쥰세이의 편지.(To 아오이)

신서진2008.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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쥰세이의 편지.(To 아오이)

아오이,

갑자기 편지 쓰는것 용서해
이게 너에게 쓰는
처음이자 마지막의
무척 긴 편지가 되리란 것도

난 지금 우메가오카의 아파트에 있어
피렌체에서 도망쳐서
그래, 도망쳐서
일본에 막 돌아온 참이야

오늘 오랜만에
시모키타에 다녀왔어
널 처음 만났던 곳
그 거리의 그 가게에서
우린 그렇게 스쳐 지나갔지
말 한마디 못 나누고
한데 어떻게 기억하냐고
다음에 만났을때
넌 의아해했지만
난 그 미술관에 자주 갔기 때문에
안내 창구에 새로운 아가씨가 들어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녀가 아르바이트라는 것도
과는 다르지만 같은 학교에 다닌다는 사실도
그리고
그 아이는 항상 혼자라는 사실까지
알고 있었어
혼자 있는 걸 냉정하게 견뎌내는 여자
난 널 무척이나 강한 애라고 생각했었어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지
외로워서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었지만
고집이 세고 자존심이 강해서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지

그때 우린 둘 다 19살
너무 어렸지
하지만 왜 그렇게 두근거렸는지
처음으로 걸려온 네 전화
첫 데이트 약소쿠
만나기로 한 커피숍
처음으로 함께 본 영화
난 마음에 드는 음악과 책이 있으면
누구보다도 먼제 네게 소개해줬지
우린 많은 얘길 나눴어
네 어렸을때 이야기
너의 아버지가 일본인이라
그래서 네가 아오이라는 일본 이름을 가지게 된 것
그런 아버지를 일찍 사고로 여의고 어머니가 재혼하자
넌 새 가정에 적응 못했다는 것
줄곧 고독했다는것
아버지의 나라를 알기 위해 유학을 결심한 것
넌 네가 있을 곳을 찾고 있다고 말했어
네가 내 방에 왔던 그날 밤
난 네 생각에 잠을 못 이뤘지 너와 함께 보낸 우리들의 추억은
영원할 줄 알았어
하지만 자주 가던 커피숍은
이미 허물어지고 새 건물이 들어섰더군
그 중고 레코드 가게도
다른 곳으로 이전해서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어
기억나?
우리들의 좋아하는 장소였지
대학 기념강당 옆 콘크리트 계단에서
첼로를 켜던 학생 말야
늘 같은 곡을 연주했고
늘 같은데서 막혔지
그 학생의 엉터리 첼로에
우린 미소를 지었어
첫 키스를 나눈 그 장소에서 들었던 그 곡
아오이
난 이제 그 곡명이 기억나질 않아
되돌릴 수 없는 과거 이야기
그래, 이젠 다 지나간 과거일 뿐이야
끝까지 읽어줘서 고마워밀라노까지 널 만나러 갔을 때
점잖지 못한 태도를 취한 자신을
지금은 정말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어
용서를 바래
함께 살고 있는 애인에게 안부 전해주고
겡끼데.
어쨌든
행복하다니 기뻐

멀리 밀라노의 아오이에게…
이제는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준세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