광화문에 도착할 때쯤 갑자기 뒤에서부터 

도로, 신호 다 무시하며 우르르르 달려갔던 집단, 당신들 맞죠?

가장 앞자리 중앙 차지하기 위해서 그렇게 달려간겁니까? 그렇게 앉아있다가 한꺼번에 다른데로 몰려감으로써 자발적으로 나온 시민들 분위기 깨고 물먹이려고요?

 

 

둘째.

중간에 어떤 분이 "저희는 이 시위가 축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요렇게 떠드는 거 들었는데

남들 다 구호 외칠 때 당신들끼리 모여서 앉아서 자기들만의 리그 만들고

각 학교 출석체크하듯이 대표 하나씩 나와서 들리지도 않게 말하고

아무도 모르는 노래 자기들끼리 부르고, 율동이나 하면서 엠티 분위기 만들면 끝입니까?

그게 당신들이 말하던 축제입니까?

 

당신들 간 다음에 우왕좌왕하던 시민들 잡아준건요

왼쪽편에서 아코디언, 팀파니, 바이올린 등 여러 악기로 노래 연주하시던 분들입니다.

사람들 모여서 다 함께 아는 노래 즐겁게 부르게 해주고,

심지어 전경들에게 "신청곡 받아요" 라고 말해 전경분이 "아파트"라고 말하셔서

거기 모여있던 시민들 모두 모여서 아파트 신나게 불러주고 왔습니다.

버스 뒤에 있던 전경 몇분도 고개 빼끔 내고 구경하시더군요.

 

그 이후에 국악하시는 여자분 나오셔서 아리랑 선창하고 다른 시민들 후창하면서

당신네가 텅 비운 광화문 앞에서 행진하다가 왔습니다.

 

축제란 건 말입니다.  이런겁니다. 아시겠습니까?

 

그분들 이야기 더 합시다. 그분들 중 한분에게 어떤 분이 인터뷰 신청하시니까요.

좋은일 하는데 괜히 위화감 만들기 싫다면서 피하시더군요.

하지만 혹시 당신들은 현재 각 대학교의 대표를 맡고 있다는 것에 심취하여

내가 이제부터 이 시위의 주인이며 지도자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우리는 이미 이 항쟁이 시작될 무렵부터 그럴 권리를 잃었습니다.

우리 귀여운 중고등학교 동생들이 시위 시작했을 무렵, 우리는 대학생이라는 핵심 위치에 있었음에도 아무도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을 때 우리가 시위를 앞에서 이끌어나갈 자격은 이미 상실했습니다.

 

 

나는, 그리고 당신들은, 그리고 우리들은 끝까지 부끄러워해야합니다.

예전에 우리 선배님들이 그랬던것처럼 더 일찍 사회 운동을 주도하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해야하고

앞으로 후배가 될 우리 동생들보다 한달이나 늦게 나온 것을 부끄러워해야하며

지금도 친구들, 동기들 더 많이 데려오지 못하는 현실을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현실을 핑계대며 그래도 심정적으로는 동의한다며, 부끄러움을 느낄 줄 아는 양심은 있다며

얄량한 위안 삼으며 지금까지 나오지 못한 것에 대해 부끄러워해야합니다.

이들에 대해서 앞으로 이 운동이 끝날때까지, 아니 평생 부끄러워해야합니다.

 

 

다 좋습니다. 참여하시는 것도 좋고 다 좋으니까

집회 나와서 프락치들이 그러는 것처럼 남들 해산시키며 분위기깨는 행동은 하지 맙시다.

어디 우리가 지식인이라며 나대는 행동 하지 맙시다. 우리는 행동하지 못한 양심에 불과합니다.

며칠 참여해놓고 혹시라도 어디 가서 자랑스럽게 나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며 떠벌리지 맙시다.

진짜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정말 부끄럽고 화가 났습니다.

 

앞으로는 지금까지의 우리 모습에 충분히 반성하고

우리가 끝까지 남아 혹시라도 누군가 폭력에 상처 입지 않을까 걱정하는

우리 동생들,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하는 등의

멋진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P.S. 1.

내일부터 또 그런 짓 하거들랑 대학생들 앉아라 구호 외칠겁니다.

그리고 어디 미군 부대가 당신들한테 전화 넣었다는 거 유언비어가 아닌 사실로 알겠습니다.

 

P.S. 2.

연세대학교 총학, 다른 학교 다 있는데 우리 학교 어디있나 찾아서 되겠습니까?

학교도 가까운데 제발 지각하지 맙시다. 부끄러워요.

그리고 깃발 하나 새로 간지나게 만들면 안됩니까?

지축을 박차며 비상하라 연세여, 이런 거 말고 "민주주의를 수호하자" 라던가 이런 거 써있는 걸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