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김명철2008.06.12
조회28



 

어제. 광화문. 한 발언자는 외쳤다.

"백만이 모였습니다. 우리는 이미 승리했습니다."

우리는 이겼는가?  아직이다. 

우리는 언제 진정으로 승리하는 것인가? 

우리의 승리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되는 것은 무엇인가?

헌법이다.

87년 100만의 함성이 새로운 헌법을 낳았듯, 오늘 100만의 촛불 역시 새로운 헌법을 탄생시켜야 한다.

결집된 민의, 표출된 의사가 새로운 헌법으로 반영될 때. 그제서야 우리는 승리했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21년 전의 함성이 '국민의 지도자는 적어도 국민의 손으로 직접 뽑아야 한다.' 고 외쳤다면, 오늘의 촛불은 '오만해진 지도자는 국민이 직접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고 외치고 있다.

 

 

현행 헌법은 1조 2항에서 국민주권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지만 권력의 궁극적 소재가 국민에게 있음을 현실 정치에서 보장할 효율적 도구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미흡하고 조금은 무책임한 면이 없지 않다.

하나의 정당이 행정부와 입법부를 동시에 장악하고, 사법부나 헌재에 의한 권력의 통제는 지나치게 더디고.. 해서 권력분립의 원칙에 권력의 효율적 통제를 기대할 수 없을 때 주권자인 국민은 절망적 암담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가 청와대를 향해 외치는 것 외에는 달리 효과적 방법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주인된 국민의 이러한 의사표현에 대해 '대의민주주의의 위기이다.' '자유민주주의의 요소인 선거제도는 결과에 대한 승복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라 비판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과거 직접민주주의자들의 대의제에 대한 비판을 떠올리게 된다.

국민은 선거때만 주권자인가.

대의민주주의와 선거제도는 국민주권보다 우월한 가치를 가지는가.

 

 

제도의 부재로 인한 것이다.

국민의 의사를 정책의 결정과 처분에 상시적으로 반영시킬 수 있는 헌법상의 제도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음을 실효적으로 보장할 제도, 국민의 의사를 관철시킬 수 있는 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 촛불을 든 모두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그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중요 정책의 시행 또는 철회에 대한 국민투표를 제의할 수 있는 헌법상 권리가 일정 수 이상의 국민에게 주어져 있었다면..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이 많은 이들의 의사를 훼손됨 없이 고스란이 제도화 시킬 수 있을까. 이것이 無로 돌아가지 않도록.. 촛불을 들고 걷는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 생각이었다.

 

 

물론 루소의 동일성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통령을 당선시킨 것보다 더 많은 수의 국민이 일관되게 요구하는 정책 또는 부작위가 있음에도 선거때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반영시킬 수 없다면, 국민의 진지하고 지속적인 요구사항이 있음에도 그것을 수용하는 것이 마치 정부의 은사이기나 하는 것처럼 된다면 이는 문제 있는 것이다.

헌법은 국민의 의사가 자연스레 청와대로 흘러 들어 갈 수 있도록 길을 터 주어야 한다.

그것이 제1조에 국민주권을 천명하고 있는 헌법이 마땅히 가져야 할 모습인 것이다.

 

 

정치권에서 헌법개정의 논의가 있어왔으나 개헌논의는 주로 대통령의 임기, 중임여부 등에 맞추어져 있다.

더 중요한 것은 통치구조가 헌법의 기본원칙을 실질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도록 전반적으로 손보는 것일 것이다.

고시철회, 쇠고기 재협상 보다 더 궁극적인 우리의 요구는 새시대에 맞는 새로운 헌법, 실질적으로 국민주권이 보장되고  이를 뒷받침하는 실효적 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을 갖는 것이어야 한다.

촛불을 드는 것이 헌법상의 권리가 되고, 국가를 경영하는 자들이 주권자로서 국민을 더욱 존중하게 하는, 설사 그것이 그의 본심이 아니라 할지라도 헌법에 의해 그것이 강요되는 그러한 헌법을 가지게 될 때 우리는 "승리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MB 앞으로도 계속 그럴것 같은데.. 5년내 촛불을 들수는 없지 않는가.

오만한 지도자는 언제든 다시 나올 수 있다. 겸손하고 능력있는 지도자를 뽑는 것이 물론 중요하지만 누가 그자리에 앉더라도 국민에 귀기울일 제도를 갖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2008. 6. 10. 도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

헌법개정 논의를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