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와 꽃게와 갈매기

최지환2008.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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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와 꽃게와 갈매기

꽃게와 함께 어린 왕자는 갈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오늘도 갈매기는 오지 않았다.
벌써 열 흘 째!
"언제쯤 갈매기는 돌아오는 걸까?"
어린 왕자는 갯벌에 쪼그려 앉아 꽃게에게 물었다.
"………"
꽃게는 그저 눈물만 흘릴 뿐 아무 말이 없었다.
"꽃게야, 분명 갈매기는 올 거야 기운 내!"
어린 왕자는 눈물 범벅이 된 꽃게가 안쓰러웠다.
"흐~흐 갈매기는 다신 오지 않을 거야.
… 못난 나 때문이야."
꽃게는 슬픔에 못 이겨 그만 나무가 쓰러지듯 천천히 쓰러졌다.

그렇게 한참,
해님이 달님이 되고 달님이 다시 별님을 부를 때 꽃게는 깨어났다.
"이제야 정신을 차렸구나!"
어린 왕자는 꽃게의 이마에 맺힌 땀을 조심스레 닦았다.

꽃게는 기운을 차렸는지 갈매기와 있었던 얘기를 상세히 들려주었다.
"나와 갈매기는 무척 사랑하는 사이였어.
갈매기는 늘 나에게 바다 깊숙한 곳에서 어여쁜 해초반지도 그리고
저 높은 곳에서 별목걸이도 선물로 주곤 했어."
"그런데 왜 갈매기는 지금, 네 곁에 없지?"
어린 왕자는 고개를 내밀며 물었다.
"나 때문이야 내가 갈매기를 힘들게 만들었거든."
"그렇게 생각하지 마!
꽃게 너 때문에 갈매기는 분명 행복했을 거야."
"난 어느 순간부터 갈매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
갈매기에겐 아름다운 날개가 있고 피부도 눈송이처럼 맑고 투명한데 나에겐 날개는커녕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늘 옆으로 뒤뚱뒤뚱 걷잖아. 더군다나 온 몸은 잔뜩 흙투성이인데다가……… 흐~흑 내가 헤어지자고 했어 사실 그런 용기도 없으면서 말이야. 그래서 갈매기가 날 떠났어. 흐~흐."
"분명 떠난 게 아닐 거야! 너의 아픔을 함께 할 수 없었던 자신이 미웠을지도 몰라. 그래서 잠시 자릴 피했던 것일 거야."
어린 왕자는 강한 신념으로 말했다.
"어린 왕자님! 갈매기는 올까?… 난 내가 제일 미워."
꽃게는 고개를 푹 숙이며 맥없이 말했다
"사랑은 자신으로부터 출발하는 거야. 자신을 미워하는 자가 어찌 다른 이를 사랑할 수 있겠니?"
어린 왕자는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꽃게와 어린 왕자는 파도방울에 기다리는 마음을 실어 수평선 너머로 날려보냈다.
"저 노을이 수평선에 묻히면 분명 갈매기는 올 거야. 너의 마음이 저 노을이란 걸 갈매기도 알 테니까."
어린 왕자는 바다처럼 포근하게 말했다.
"어린 왕자님 노을이 점점 녹고 있어요."
그 때였다.
노을과 수평선이 하나의 선이 되는 그 순간,
저 멀리서 퍼덕거리는 날개소리가 들려 왔다.
바로 갈매기였다.
"저기 봐! 저기 봐! 갈매기야! 돌아오고 있어!"
꽃게는 발을 동동 구르며 기뻐했다.
그런데 ……
갈매기의 모습이 왠지 이상했다.
파도방울에 몸의 절반 이상이 잠긴 채 날아오는 것이었다.
그것도 중심을 잃은 채 삐뚤비뚤…
'갈매기가 왜 그러지?"

꽃게는 마음이 바빠졌다 갈매기는 제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그만 갯벌에 코를 처박고 말았다.
그다지 아름다운 착륙은 아니었다.
언제나 부드럽고 사뿐하게 착륙을 했었는데 엉성한 모습은 처음이었다.
갈매기는 금세 진흙투성이가 되었다.
"왜 그래? 왜 그래? 갈매기야~ 왜~?"
눈물을 왈칵, 쏟으며 꽃게는 절규했다.
"미안해! 꽃게야! 많이 기다렸지?"
갈매기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무슨 일이야 네 모양이 왜 그래? … 아니야 내가 미안해 … 정말 미안해 …"
꽃게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울지마 꽃게야 … 자 봐! 내 모습을 이제 나도 너처럼 제대로 걸을 수 없어 그리고 자 봐! 흙투성이지? … 이제 됐지? … 한 쪽 날개를 잘라 버렸거든."
갈매기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꽃게는 헉헉거리며 주저앉고 말았다.
"…꽃게야, 난 괜찮아. 너와 같아질 수만 있다면 내 모든 걸 버릴 수도 있어."
갈매기는 반쪽 날개로 꽃게를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꽃게, 어린 왕자, 그리고 갈매기는 그 후로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노을이 사라진 깊고 숭고한 바다,
그 사랑의 울림을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