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헤어지고 나서 겪는 열병...

조진형2008.06.10
조회27,495
여자가 헤어지고 나서 겪는 열병...

헤어짐의 열병에 대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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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모 이동통신 광고가 인상 깊다. 머리끝까지 화난 듯 앞으로 씩씩하게 걸어가는 여자, 그 뒤를 쫓아오는 남자. “전화했었어. 전화했다니까!” 남자는 애절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러면 여자, 받아친다. “이젠 거짓말까지 하세요?” 여자의 비꼬는 모습에 남자는 체념한 듯 내뱉는다. “힘들다… 헤어지자” 화가 난 건 분명 여자 쪽인데 헤어지자며 돌아서는 남자를 보며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한다. 당황하고, 후회하는 표정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별을 겪는 여자들의 심리는 대개 비슷한 단계를 거친다. “그래, 우리 헤어지자”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해도 그 자리에서 툭툭 털고 모든 것을 싹 정리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남자보다 삼십 배는 더 복잡한 여자들의 심리, 헤어짐의 아픔 속에서 빛을 발한다.


step1_ 시원하다

 

화가 나면 “헤어지자”는 말을 내뱉는 게 주로 여자다. 남자들이 잡아주길 바라면서 헤어지자고 하는 양면성을 지녔다. 사악하고 이중적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남자가 자신을 끌어주길 바라는 약한 여자의 내면을 드러내는 것이다. 오랜 세월 맞지 않는 그에게 받은 상처, 지친 마음이 얽혀 이별한 직후 여자는 일단 “시원하다”는 기분을 갖는다. “잘 한거야, 내 인생을 위해 최고의 결정을 내린거고”라고 생각하며 편하게 잠자리에 든다.

 

 

step2_ 잘 지내나?

 

일말의 미련도 없어 보이는 그. 연락이 없는 그가 잘 지내는지 궁금해진다. 나는 허전하고 외로운데, 그 남자는 내 생각 안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지내는지… 괜시리 전화기를 쳐다보고 문자라도 왔는지 확인해본다. 발신자 표시 미확인으로 전화를 걸었다가 끊어보기도 한다. 나는 그저 추억 속의 여자일 뿐이었는지, 나를 사랑하기는 했었는지, 내가 조금 참았더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 부질없는 질문들이 머릿속을 괴롭히기 시작한다.

 

step3_ 혼자 있고 싶어

 

외로움이 극에 달하고, 허전함이 생각을 괴롭히면, 주변에 대한 경계심이 생기기 시작한다. 나에게 하는 다른 사람들의 말이 자꾸 야속하게만 들리고, 깔깔거리는 친구들의 웃음소리까지 거슬린다. 혼자 있고 싶어진다. 뻥 뚫린 것 같은 가슴을 안고 구석으로 자꾸만 처 박히고 싶어진다. 심경의 변화를 겪으면 누구나 그렇듯 모든 것이 원망스럽게 느껴지면서 자꾸 자신을 고립시키게 된다.

 

step4_ 그립다

 

자꾸만 자신을 혼자로 만들다보니 그리움은 극에 달한다. 연락이 없는 그를 생각하며 초조해지기도 한다. 이제는 안 좋았던 기억 따위는 떠오르지 않는다. 잘해줬던 그, 투정부리던 나만 생각나는 것이다. 이별의 탓을 모조리 자신에게 돌리게 되는데, 그럴수록 그가 그리워진다.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자존심 때문에 먼저 연락하지는 못한다. 이럴 때 그가 “내가 졌어”라며 따뜻한 미소로 전화를 걸어준다면 정말 고마울 텐데… 그는 나를 잊었나보다. 나는 이렇게 가슴이 찢어지게 아픈데.

 

step5_ 나쁜 놈아, 잘 살아라

 

심각한 병에 걸리면 처음에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다가 모든 것을 원망하게 되고, 슬픔에 빠진다. 그러다가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된다. 여자들이 겪는 이별의 단계도 그와 비슷하다. 밉고, 그립고, 원망스러운 감정들의 밑바닥까지 훑고 나면, 이제 그를 훌훌 떠나보낼 수 있게 된다. ‘나쁜 놈아, 나도 너 잊을 테니, 너도 좋은 여자 만나서 잘살아라”하고 진짜 이별을 하게 되는 것이다. 또다시 전화해 비겁하게 그녀를 흔들지만 않는다면, 서서히 새로운 사람을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헤어진 연인에게 새로운 여자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으면,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그도 하는 연애, 나도 다시 시작할 수 있어”라는 식의 오기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