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열량의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의사의 충고로 굳이 고열량의 닭고기를 드시겠다던 마르크스와 그냥 흰 쌀밥에 스팸에 김치 그리고 김이 먹고싶다던 영목씨가 대치 한 것이다. 물론 우리사이에는 명박 산성도 없었고, 촛불과 물대포도 없었지만.
결국은 영목씨의 의견대로 급조한 햇반과 스팸 김치 그리고 김을 식탁 위에 올린다. 역시 억압과 횡포에 맞서 싸운 시민이 승리한다.
난 시민이어서, 또한 그닥 우리 명박이 아저씨를 안 좋아 하는 관계로 6.10 이라는 이유도 약간은 관여한 관계로,
촛불집회에 가기로 했다.
혼자가는 건 참으로 쓸쓸한 일이였지만, 그래도 그 정도는, 인간은 누구나 혼자야라는 말로 위로 할 수 있다. 마르크스도 물론 참여의 뜻을 밝혔지만 먹고살아야 하는 관계로, 일이 우선인 관계로,
여보세요? 너 거기는 왜가? 왜가냐니? 가면 밟혀죽어 임마. 뭘 밟혀죽어 죽긴. 너 하여튼 쓸떼없는 짓거리 하고 다니지마.
삼촌이다. 영어능력평가와 연습 수업 중 걸려온 전화였다.
삼촌은 쓸데없는 짓이라 했다.
여보세요? 너 오늘 뭐하냐? 나 집회가는데? 촛불집회? 미친새끼 니 나이가 몇인데 그런데 싸돌아다녀? 여기서 근데 나이가 왜 나와?
염새였다. 수업이 끝나고 담배를 하나 필 때 걸려온 전화였다.
염새는 나이가 많으면 그런데 가면 안 된다고 했다. 다른 말로는 먹고 살 걱정이나 하라는 것이었다.
염새는 내가 나이가 많다 했다.
여보세요? 어디야? 나 학교? 넌? 헬스장. 엄쑤새끼 여자친구한테 변태 취급당했데. 그 새끼는 도무지 알 수가 없어. 같이 촛불집회나 가자? 너 오늘 거기가냐? 나 저녁에 학원가 근데 누구랑가? 나 혼자. 역시 네가 최고다.
말똥가리는 내친구의 말똥가리였다. 시청행 지하철을 기다리며 서성거릴때 걸려온 전화였다. 역시 말똥가리는 최고라고 날 치켜세워줬다. 말똥가리는 다른말로 파브르리로도 통했는데. 바퀴벌레를 유리컵에 가두고 미물의 생활을 관찰하고는 했다. 가끔은 사마귀를 잡고 좋아했으며, 나에게 바퀴는 죽어도, 안에 품은 알은 죽지 않아서 생명력이 질기다는 정보를 귀뜸 해주기도 했다.
말똥가리는 내가 최고라 했다.
여보세요? 야이 미친새끼야. 너 진짜 거길 혼자간다고? 응. 뻥치지 말고. 진짜로. 이새끼 진짜 네가 최고다.
엄쑤는 내친구의 엄쑤였다. 넥스트 스탑 이즈 동대문 스테이디움이라고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올때 걸려 온 전화였다. 역시 말똥가리와 통화를 끝내면 어김없이 곧바로 엄쑤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말똥가리는 나와의 전화내용을 한글자도 빠짐없이 엄쑤에게 보고하는 습성을 지녔다. 그래서 말똥가리와 통화 후 엄쑤와의 통화라는 공식은 언제나 통한다.
엄쑤도 역시 나를 최고라 했다.
날은 무척이나 짜증스러운 날이었다. 더울뿐 아니라 습습함까지 완벽해서 혹여나, 이러다 뭔일 생기는거 아니야?
