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사랑할 것이 많다

이희정2008.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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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사랑하세요?"

 

종로 뒷길, 명동 한 복판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저 질문을 던질 때 나는 서울 사람들이 서울에 대해 갖는 애증을 생각했다. 신물나는 도시, 지옥같은 러시아워, 계산 빠른 서울깍쟁이들.

 

회색조의 담담한 빌딩숲은 밤이 되면 격렬히 촛불을 밝히고, 사람들을 이 도시의 한가운데에서 분노한다. 개발을 제1지상목표로 삼는 '서울' 시장 출신 대통령이 나라를 들쑤셔놓는 지금, 그 시장이 밀어버리자고 약속했던 땅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몇 푼 되지 않는 보상금과 함께 조용히 오래 살던 동네를 떠난다.

 

나란히 잠겨있는 대문들.
춥다.
비가 오고, 어느 새 해가 지면 텅 빈 동네는 자물쇠와 깜빡거리는 가로등만이 덩그라니 골목길을 지킨다.

 

그 결핍의 공간에서,
누군가가 추억과 함께 카메라를 껴안고
그 오래된 동네를 사랑했을 때
우리는 그 순간의 이야기를 들었다.

 

따뜻했다.
누군가가 자신의 고향을, 또 다른 누군가가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어떤 이가 사람 사는 냄새에 대한 애틋함을, 다른 이가 버려지는 고양이들에 대한 연민과 애정을 이야기했을 때 나는 서울이라는 기형(奇形)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그것은 애증이 아니라 애정에 가까웠다. 아직, 서울은 사랑할 것이 많다.

 

이제는 더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텅 비어가는 동네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바란다.


이번 수요일, 늦은 밤 11시 10분. 지식채널 EBS


From 조연출.