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그런 장면이 종종 나온다. 사랑하던 두 사람이 헤어졌는데, 남자는 육교 위로 지나가고 여자는 육교 밑으로 지나가고, 남자는 정문 쪽으로 지나가고 여자는 같은 건물의 후문 쪽으로 지나가고.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가 같은 공간 안에 있다는 걸 알지 못하는 그래서 관객인 우린 볼 수 있지만 영화 속 두 사람은 같은 공간 안에서도 서로를 발견하지 못한 채 엇갈리며 지나가 버리게 되는 장면들. 남자가 버스를 타고 앞쪽에서 네 번째 손잡이를 붙잡고 있다가 내렸을 때 다음 다음 정거장에서 사랑했던 여자가 바로 그 버스에 타게 되는 것. 그리고 그녀가 잠시 망설이다가 앞쪽에서 네 번째 손잡이를 살포시 붙잡게 되는 것. 그리고 창밖을 내다보며 왠지 지나간 옛사랑을 생각하게 되는 것. 영화 속에서 보던 거지만 영화만 그럴까? 우리들도 그렇게 서로 알지 못한 채 몇 번씩 엇갈리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누군가와 헤어지고 나면 그 삶과 자주 갔던 단골집들도 정리하게 된다. 추억이 쌓여있는 장소. 괜히 거기 가서 마음 심란해지고 싶지 않으니까.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생활 반경이라는 게 있다. 그녀를 만나기 전부터 가던 서점. 그녀를 만나기 전부터 가던 산책길. 그녀와 헤어졌다고 해서 피한다는 게 더 이상하고 불편한 나의 생활 반경들. 그리고 그녀와 내가 어쩔 수 없이 겹치는 교집합, 공통 부분들. 그런 곳을 지날 때면 혹시 저만큼 있지 않을까? 살짝 기웃거려 보기도 한다. 이상한 말이지만 정말 영화처럼 방금 전에 그녀가 이곳을 다녀간 듯 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만약.. 만약에 내가 정말 그녀를 발견한다면, 하지만 그녀는 나를 발견하지 못하고 저만치쯤에서 지나가고 있다면, 나는 달려가서 아는 체를 하게 될까? 어쩔 수 없이 서로 맞부딪힌 상황이 아니라 나 혼자 발견하게 되는 상황이라면 나는 달려가서 아는 체를 하게 될까? 아니, 그러진 않을 거 같다. 오랫동안 연락 없던 고등학교 동창 녀석이 전활 걸어와서 며칠 전에 내가 어느 거리를 지나가고 있는 걸 봤다 얘기했다. 왜 아는 체 안했냐고 했더니 운전 중이었다고 너무 멀어서 부르지 못하고 그냥 갔다고 그래도 우연히 지나가는 나를 만나서 반가웠다고 얘길했다. 그래, 그런 거다. 세상은 생각 밖으로 너무 좁고 우연은 수시로 일어난다. 그러니 난 좀 더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어야겠다. 아는 체하러 달려올 일 없지만 그녀가 어디선가, 어디선가 날 보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사랑을 말하다 1
사랑을 말하다 - #109
영화에서 그런 장면이 종종 나온다.
사랑하던 두 사람이 헤어졌는데,
남자는 육교 위로 지나가고 여자는 육교 밑으로 지나가고,
남자는 정문 쪽으로 지나가고 여자는 같은 건물의 후문 쪽으로 지나가고.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가 같은 공간 안에 있다는 걸 알지 못하는
그래서 관객인 우린 볼 수 있지만
영화 속 두 사람은 같은 공간 안에서도 서로를 발견하지 못한 채
엇갈리며 지나가 버리게 되는 장면들.
남자가 버스를 타고 앞쪽에서 네 번째 손잡이를 붙잡고 있다가 내렸을 때
다음 다음 정거장에서 사랑했던 여자가 바로 그 버스에 타게 되는 것.
그리고 그녀가 잠시 망설이다가 앞쪽에서 네 번째 손잡이를 살포시 붙잡게 되는 것.
그리고 창밖을 내다보며 왠지 지나간 옛사랑을 생각하게 되는 것.
영화 속에서 보던 거지만 영화만 그럴까?
우리들도 그렇게 서로 알지 못한 채 몇 번씩 엇갈리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누군가와 헤어지고 나면 그 삶과 자주 갔던 단골집들도 정리하게 된다.
추억이 쌓여있는 장소.
괜히 거기 가서 마음 심란해지고 싶지 않으니까.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생활 반경이라는 게 있다.
그녀를 만나기 전부터 가던 서점.
그녀를 만나기 전부터 가던 산책길.
그녀와 헤어졌다고 해서
피한다는 게 더 이상하고 불편한 나의 생활 반경들.
그리고 그녀와 내가 어쩔 수 없이 겹치는 교집합, 공통 부분들.
그런 곳을 지날 때면 혹시 저만큼 있지 않을까? 살짝 기웃거려 보기도 한다.
이상한 말이지만
정말 영화처럼 방금 전에 그녀가 이곳을 다녀간 듯 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만약.. 만약에 내가 정말 그녀를 발견한다면,
하지만 그녀는 나를 발견하지 못하고 저만치쯤에서 지나가고 있다면,
나는 달려가서 아는 체를 하게 될까?
어쩔 수 없이 서로 맞부딪힌 상황이 아니라 나 혼자 발견하게 되는 상황이라면
나는 달려가서 아는 체를 하게 될까?
아니, 그러진 않을 거 같다.
오랫동안 연락 없던 고등학교 동창 녀석이 전활 걸어와서
며칠 전에 내가 어느 거리를 지나가고 있는 걸 봤다 얘기했다.
왜 아는 체 안했냐고 했더니 운전 중이었다고
너무 멀어서 부르지 못하고 그냥 갔다고
그래도 우연히 지나가는 나를 만나서 반가웠다고 얘길했다.
그래, 그런 거다.
세상은 생각 밖으로 너무 좁고 우연은 수시로 일어난다.
그러니 난 좀 더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어야겠다.
아는 체하러 달려올 일 없지만 그녀가 어디선가, 어디선가 날 보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사랑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