싸우쓰코리언 이동X의 말을 빌리자면 이렇다. 그러다 유혈사태가 벌어지고 난리가 나는거지 그러면 외국인 교수가 신문을 보고 이날의 일을 이슈화 할꺼야. 그럼 난 이렇게 말할꺼야. I was there, I knew it.
그의 발음은 죽여줬다.
그렇다 모든건 그렇게도 간단히 정리 된다. 두문장으로.
나도 과연 저 두문장의 영어를 기름지게 구사하기 위해 촛불시위에 가는 것일까? 내가 거기 있었고, 그 상황을 정확히 안다는 것을 외국인 교수에게 자랑하기 위해?
시청역은 붐비고 있었다. 날이 더워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표정은 그닥 좋지 않았는데.
시청역을 올라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내려가는 사람도 역시나 있었다. 넥타이를 메고, 서류가방을 들고, 정장차림의 사람들.
그들은 지금 올라가는 사람들을 저주할지도 모른다. 저주정도는 아닐지라도 짜증은 날테다.
나 좀 편하게 집으로 귀가 시켜줘!!!
.
.
.
5번출구는 굉장했다.
참, 한가지 빼먹은 이야기가 있는데, 그러니까 시청에 도착하기 바로 두시간 전 쯤의 일이다.
간편한 복장을 원했던 나는 일단 집으로 향하는데,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우리의 우교수를 만난 것이다. 인연은 얄궂다.
안녕하세요. 저 교수님 촛불집회에서 연설하는거 TV에서 봤어요. 어 난 간적이 없는데? 전 교수님인줄 알았는데. 아 나하고 닮은 사람이 있었나보네. 그러게요. 정말 비슷했는데...
역시 사람은 간사하다. 난 오교수보다 우교수를 선망했는데, 그 이유는 단지 촛불집회에서 연설하는 우교수의 모습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선망의 감정은 지하철처럼 빠르게 어둠속을 향해 사라졌다.
집에 온 나는 습관적으로 컴퓨터를 켰는데, 임성추운의 와이프 김만쥬씨가 네이트 온에 자리잡고 있었다.
너 회사 어디라고 했지? 홍대근처. 회사 끝나고 뭐해?. 촛불집회나 올래? ......
회사생활은 역시 힘겹나보다. 대답이 없다.
5번출구를 나오자 공기가 더 뜨거워진 기분이다. 난 그 분위기를 좀 바꿔볼 양으로 아이팟을 꺼내어 이어폰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처음엔 James Morrison의 You give me something이다. 하지만 이노래는 그닥 지금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았다. Keane 의 Everybody's changing이 지나고 Beatles의 Across the Universe가 나온다. 비틀즈의 노래도 좋지만 Fiona apple의 리메이크도 원곡만큼이나 멋지다. 그래도 날은 더웠고, 무엇보다 외로웠다.
그래서 생각이 난 그 노래,
그래 모두가 다 결국은 혼자라니까.
'Altogether alone'
be the voice는 얼마전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나와서 노래를 불렀는데 보컬이 참 못생겼다. 노래를 한참 부르다 기타를 치는 친구에게로 마이크를 넘기면 그 친구는 기타를 치며 마치, 난 세상사에 관심없어, 난 노래만 부르지, 하며 휘파람을 슝슝 낸다. 마이크를 넘기며 그 보컬이 했던말이 '휴지' 였나 '수지'였나 모르지만 그 기타 치는 사람의 이름인가보다 했다.
그러고 보니 누군가 싸운다. 시청 앞 푸른 잔디 밭 위에서 분명 말싸움을 하고 있다. 흰 한복을 입고 앙드레김마냥, 거기에 수염도 덥수룩한 나이는 서른 후반? 머리는 기름지게 올빽을 하고 포니테일까지 갖추었다. 게다가 거기에 검은 선글라스라니. 맙소사.
"김구가 테러리스트레요.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구요."
"할아버지, 모르면 좀 배워요. 젊은 사람들한테라도 배우시라구요."
