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계절(The Fall Forgotten)

김정현2008.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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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뉘적뉘적 올라오는 길입니다.
비가 추적거리긴 하지만,
나름대로 갈바람이 불어
소매 사이로 시원스럽습니다.

작년 이 때가 문득 생각납니다.
새로운 곳, 낯설음이 가득찼던 이 곳.
모든 것이 무섭고, 싫고, 귀찮았습니다.
결코 그런 속 맘을 내비칠 순 없었지만요.

올해처럼 작년에도 바람이 불었겠지만
신기하게도 바람은 올해 처음 느끼는 것 같아요.
필름의 한 컷 같이, 포스터 한 장면 같이
코트에 목도리 걸친 채
메타세콰이어 길을 걷는
제 자신을 상상합니다.
몇 해 전에도 그랬던 것 처럼요..

그렇게 가슴 아파도, 낙심이 나를 괴롭혔어도
그땐 바람만은 시원하게 느꼈습니다.
작년, 이맘때의 난 무엇에 홀렸던 걸까요?
온갖 두통과 가슴앓음에 시달렸던 때에도
변함없이 귓가를 간지럽혔던 마법은
작년엔 잠시 그 신비함을 접었던 것일까요?

바라봅니다. 떨어지는 붉은 색들을.
느껴봅니다. 휘감기는 반가운 소리를..
릴케의 말처럼 나는 집을 바라지 않으렵니다.
잃어벼렸던 계절을 다신 얻은 만큼
소란스레 뛰어다니진 않는대도
스스로를 낯선 시간에 빠뜨려
이리저리 헤메이고 싶습니다.

놓아 두세요..
방황은 결코 길 잃음이 아니니까요.

기다리세요..

조금 걸리더라도 결국엔..
기다리는 당신앞으로
 
 
/김종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