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당보도를 건너는 한 커플의 표정에 남자는 잠시동안 시선을 빼앗깁니다. 한결같이 찌푸린 얼굴들인데 그들은 마치 적도에서 살다온 사람처럼, 이 더위가 너무 익숙한 것처럼 멀쩡하고 말간 표정으로 서있습니다. 버스에 앉아 차창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남자는 미친 것도 아닌데 괜히 혼잣말을 합니다. - 좋을 때다. 말을 하고서야 자기가 소리를 내서 말했다는 걸 알게 된 남자. 화들짝 놀라서는 주위를 살펴보죠. 하지만 다행인건지, 슬픈건지, 버스안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저마다 귀에 뭔가를 꽂고 있거나, 통화를 하고 있거나 더위에 지쳐 졸고 있는 모습. 이 남자가 혼잣말을 하건, 창문에 머리를 찧건, 아무런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방금까지는 누가 들었을까봐 초조했던 것이 이제와선 '아무도 들어주질 않네..' 괜히 쓸쓸한 마음이 되는 남자. 미친 것도 아니면서 괜히 한번만 중얼거려 봅니다. '그래, 나는 혼자다.' 그리곤 다시 창밖을 바라보면 행복해 보이던 그 커플은 여전히 손을 잡고 횡당보도를 건너고 있습니다. 커플이 길을 다 건널 때까지 멍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남자. 횡당보도의 신호들이 붉게 바뀌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시선을 거두죠. 버스안은 아까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는 풍경. 하지만 남자는 갑자기 머리 위에서 뿜어져 나오는 바람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싫게 느껴집니다. 엉거주춤 몸을 일으켜서 바람구멍을 다른 곳으로 돌릴려고 애를 써보지만 그것조차도 고장났는지 말을 듣지 않죠. ' 허,진짜 맘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네.' 다시 자리에 앉아 있으면 이번엔 기사아저씨가 틀어논 음악이 온통 귀에 거슬립니다. '아니, 왜 저렇게들 징징 울면서 노랠한데..' 그렇게도 불안정해 보이던 남자는 갑자기 전화기를 꺼내들더니 누군가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내기 시작합니다. 다 썼나하면 다시 지우고 또 다시 쓰더니 결국엔 지우고 마는 그 메세지의 내용은.. '방금 너 횡단보도 건너는 거 봤다. 좋아보이더라. 더운데 건강해라.' 남잔 미친것도 아니면서 마지막으로 한번 더 혼잣말 합니다. '내가 미쳤지. 이런 걸 왜 보낼려고 내가 미쳤지.' 그대가 다른 사람과 길을 건너는 모습을 나는 어떤 얼굴로 지켜봐야 되는 걸까요? 그때 내 앞에 거울이 없었던 게 정말 다행이라고. 그리고 그때 메세질 보내지 않았던 건 더욱 더 다행이라고, 사랑을 말하다
사랑을 말하다 - #154
횡당보도를 건너는 한 커플의 표정에 남자는 잠시동안 시선을 빼앗깁니다.
한결같이 찌푸린 얼굴들인데 그들은 마치 적도에서 살다온 사람처럼,
이 더위가 너무 익숙한 것처럼 멀쩡하고 말간 표정으로 서있습니다.
버스에 앉아 차창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남자는 미친 것도 아닌데 괜히 혼잣말을 합니다.
- 좋을 때다.
말을 하고서야 자기가 소리를 내서 말했다는 걸 알게 된 남자.
화들짝 놀라서는 주위를 살펴보죠.
하지만 다행인건지, 슬픈건지, 버스안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저마다 귀에 뭔가를 꽂고 있거나,
통화를 하고 있거나 더위에 지쳐 졸고 있는 모습.
이 남자가 혼잣말을 하건, 창문에 머리를 찧건, 아무런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방금까지는 누가 들었을까봐 초조했던 것이
이제와선 '아무도 들어주질 않네..' 괜히 쓸쓸한 마음이 되는 남자.
미친 것도 아니면서 괜히 한번만 중얼거려 봅니다.
'그래, 나는 혼자다.'
그리곤 다시 창밖을 바라보면 행복해 보이던 그 커플은
여전히 손을 잡고 횡당보도를 건너고 있습니다.
커플이 길을 다 건널 때까지 멍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남자.
횡당보도의 신호들이 붉게 바뀌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시선을 거두죠.
버스안은 아까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는 풍경.
하지만 남자는 갑자기 머리 위에서 뿜어져 나오는 바람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싫게 느껴집니다.
엉거주춤 몸을 일으켜서 바람구멍을 다른 곳으로 돌릴려고 애를 써보지만
그것조차도 고장났는지 말을 듣지 않죠.
' 허,진짜 맘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네.'
다시 자리에 앉아 있으면 이번엔 기사아저씨가 틀어논 음악이 온통 귀에 거슬립니다.
'아니, 왜 저렇게들 징징 울면서 노랠한데..'
그렇게도 불안정해 보이던 남자는 갑자기 전화기를 꺼내들더니
누군가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내기 시작합니다.
다 썼나하면 다시 지우고 또 다시 쓰더니 결국엔 지우고 마는 그 메세지의 내용은..
'방금 너 횡단보도 건너는 거 봤다. 좋아보이더라. 더운데 건강해라.'
남잔 미친것도 아니면서 마지막으로 한번 더 혼잣말 합니다.
'내가 미쳤지. 이런 걸 왜 보낼려고 내가 미쳤지.'
그대가 다른 사람과 길을 건너는 모습을 나는 어떤 얼굴로 지켜봐야 되는 걸까요?
그때 내 앞에 거울이 없었던 게 정말 다행이라고.
그리고 그때 메세질 보내지 않았던 건 더욱 더 다행이라고,
사랑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