"그게 뉴라이트의 실체에요."
그렇다 예나 지금이나 모르면 배워야한다.
자리를 옮기자 빨간 플랜카드가 하나 눈에 들어왔다.
빨간 플랜카드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法 질서수호, FTA비준촉구 국민대회"
사뭇 비장하다.
"이쪽은 명박이형 친구들이네."
그러는 와중에 누가 준지도 모르는 팜플렛과 신문들이 내손에 들려있었다. 누군가는 명함크기의 사이즈에 경찰에 연행시 대처요령이 적힌 카드를 주었다.
1. 연행시 미란다원칙을 말하지 않으면 경찰서에서 '현행범체포서'를 작성할 떄 그 사실을 기재해 줄 것을 요구하세요.
.
.
그렇다 사람일은 모른다. 난 연행 될 수 있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 중에 하나인 것이다.
사람들이 열댓명 모인 곳에서는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인터넷으로 생중계하는 듯이 보였는데, 모니터는 시청 왼쪽편에 자리를 잡고 있는 사람들을 클로즈업 하고 있었고, 진행자 처럼 보이는 분이 열심히 마이크에 상황설명을 하고 있었다. 진행자의 생김새는 촌스러웠다.
TV를 보다 문득 생각이 났는데, 난 KBS가 싫었다. 방송이 싫었다기 보단 KBS 특유의 그 컬러 색깔이 싫었던거다. 거실을 지나가다 누군가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그 드라마를 생전 처음 보더라도 KBS인줄 맞출 수 있는, 그런 화면이 싫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이야기속으로 라는 프로그램을 즐겨 봤는데, 사실 즐기지는 못했다. 무척 무서워했는데, 무섭지만 안 볼 수 없었던 프로그램이었다. 마치 덥고 짜증나고 귀찮았지만 촛불집회에 안 나올 수 없었던 것처럼.
그래 나는 행동하는 지식인이였다.
I was there, I knew it 을 이동X씨처럼 기름지게 구사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나는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
양초와 종이컵은 공짜로 나눠준다. 하지만, 몇몇 파시는 분들이 계셨다. 그리고 또 그걸 사시는 분도 있었다. 그러니 파시는 분들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말이다.
생각해보건데, 나는 미국산 소고기를 원치 않았고, 대부분의 국민들도 원치 않았는데 말이다.
미국산 소고기를 누군가 공급해준단다.
아! 수요가 없어도 가끔 공급이 있을 수 있나보다.
명박산성까지 설래설래 걸어가며 여러부류의 사람들을 보았는데 특히나 신기하게도 도사님들이 많이 행차하신 것이 눈에 띄었다. 풍림도사, 명인도사 등등 흰 도포에 삿갓도 쓰시고, 여기저기를 걸어다니며 무슨 말을 해대는데, 스피커에 울려퍼지는 노래때문에 전혀 들을 수 없었다.
헌법1조라는 노래는 그 곳에서 처음 들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라고 분명한 노래가사가 들렸다.
하지만 노래는 썩 평할만 못하다. 이런 노래를 좀 멋들어지게 만들면 참 좋을텐데...라는 생각이 머리속을 기어다녔고, 그 와중에 포넌블론즈의 왓츠업이 생각났다.
그래 왓츠업처럼 멋드러지게...
해가 어둑 어둑 해질때까지 어딘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촛불들이 하나씩 켜지고, 회사를 끝마치고 함께 온 듯한 연인들도 자식들과 함께 나온 가족들도 다들 줄맞춰 자리에 앉았다. 그래도 역시나 난 혼자다.
그래 난 외로웠다.
그리고 그 와중에 집에 갈 걱정을 먼저했던 내가 참 대견스러웠다.
의외로 지하철 안은 조용했다. 오는 차 안에서 마르크스와의 통화는 실은 무미건조했다.
