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은 오른쪽으로 몸을 옮겨야 했다. 이는 강한 뙤약볕 아래 있는 존재 모두에게는 수고로운 일이다. 그래서 그냥 가던 길을 가기로 했다. .
나는 분명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누군가와의 약속이 있었던 것 같다. 아니다. 무슨 시험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이를 위해' 뙤약볕 사이에서 더운 열기를 뿜어내는 지하철에 올라타야 하는 나는, 땀 때문에들러붙은 셔츠와 바지통이 오른쪽으로 돌아간 나는 약속 장소로 혹은 시험을 보기위해 움직여야 했다.
솔직히 뙤약볕 아래 저 징그러운 움직임과 나의 움직임은 다르지
않다. 아니다. 솔직하지 않았다. 뙤약볕 아래 저 징그러운 움직임은
나의 움직임을 비참하게 만든다.
사실 지렁이가 음지인 공원 쪽이 아닌 아스팔트 쪽으로 향했다면,
그를 죽이기 위해서라도 나는 그것의 머리를 음지 쪽으로 돌려 놓았을 것이다. 가던 길을 돌아가다가 말라 죽어버리는 모습을, 아스팔트 위에서 차에 깔리는 모습을 보고 싶었을 것이다.
2008.6.13 오후 2시경-뙤약볕 아래 지렁이
아스팔트와 공원 사이에 좁게 난 보도블럭 위에서 지렁이를
발견한 건 오후 2시가 좀 넘어서 였다.
간밤의 비로 멀리 나온 지렁이는 강한 햇볕 아래 자신의
집을 향해 바싹 마른 몸을 움직이고 있다.
나이가 꽤 있는 놈인 것 같다. 길이가 길다.
그 길이로 인해 강한 햇볕의 힘을 더 느껴야 했을 그게 불쌍했다.
그래서 지렁이를 옮겨 주고자 했다, 그러나 막상 허리를 굽히고 보니 징그럽다.
차라리 죽이는게 나을 것 같다. 발로 밟으려 했다.
그런데 이도 여의치 않다.
지렁이를 어떤식으로 밟아야 하는가?
허리춤을 밟자니, 터지면서 지렁이의 분비물이 얼굴에 튀어 오를것
같다. 또 신발 전체로 지렁이 전체를 밟자니 있던 자리에서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몸을 옮겨야 했다. 이는 강한 뙤약볕 아래 있는 존재 모두에게는 수고로운 일이다. 그래서 그냥 가던 길을 가기로 했다. .
나는 분명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누군가와의 약속이 있었던 것 같다. 아니다. 무슨 시험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이를 위해' 뙤약볕 사이에서 더운 열기를 뿜어내는 지하철에 올라타야 하는 나는, 땀 때문에들러붙은 셔츠와 바지통이 오른쪽으로 돌아간 나는 약속 장소로 혹은 시험을 보기위해 움직여야 했다.
솔직히 뙤약볕 아래 저 징그러운 움직임과 나의 움직임은 다르지
않다. 아니다. 솔직하지 않았다. 뙤약볕 아래 저 징그러운 움직임은
나의 움직임을 비참하게 만든다.
사실 지렁이가 음지인 공원 쪽이 아닌 아스팔트 쪽으로 향했다면,
그를 죽이기 위해서라도 나는 그것의 머리를 음지 쪽으로 돌려 놓았을 것이다. 가던 길을 돌아가다가 말라 죽어버리는 모습을, 아스팔트 위에서 차에 깔리는 모습을 보고 싶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