나 촛불집회 다녀왔어. 응 잘했어. 근데 배가고파. 뭐 먹을건데? 나 숯불바베큐 먹고싶어. 매운맛으로. 너 시발 내가 어제 닭먹자고 할때는 안처먹고 지혼자 처먹겠다는거네?. 의사가 고열량의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니까. 난 닭을 먹어야한다고. 마르크스 근데 난 정말 술불바베큐가 먹고 싶어.
전화를 끊고 5분정도 뒤에 문자메세지가 왔다.
나너사랑안할꺼니
까 그런줄아랑 조
심해 구린내나는
인간아
불꺼진 집은
역시 외롭다.
네 씨에프치킨입니다. 네 여기 빵빵빵인데요. 숯불바베큐 매운맛으로 하나 가져다 주세요.
캔맥주를 따는 소리는 언제나 경쾌하다.
그래도 난 매운맛 숯불바베큐를 반이나 남겨두었다. 그것도 아주 깨끗하게
그래도 너 때문에 반은 남겼어. 시발 샐러드는 다 먹었잖아. 샐러드는 별로 맛이 없었어. 여하튼 나 너 사랑안할래.
앞으로 맛있는거 많이 사줄께.
진짜?
외롭다...
맥주 한캔이 그 와중에, 그래 피곤하긴 했다,
맥주 한캔은 날 침대로 기어가게 만들었다. 그리고 침대가 꺼질만큼 깊은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컴퓨터가 그대로 켜진채 있었다.
생각해보니 집에 들어와 한번도 컴퓨터를 들여다보지 않았다.
네이트온 대화창이 열려있었다.
임성추운의 와이프 김만쥬씨와의 대화창이다.
"할 일 없이 왜가 시발 너나가."
그렇다. 난 역시 할 일 없이 나이를 쳐먹고 밟혀죽을지도 모르는 촛불집회의 현장에 있었던 것이다.
소설가 영목씨의 일일
사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전 날 밤,
고열량의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의사의 충고로 굳이 고열량의 닭고기를 드시겠다던 마르크스와 그냥 흰 쌀밥에 스팸에 김치 그리고 김이 먹고싶다던 영목씨가 대치 한 것이다. 물론 우리사이에는 명박 산성도 없었고, 촛불과 물대포도 없었지만.
결국은 영목씨의 의견대로 급조한 햇반과 스팸 김치 그리고 김을 식탁 위에 올린다. 역시 억압과 횡포에 맞서 싸운 시민이 승리한다.
난 시민이어서, 또한 그닥 우리 명박이 아저씨를 안 좋아 하는 관계로 6.10 이라는 이유도 약간은 관여한 관계로,
촛불집회에 가기로 했다.
혼자가는 건 참으로 쓸쓸한 일이였지만, 그래도 그 정도는, 인간은 누구나 혼자야라는 말로 위로 할 수 있다. 마르크스도 물론 참여의 뜻을 밝혔지만 먹고살아야 하는 관계로, 일이 우선인 관계로,
여보세요? 너 거기는 왜가? 왜가냐니? 가면 밟혀죽어 임마. 뭘 밟혀죽어 죽긴. 너 하여튼 쓸떼없는 짓거리 하고 다니지마.
삼촌이다. 영어능력평가와 연습 수업 중 걸려온 전화였다.
삼촌은 쓸데없는 짓이라 했다.
여보세요? 너 오늘 뭐하냐? 나 집회가는데? 촛불집회? 미친새끼 니 나이가 몇인데 그런데 싸돌아다녀? 여기서 근데 나이가 왜 나와?
염새였다. 수업이 끝나고 담배를 하나 필 때 걸려온 전화였다.
염새는 나이가 많으면 그런데 가면 안 된다고 했다. 다른 말로는 먹고 살 걱정이나 하라는 것이었다.
염새는 내가 나이가 많다 했다.
여보세요? 어디야? 나 학교? 넌? 헬스장. 엄쑤새끼 여자친구한테 변태 취급당했데. 그 새끼는 도무지 알 수가 없어. 같이 촛불집회나 가자? 너 오늘 거기가냐? 나 저녁에 학원가 근데 누구랑가? 나 혼자. 역시 네가 최고다.
말똥가리는 내친구의 말똥가리였다. 시청행 지하철을 기다리며 서성거릴때 걸려온 전화였다. 역시 말똥가리는 최고라고 날 치켜세워줬다. 말똥가리는 다른말로 파브르리로도 통했는데. 바퀴벌레를 유리컵에 가두고 미물의 생활을 관찰하고는 했다. 가끔은 사마귀를 잡고 좋아했으며, 나에게 바퀴는 죽어도, 안에 품은 알은 죽지 않아서 생명력이 질기다는 정보를 귀뜸 해주기도 했다.
말똥가리는 내가 최고라 했다.
여보세요? 야이 미친새끼야. 너 진짜 거길 혼자간다고? 응. 뻥치지 말고. 진짜로. 이새끼 진짜 네가 최고다.
엄쑤는 내친구의 엄쑤였다. 넥스트 스탑 이즈 동대문 스테이디움이라고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올때 걸려 온 전화였다. 역시 말똥가리와 통화를 끝내면 어김없이 곧바로 엄쑤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말똥가리는 나와의 전화내용을 한글자도 빠짐없이 엄쑤에게 보고하는 습성을 지녔다. 그래서 말똥가리와 통화 후 엄쑤와의 통화라는 공식은 언제나 통한다.
엄쑤도 역시 나를 최고라 했다.
날은 무척이나 짜증스러운 날이었다. 더울뿐 아니라 습습함까지 완벽해서 혹여나, 이러다 뭔일 생기는거 아니야?
싸우쓰코리언 이동X의 말을 빌리자면 이렇다. 그러다 유혈사태가 벌어지고 난리가 나는거지 그러면 외국인 교수가 신문을 보고 이날의 일을 이슈화 할꺼야. 그럼 난 이렇게 말할꺼야. I was there, I knew it.
그의 발음은 죽여줬다.
그렇다 모든건 그렇게도 간단히 정리 된다. 두문장으로.
나도 과연 저 두문장의 영어를 기름지게 구사하기 위해 촛불시위에 가는 것일까? 내가 거기 있었고, 그 상황을 정확히 안다는 것을 외국인 교수에게 자랑하기 위해?
시청역은 붐비고 있었다. 날이 더워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표정은 그닥 좋지 않았는데.
시청역을 올라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내려가는 사람도 역시나 있었다. 넥타이를 메고, 서류가방을 들고, 정장차림의 사람들.
그들은 지금 올라가는 사람들을 저주할지도 모른다. 저주정도는 아닐지라도 짜증은 날테다.
나 좀 편하게 집으로 귀가 시켜줘!!!
.
.
.
5번출구는 굉장했다.
참, 한가지 빼먹은 이야기가 있는데, 그러니까 시청에 도착하기 바로 두시간 전 쯤의 일이다.
간편한 복장을 원했던 나는 일단 집으로 향하는데,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우리의 우교수를 만난 것이다. 인연은 얄궂다.
안녕하세요. 저 교수님 촛불집회에서 연설하는거 TV에서 봤어요. 어 난 간적이 없는데? 전 교수님인줄 알았는데. 아 나하고 닮은 사람이 있었나보네. 그러게요. 정말 비슷했는데...
역시 사람은 간사하다. 난 오교수보다 우교수를 선망했는데, 그 이유는 단지 촛불집회에서 연설하는 우교수의 모습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선망의 감정은 지하철처럼 빠르게 어둠속을 향해 사라졌다.
집에 온 나는 습관적으로 컴퓨터를 켰는데, 임성추운의 와이프 김만쥬씨가 네이트 온에 자리잡고 있었다.
너 회사 어디라고 했지? 홍대근처. 회사 끝나고 뭐해?. 촛불집회나 올래? ......
회사생활은 역시 힘겹나보다. 대답이 없다.
5번출구를 나오자 공기가 더 뜨거워진 기분이다. 난 그 분위기를 좀 바꿔볼 양으로 아이팟을 꺼내어 이어폰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처음엔 James Morrison의 You give me something이다. 하지만 이노래는 그닥 지금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았다. Keane 의 Everybody's changing이 지나고 Beatles의 Across the Universe가 나온다. 비틀즈의 노래도 좋지만 Fiona apple의 리메이크도 원곡만큼이나 멋지다. 그래도 날은 더웠고, 무엇보다 외로웠다.
그래서 생각이 난 그 노래,
그래 모두가 다 결국은 혼자라니까.
'Altogether alone'
be the voice는 얼마전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나와서 노래를 불렀는데 보컬이 참 못생겼다. 노래를 한참 부르다 기타를 치는 친구에게로 마이크를 넘기면 그 친구는 기타를 치며 마치, 난 세상사에 관심없어, 난 노래만 부르지, 하며 휘파람을 슝슝 낸다. 마이크를 넘기며 그 보컬이 했던말이 '휴지' 였나 '수지'였나 모르지만 그 기타 치는 사람의 이름인가보다 했다.
그러고 보니 누군가 싸운다. 시청 앞 푸른 잔디 밭 위에서 분명 말싸움을 하고 있다. 흰 한복을 입고 앙드레김마냥, 거기에 수염도 덥수룩한 나이는 서른 후반? 머리는 기름지게 올빽을 하고 포니테일까지 갖추었다. 게다가 거기에 검은 선글라스라니. 맙소사.
"김구가 테러리스트레요.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구요."
"할아버지, 모르면 좀 배워요. 젊은 사람들한테라도 배우시라구요."
"그게 뉴라이트의 실체에요."
그렇다 예나 지금이나 모르면 배워야한다.
자리를 옮기자 빨간 플랜카드가 하나 눈에 들어왔다.
빨간 플랜카드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法 질서수호, FTA비준촉구 국민대회"
사뭇 비장하다.
"이쪽은 명박이형 친구들이네."
그러는 와중에 누가 준지도 모르는 팜플렛과 신문들이 내손에 들려있었다. 누군가는 명함크기의 사이즈에 경찰에 연행시 대처요령이 적힌 카드를 주었다.
1. 연행시 미란다원칙을 말하지 않으면 경찰서에서 '현행범체포서'를 작성할 떄 그 사실을 기재해 줄 것을 요구하세요.
.
.
그렇다 사람일은 모른다. 난 연행 될 수 있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 중에 하나인 것이다.
사람들이 열댓명 모인 곳에서는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인터넷으로 생중계하는 듯이 보였는데, 모니터는 시청 왼쪽편에 자리를 잡고 있는 사람들을 클로즈업 하고 있었고, 진행자 처럼 보이는 분이 열심히 마이크에 상황설명을 하고 있었다. 진행자의 생김새는 촌스러웠다.
TV를 보다 문득 생각이 났는데, 난 KBS가 싫었다. 방송이 싫었다기 보단 KBS 특유의 그 컬러 색깔이 싫었던거다. 거실을 지나가다 누군가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그 드라마를 생전 처음 보더라도 KBS인줄 맞출 수 있는, 그런 화면이 싫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이야기속으로 라는 프로그램을 즐겨 봤는데, 사실 즐기지는 못했다. 무척 무서워했는데, 무섭지만 안 볼 수 없었던 프로그램이었다. 마치 덥고 짜증나고 귀찮았지만 촛불집회에 안 나올 수 없었던 것처럼.
그래 나는 행동하는 지식인이였다.
I was there, I knew it 을 이동X씨처럼 기름지게 구사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나는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
양초와 종이컵은 공짜로 나눠준다. 하지만, 몇몇 파시는 분들이 계셨다. 그리고 또 그걸 사시는 분도 있었다. 그러니 파시는 분들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말이다.
생각해보건데, 나는 미국산 소고기를 원치 않았고, 대부분의 국민들도 원치 않았는데 말이다.
미국산 소고기를 누군가 공급해준단다.
아! 수요가 없어도 가끔 공급이 있을 수 있나보다.
명박산성까지 설래설래 걸어가며 여러부류의 사람들을 보았는데 특히나 신기하게도 도사님들이 많이 행차하신 것이 눈에 띄었다. 풍림도사, 명인도사 등등 흰 도포에 삿갓도 쓰시고, 여기저기를 걸어다니며 무슨 말을 해대는데, 스피커에 울려퍼지는 노래때문에 전혀 들을 수 없었다.
헌법1조라는 노래는 그 곳에서 처음 들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라고 분명한 노래가사가 들렸다.
하지만 노래는 썩 평할만 못하다. 이런 노래를 좀 멋들어지게 만들면 참 좋을텐데...라는 생각이 머리속을 기어다녔고, 그 와중에 포넌블론즈의 왓츠업이 생각났다.
그래 왓츠업처럼 멋드러지게...
해가 어둑 어둑 해질때까지 어딘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촛불들이 하나씩 켜지고, 회사를 끝마치고 함께 온 듯한 연인들도 자식들과 함께 나온 가족들도 다들 줄맞춰 자리에 앉았다. 그래도 역시나 난 혼자다.
그래 난 외로웠다.
그리고 그 와중에 집에 갈 걱정을 먼저했던 내가 참 대견스러웠다.
의외로 지하철 안은 조용했다. 오는 차 안에서 마르크스와의 통화는 실은 무미건조했다.
나 촛불집회 다녀왔어. 응 잘했어. 근데 배가고파. 뭐 먹을건데? 나 숯불바베큐 먹고싶어. 매운맛으로. 너 시발 내가 어제 닭먹자고 할때는 안처먹고 지혼자 처먹겠다는거네?. 의사가 고열량의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니까. 난 닭을 먹어야한다고. 마르크스 근데 난 정말 술불바베큐가 먹고 싶어.
전화를 끊고 5분정도 뒤에 문자메세지가 왔다.
나너사랑안할꺼니
까 그런줄아랑 조
심해 구린내나는
인간아
불꺼진 집은
역시 외롭다.
네 씨에프치킨입니다. 네 여기 빵빵빵인데요. 숯불바베큐 매운맛으로 하나 가져다 주세요.
캔맥주를 따는 소리는 언제나 경쾌하다.
그래도 난 매운맛 숯불바베큐를 반이나 남겨두었다. 그것도 아주 깨끗하게
그래도 너 때문에 반은 남겼어. 시발 샐러드는 다 먹었잖아. 샐러드는 별로 맛이 없었어. 여하튼 나 너 사랑안할래.
앞으로 맛있는거 많이 사줄께.
진짜?
외롭다...
맥주 한캔이 그 와중에, 그래 피곤하긴 했다,
맥주 한캔은 날 침대로 기어가게 만들었다. 그리고 침대가 꺼질만큼 깊은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컴퓨터가 그대로 켜진채 있었다.
생각해보니 집에 들어와 한번도 컴퓨터를 들여다보지 않았다.
네이트온 대화창이 열려있었다.
임성추운의 와이프 김만쥬씨와의 대화창이다.
"할 일 없이 왜가 시발 너나가."
그렇다. 난 역시 할 일 없이 나이를 쳐먹고 밟혀죽을지도 모르는 촛불집회의 현장에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아주 외롭게.
그리고 혼자 조용히, 최대한 기름지게 중얼거렸다.
아 워즈 데얼, 아 뉴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